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당제로 가기 위한 중대선거구제 전환 제시
정치 신인 등용문 확대 의견도
한국 정치의 궤도 이탈이 심각하다. 이념, 세대, 젠더 등 각 분야 정치 양극화가 심화하면서 민주주의의 정상적인 작동을 가로막는 극단적 상황에 처했다. 대화와 타협은 실종됐고 가짜뉴스가 판을 친다. 팬덤 정치가 횡행하면서 극단적인 진영의 대결 정치로 치닫고 있다. 출구가 보이지 않는다. 해법이 절실한 상황에서 뉴스핌은 정치 원로와 국회의원, 전문가들을 모시고 정치 양극화 실태를 분석, 해법을 모색하는 특별기획을 준비했다.
[서울=뉴스핌] 한태희 기자 = 소장파 국회의원은 대통령 5년 단임제 폐해를 극복하려면 대통령 권력은 분산하고 견제는 강화하는 개헌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소장파 의원은 또 팬덤 정치로 치닫는 양당제를 극복하고 다당제로 가려면 한 지역에서 한 명을 뽑는 소선거구제에서 여러 명을 선출하는 중대선거구제로 바꿔야 한다고 제언했다.
천하람 개혁신당 국회의원은 이달 12일 방송된 KYD 뉴스핌TV 특별기획 '국가 리스크된 정치 양극화, 어떻게 풀 것인가'에 출연해 개헌과 관련해 "제왕적 대통령은 결국 견제받지 않는 인사권에서 비롯된다"며 "(개헌의) 핵심은 권력 분산과 견제 장치 강화"라고 말했다.

김소희 국민의힘 국회의원은 "대통령 권한이 지나치게 집중돼 있고 특히 인사권에 모든 권력이 쏠려 있다"며 "제도 개선 논의는 단순히 임기 조정이 아니라 권한 분산 구조를 어떻게 마련하느냐 문제"라고 말했다.
김상욱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은 "대통령 권한이 삼권분립을 넘어선 것도 문제로 민주적 통제 장치를 늘려야 한다"며 "대통령 국무회의가 공개되는 것처럼 국회나 각종 위원회 의사결정 과정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선거구제에 대해서는 천하람 의원은 "중·대선거구제로의 전환에는 찬성하며 최소 4~5인 이상 규모로 가야 다양한 정당의 진입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김소희 의원은 "중대선거구제와 비례제의 혼합형 모델로 가야 다양한 국민 목소리가 의회에 반영된다"고 말했다.
신인 정치인 등용문을 넓혀야 한다고 강조한 김상욱 의원은 "정치 신인 진입 장벽을 낮추고 국민이 직접 비례 후보를 선택하도록 제도를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다음은 정치양극화 소장파 대담 2부 내용이다.
-(박서영 기자, 이하 박기자) '정치 양극화' 문제를 제도적 관점에서 짚어보려고 합니다. 세 분 모두 거대 양당 구도의 한계를 언급하셨는데요. 선거제도 개편 방향으로 중대선거구제, 혹은 독일식 정당명부제 등의 방안이 논의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한 각자의 의견을 듣고 싶습니다.
▲ (김소희 의원) 제 결론은 중대선거구제에 비례대표를 병행하는 혼합형 제도로 가야 한다는 겁니다. 지금의 소선거구제는 사표가 많이 발생하고, 양당 구조를 강화시켜 단점이 크다고 봅니다. 특히 2인 선거구로 가면 기존의 거대 양당 위주로 흘러갈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당선 인원을 늘려야 소수 정당이나 다양한 정치 세력이 진입할 수 있을 것입니다.

