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에 방점 찍은 자율주행 개발 가속화 및 조직 개편 예고
[서울=뉴스핌] 김승현 기자 = 전기차(EV)로의 조기 전환을 약속했던 글로벌 주요 완성차 브랜드들이 더딘 전기차 시장 성장세에 하이브리드라는 '징검다리'를 건너 전동화 시대로 가겠다고 속도 조절에 나서며 현대차그룹도 이에 동참할 예정이다.
'수익성 지속 성장'과 '미래차 선도'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아야 하는 어려운 숙제를 받아든 현대차그룹은 내년에 시장 흐름에 맞게 하이브리드 중심의 라인업으로 수익성을 높이며 자율주행 등 미래 모빌리티 선도를 위해 근본적 체질 개선에 나설 전망이다.

◆ 현대차·기아, 2030년까지 하이브리드 라인업 총 28개로 확장...내년 첫 제네시스 하이브리드 공개
24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자동차와 기아는 현재 8종, 7종인 하이브리드 라인업을 오는 2030년까지 각각 18개, 10개로 대폭 확장할 방침이다.
현재 현대차는 ▲쏘나타 하이브리드(중형 세단) ▲아반떼 하이브리드(준중형 세단) ▲그랜저 하이브리드(준대형 세단) ▲코나 하이브리드(소형 SUV) ▲투싼 하이브리드(준중형 SUV) ▲싼타페 하이브리드(중형 SUV) ▲팰리세이드 하이브리드(대형 SUV) ▲스타리아 하이브리드(RV) 총 8종을 출시했다.
기아는 ▲K5 하이브리드(중형 세단) ▲K8 하이브리드(준대형 세단) ▲니로 하이브리드(소형 CUV) ▲스포티지 하이브리드(준중형 SUV) ▲쏘렌토 하이브리드(중형 SUV) ▲카니발 하이브리드(대형 RV) ▲셀토스 하이브리드(소형 SUV) 총 7종을 출시했다.
여기에서 현대차의 프리미엄 럭셔리 독립 브랜드 제네시스를 비롯한 현대차·기아의 거의 대부분의 양산차 모델에 하이브리드가 출시될 전망이다. 우선 내년에 현대차그룹의 첫 후륜(RWD) 기반이자 제네시스 브랜드 최초인 럭셔리 하이브리드 차량을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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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브리드로의 중심 이동은 이미 글로벌 방향이다. 당초 2030년까지 전 모델을 전기차로 바꾸겠다고 했던 메르세데스-벤츠는 내연기관차 생산을 2030년대까지 지속하겠다고 발표했다. 최근에는 BMW와 협력해 차세대 가솔린 엔진을 신차에 적용하는 것을 논의하고 있다.
폭스바겐, 아우디, 람보르기니, 벤틀리 등을 보유한 폭스바겐그룹 역시 전기차 전용 공장 건설 계획을 취소하거나 연기하고 있다. 그 대신 대표 스테디셀러인 골프와 티구안 등 핵심 모델의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라인업을 강화하고 있다.
미국 시장 역시 마찬가지다. GM은 당초 '하이브리드 단계 없이 바로 전기차로 가겠다'는 입장이었으나, 최근 북미 시장에 PHEV 모델을 출시하기로 했다. 포드는 LG에너지솔루션과의 9조6000억원 규모 전기차 배터리 공급 계약 해지 소식을 알리며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 충격을 줬다.
현대차그룹은 '가장 무서운 경쟁자이자 동반자'인 일본 토요타의 행보를 예의주시할 것으로 보인다. 토요타는 애초부터 전기차 전환에 가장 소극적이었다. 토요다 아키오 회장은 "전기차는 시장의 30%를 넘지 못할 것"이라고 예견했고, 이것이 여전히 적중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이브리드 최강자'인 토요타는 현재 5세대 하이브리드 시스템과 함께, 차세대 하이브리드로 주목받고 있는 주행거리 연장형 전기차(EREV)에 집중하고 있다.
다만 현대차가 양산차의 중심을 당분간 하이브리드에 두더라도 결국 도래할 전기차 시대에 대비해 현대차 '아이오닉' 라인업과 기아 'EV' 라인업의 확장과 지속적인 기술 개발은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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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근본적 체질 개선 요구받은 미래 모빌리티...'안전'에 방점 찍은 자율주행 개발 가속화 및 조직 개편 예고
현대차그룹은 양산차 전략과 함께 내년에도 미래차 선도를 위한 지속적인 연구개발 및 상용화 시도에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현대차그룹은 올해 미국 관세 파동과 함께 테슬라의 감독형 완전자율주행(FSD) 한국 상륙이라는 위기와 마주했다. 특히 자율주행과 소프트웨어 기반 자동차(SDV) 개발을 총괄하던 송창현 전 AVP본부장 겸 포티투닷 대표의 전격 사임으로 근본적 체질 개선이 요구되는 상황이다.
현대차그룹은 조직 안정화를 위해 우선 올해 말 계열사 대표이사급 인사를 최소한으로 하면서 R&D 조직 체제 정비를 위한 기초 작업을 진행했다.
송 전 본부장과 함께 양희원 R&D본부장도 함께 물러났고, 신임 R&D본부장에는 우선 만프레드 하러 부사장을 승진 임명했다. AVP본부장은 우선 공석으로 두며 내년 초 R&D 조직 전체의 대대적 개편 가능성을 남겼다.
우선 자율주행 부분은 기본 방향을 확실하게 잡고 갈 것으로 보인다. 자율주행은 크게 눈(eye)를 중시하는 '카메라' 기반과 뇌(brain)을 중시하는 '라이다' 기반으로 나뉜다.

카메라 기반은 시각을 중시해 비용이 상대적으로 저렴하며 데이터 축적이 용이하고 상용화 속도가 빠르다는 장점이 있다. 미국 테슬라가 대표적이며 중국 샤오펑(XPeng)이 카메라 기반으로 전환했다.
라이다 기반은 정밀 데이터를 중시해 악천후나 돌발 상황에 대해 정확한 대응이 가능해 안전성이 우수하다. 중국 화웨이(Huawei)가 대표적이며 현대차그룹이 기본으로 하고 있는 방식이다.
현대차의 고속도로 자율주행(HDP)나 그룹 계열사인 모셔널의 로보택시에는 라이다가 탑재돼 있다. 그러나 송창현 전 포티투닷 대표가 재직 당시 발표했던 '아트리아'(ATRIA)는 라이다가 없는 카메라 기반의 기술이었다. 이 과정에서 현대차그룹의 자율주행 기본 방향에 대한 혼선이 왔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의선 회장이 최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저희가 좀 늦은 편이 있고 격차는 조금 있을 수 있다"면서도 "그러나 격차보다 더 중요한 건 안전이기 때문에 저희는 안전 쪽에 좀 더 포커스를 두려고 생각하고 있다"고 직접 언급하며, 내년 현대차그룹의 자율주행 방점은 라이다 기반에 두면서 기술과 상용화에 좀 더 속도를 내는 방향으로 인사·조직 개편과 투자가 이뤄질 것으로 관측된다.
kimsh@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