단독 출마 대표 확정...관건은 지방선거 승리
성 비위 사태로 반토막 난 지지율 회복 못해
현 당세로는 흡수 합당 불가피...비전 보여야
[서울=뉴스핌] 이재창 정치전문기자 = 조국 전 조국혁신당 비상대책위원장은 당의 최대 주주다. 정확히 말하면 오너에 가까운 압도적인 지분을 갖고 있다. 당명에 자신의 이름이 들어갔을 정도다. 당내 도전자가 없다. 오는 23일 지도부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에 대표 후보로 출마한 사람은 조 전 위원장 한 사람이다. 사실상 대표 확정이다.
조 전 위원장이 지난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당 대표 선거 출마 기자회견을 열고 당권 도전을 선언했다. 화두는 신뢰 회복과 홀로서기, 거대 양당 독점정치 종식 등 세 가지로 요약된다. 세 가지 화두는 당면 목표이자 혁신당의 성패를 좌우할 필요충분조건이다.
![]() |
|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조국 전 조국혁신당 비상대책위원장이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당대표 출마 선언을 위해 들어서고 있다. 2025.11.10 pangbin@newspim.com |
신뢰 회복은 당내 성 비리 사건으로 당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땅에 떨어진 상황을 타개하겠다는 의미다. 홀로서기는 민주당에 의한 흡수 통합 없이 지방선거에 임하겠다는 강한 의지의 표현이다. 양당 독점정치 종식은 지방선거 승리로 제3 정당의 위상을 굳건히 하겠다는 것이다.
조 전 위원장은 "과감한 혁신으로 국민 신뢰를 회복하고 당 위기를 돌파하겠다"며 "설익고 무례한 흡수 합당론에 흔들리지 않게 강철처럼 단단한 정당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민주당과 혁신당 일각의 조기 합당론을 일축한 것이다. 지방선거에서 승부를 걸겠다는 것이다.
이어 "거대 양당의 독점정치를 종식하고 민주주의 다수 연합 시대를 여는 정치 개혁의 항해를 하겠다"며 "지난 총선에서 국회 교두보를 마련했듯이 내년 지방선거에서 지방정치의 교두보를 만들겠다"고 했다.
조 전 위원장의 세 가지 화두는 혁신당의 미래와 직결된다. 조국 본인의 미래는 말할 것도 없다. 내년 6월 지방선거는 당은 물론 조국 자신의 정치 미래를 결정하는 중대한 시험대다. 지방선거에서 기대만큼의 성과를 거둔다면 당과 본인의 미래가 열리겠지만 실패한다면 당은 물론 자신의 미래도 불투명해질 수 있다.
그의 앞에 놓인 현실은 녹록지 않다. 세 가지 과제 어느 것 하나 쉽지 않다. 당장 조속한 성 비위 사태 해결을 약속했지만 그 후유증이 계속되고 있다. 그는 지난 8월 광복절 특별사면으로 출소한 뒤 성 비위 사건으로 지도부가 총사퇴하면서 비대위원장으로 복귀, 나름의 노력을 기울였으나 가시적인 성과가 없다.
당 지지율은 여전히 바닥을 헤매고 있다. 지난주 갤럽 조사에서 의원 12명인 혁신당 지지율은 의원 세 명인 개혁신당과 같은 4%였다. 2주 전 NBS도 개혁신당과 동일한 3%였다. 10일 발표된 리얼미터 조사에서는 개혁신당(4.2%)에도 밀린 2.5%였다. 한때 7% 안팎을 오갔던 지지율이 반토막 난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민주당에 의한 흡수 통합을 단호히 거부하며 선택한 홀로서기 또한 험로가 예상된다. 지금 같은 지지율과 당세로는 합당을 한다 해도 당대당 합당에 따른 적절한 지분을 장담할 수 없다. 사실상 당이 공중분해되는 방식의 흡수 합당 가능성이 높다. 홀로서기는 불가피한 선택이다. 당장은 당세 확장이 급선무다.
당세 확장을 위해서는 지방선거에서 승리해야 한다. 이는 양당 독점정치 종식과도 직결된다. 지방선거에서 승리해 제3당의 존재감을 찾으면 홀로서기가 가능해지고 양당의 독점정치도 견제할 수 있다. 지방선거 승리는 혁신당에 필요충분조건이다.
상황은 녹록지 않다. 혁신당은 어차피 당 탄생의 원천이었던 호남에서 승부를 걸 수밖에 없다. 사실상 지방 조직 없는 혁신당이 그나마 기댈 곳은 호남뿐이다. 나머지 지역은 양당 체제의 벽이 높다. 사실상 틈새 공략 작전에 나설 수밖에 없다. "전국 기초 의원 선거 중 3인 이상 선거구에 영호남을 가리지 않고 한 명씩 진출시키는 것이 목표"라는 그의 말에 답이 있다.
결국 호남에서 승부를 봐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혁신당은 지난 총선 비례대표 선거에서 광주 47.72%, 전남 43.97%를 얻으며 민주당에 승리했다. 호남 승리는 비례 의석 12석을 확보한 원동력이었다. 내년 선거에서도 이 같은 기적을 꿈꾸지만 최근 여론은 비관적이다. 차갑게 얼어붙었다.
KBS광주방송총국이 한국갤럽에 의뢰해 지난달 28일부터 31일까지 18세 이상 남녀 중 광주광역시 2507명, 전남 802명을 대상으로 무선전화 가상 번호를 활용한 전화조사원 면접 방식의 조사를 한 결과 광주는 민주당 71%, 국민의힘과 조국혁신당 각각 5%, 진보당 2%, 개혁신당 1%였다. 무당층은 15%였다.
전남은 민주당 76%, 국민의힘과 조국혁신당 각각 5%, 진보당과 개혁신당 각각 1%, 무당층 11%였다. 지난 총선 때와는 너무나 분위기가 다르다. 혁신당 지지율이 국민의힘과 같았다. (응답률은 광주 13.6%, 전남 15.2%이고, 표본 오차는 각각 95% 신뢰 수준에 광주 ±2%포인트, 전남 ±3.5%포인트).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런 지지율로는 호남에서 민주당과의 경쟁 구도를 만들기가 쉽지 않다. 호남 민심을 돌리는 것이 급선무다. 조 전 위원장은 이에 대해 "아직 까마득하게 멀었다"며 "좌고우면하지 않고 허둥댈 생각은 없다. 한 칸씩 올라가야 한다고 생각하고 그게 제 책무"라고 했다.
그는 자신의 거취에 대해 "제 거취는 지방선거 후보들이 다 결정되고 맨 뒤인 가장 마지막에 결정할 것"이라고 말을 아꼈다. 일각에서 서울시장과 부산시장 출마설이 나오지만 지방선거를 진두지휘해야 하는 만큼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조 전 위원장의 홀로서기는 호남 민심에 달렸다. 현재 호남 민심은 이재명 대통령에게 쏠려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민심을 얻으려면 차기 대선 주자로서의 비전과 희망을 보여줘야 한다. 사면 후 보여준 행보는 실패에 가깝다. 바닥인 지지율이 이를 방증한다. 그가 여러 악조건을 극복하고 지방선거에서 교두보를 만들 수 있을지는 두고 볼 일이다.
leejc@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