독일식 정당명부제도 꽤 흥미로운 대안이지만, 저는 현실적으로 중대선거구제와 비례제의 혼합형 모델이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그래야 다양한 국민의 목소리가 의회에 반영되고, 진정한 민주주의가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민주당 내부를 보면 강성 지지층의 영향이 크고, 당권 경쟁에서도 그런 흐름이 뚜렷합니다. 하지만 민주당의 모든 의원이 그런 생각을 하는 건 아닙니다. 오히려 오랜 민주당 인사 중에는 저희와 비슷한 문제의식을 가진 분들도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지금과 같은 구조에서는 소수 의견이 반영되기 어렵기 때문에, 제도적 변화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이런 논의가 공론화되는 계기가 되길 바랍니다.
▲ (천하람 의원) 저도 기본적으로 중·대선거구제로의 전환에는 찬성합니다. 다만 2인 선거구제는 사실상 양당이 한 자리씩 차지하는 구조라 의미가 없습니다. 3인도 애매하죠. 최소한 4인, 5인 이상 규모로 가야 다양한 정당의 진입이 가능합니다. 북유럽 국가들처럼 8~9명을 선출하는 사례도 있습니다. 그런 구조에서는 사실상 별도의 비례대표제가 필요 없을 정도로 대표성이 확보됩니다.
한국 현실에서는 비례대표에 대한 국민 인식이 좋지 않기 때문에, 중대선거구제가 그나마 실현 가능성이 높다고 봅니다. 예를 들어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는 생활권이 유사한데, 굳이 세 지역으로 쪼개는 게 의미가 있을까요? 오히려 하나로 묶어 7~8명을 선출하거나, 4~5명씩 2개 선거구로 나누는 게 더 합리적입니다. 이렇게 하면 소수 정당이나 제3당의 지역 진입도 가능해지고 정치가 다양해질 것입니다.
문제는 정당 내부 기득권입니다. 예컨대 예전 윤석열 전 대통령이 신년 인터뷰에서 중대선거구제를 언급했을 때, 실제로는 국민의힘이 전국적으로 더 유리한 구조였지만, TK 지역 의석 감소를 우려해 결국 논의가 무산됐습니다. 결국 각 당의 '안전 의석'을 지키려는 기득권 정치가 제도 개혁의 걸림돌이 되고 있는 거죠.
▲ (김상욱 의원) 저는 토론할 때 다른 당의 문제를 지적하기보다, 우리 당의 경험을 공유하는 게 발전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예전에는 중대선거구제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했지만, 요즘은 조금 달라졌습니다. 현실적으로 2~3인 선거구에 머물 가능성이 커서 국민 선택권이 오히려 좁아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는 크게 두 가지 방향을 생각합니다. 첫째, 공직선거법 개정을 통해 정치 신인들의 진입 장벽을 낮추는 것. 무소속이나 신생 정당 후보라도 자신의 역량을 알릴 기회를 공평히 제공해야 합니다.
둘째, 비례대표 개선입니다. 현재는 정당에만 투표하기 때문에 국민이 누구를 비례대표로 올릴지 선택할 수 없습니다. 국민이 직접 비례후보를 선택하도록 제도를 바꿔야 한다고 봅니다.
그리고 국회의원 정수는 늘릴 필요가 있습니다. 국민들은 '줄여야 한다'고 생각하시지만, 실제로는 의원 수를 늘리되 보좌관 수를 줄이는 방식으로 효율화할 수 있습니다. 현재 의원 1인당 9명의 보좌진이 있는데, 이를 3~4명 수준으로 줄이면 예산은 오히려 절감됩니다. 대신 의원이 직접 발로 뛰며 일해야죠. 비례의석도 약 50석 정도 늘려 350명 체제로 가는 게 합리적이라고 봅니다.

-(박기자) 이번에는 대통령제 개헌론에 대해 여쭤보겠습니다. '5년 단임제가 불행한 대통령을 만든다'는 말이 있습니다. 실제로 지난 대선에서도 여야 모두 제도 개선 논의가 있었는데요. 세 분은 이 부분을 어떻게 보십니까?
▲ (천하람 의원) 저는 단임제보다는 4년 중임제가 낫다고 봅니다. 여야를 막론하고 5년 단임제의 문제에는 대체로 공감대가 있죠. 다만 4년 중임제로 바꾼다고 모든 문제가 해결되진 않습니다. 핵심은 권력의 분산과 견제 장치 강화입니다. 예를 들어 대통령의 인사권을 과반이 아닌 3분의 2 동의제로 강화하면, 진영 논리 대신 합의 후보가 등장할 겁니다. 대법관, 헌법재판관, 검찰총장처럼 중립이 중요한 직위는 상대 진영도 동의할 수 있는 인물이어야 합니다. 제왕적 대통령은 결국 견제받지 않는 인사권에서 비롯된다고 봅니다. 이 부분이 바뀌어야 협치가 가능해집니다.
▲ (김소희 의원) 저도 비슷한 생각입니다. 5년 단임제는 군사정권의 폐해를 막기 위한 87체제의 산물이지만, 이제는 바꿔야 할 때라고 봅니다. 대통령 권한이 지나치게 집중돼 있고, 특히 인사권에 모든 권력이 쏠려 있습니다. 4년 중임제로 바꿔도 권력 분산 장치가 없다면 같은 문제가 반복될 겁니다. 또 중임을 위해 1기 때 포퓰리즘 정책이 남발될 우려도 있죠. 그래서 제도 개선 논의는 단순히 임기 조정이 아니라 권한 분산 구조를 어떻게 마련하느냐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 (김상욱 의원) 저는 한때 의원내각제 도입이 필요하다고 봤지만, 지금은 반대합니다. 의원내각제를 실시하면 정치 기득권이 고착되고, 사회 기득권층과 결합해 카르텔 정치로 흐를 위험이 큽니다. 일본처럼 세습 정치가 고착될 수도 있죠.
또한 대통령 권한이 삼권분립을 넘어선 것도 문제입니다. 예를 들어 헌법재판관 구성만 봐도 대통령의 영향력이 너무 큽니다. 이를 견제하려면 각종 분야에 민주적 통제 장치를 늘려야 합니다. 현재 민주당이 추진 중인 '법원행정처의 사법행정위원회 전환'처럼, 위원회를 통해 권한을 분산시킬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고 투명성 확대 역시 중요합니다. 대통령의 국무회의가 공개되는 것처럼, 국회나 각종 위원회의 의사결정 과정도 국민이 직접 볼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그것이 진정한 의미의 '국민 주권'이고, 제왕적 대통령제를 통제할 현실적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 (박기자) '국가 리스크가 된 정치 양극화'를 주제로 소장파 의원님들과 깊이 있는 이야기 나눠봤습니다. 세 분 모두 귀한 말씀 감사합니다.
ace@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