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개입 기대감 소멸에 엔화 가치 급락
[뉴욕=뉴스핌] 김민정 특파원 =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이 미국 정부는 '강달러 정책'을 고수하고 있으며, 엔화 가치 부양을 위해 외환시장에 개입하는 일은 결코 없다고 못 박았다. 이는 최근 시장을 달궜던 이른바 '마러라고 합의(인위적 약달러 유도)' 이행설을 전면 부인한 것이다.
베선트 장관은 28일(현지시간) 미 경제 매체 CNBC와의 인터뷰에서 '엔화 강세를 위해 외환시장에 개입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절대로 아니다(Absolutely not)"고 단언했다. 미국이 그러한 조치를 취할 가능성에 대해서도 "우리는 '우리가 강달러 정책을 가지고 있다'는 코멘트 외에는 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베선트 장관의 발언 직후 외환시장은 즉각 반응했다. 개입 기대감이 사라지자 일본 엔화 가치는 가파르게 하락했다. 이날 오전 10시 51분 기준 달러/엔 환율은 전장 대비 0.9% 움직인 153.51엔을 기록했다(엔화 약세). 반면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전장보다 0.22% 오른 96.43을 기록하며 반등에 성공했다.
앞서 달러화는 나흘 연속 하락하며 최근 4년래 최저치로 주저앉은 바 있다. 시장에서는 트럼프 행정부가 무역 적자 해소를 위해 엔화 등 상대국 통화 가치를 띄우고 달러 약세를 유도하는 '마러라고 합의'가 이행될 것이라는 추측이 무성했다. 특히 지난 23일 뉴욕 연방준비은행이 트레이더들을 상대로 엔화 가격을 확인하는 '레이트 체크(Rate Check)'에 나섰다는 소식은 이 같은 설에 기름을 부었다. 통상 레이트 체크는 실개입의 전 단계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베선트 장관은 이날 "미국은 언제나 강달러 정책을 가지고 있다"면서도 "강한 달러 정책이란 '제대로 된 펀더멘털'을 세우는 것을 의미한다"고 재정의했다. 그는 "우리가 탄탄한 정책을 펼친다면 자금은 자연스럽게 미국으로 흘러들어올 것"이라며 인위적 개입이 아닌 펀더멘털 개선을 강조했다.
이는 전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과는 미묘한 온도 차가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들과 만나 최근의 달러 약세에 대해 "나는 이것이 매우 좋다고 생각한다"며 "우리 기업들이 하고 있는 것을 보면 (현재의) 달러 가치는 훌륭하다"고 말해 약달러 선호를 드러낸 바 있다.
베선트 장관은 미국의 무역적자 감소가 장기적으로는 달러 강세 요인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우리의 규제 완화 정책과 함께 '하나의 아름다운 법안'이 미국을 사업하기 가장 좋은 곳으로 만들고 있다"고 강조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베선트 장관의 발언이 시장의 혼란을 잠재우기 위한 의도라고 풀이했다. DZ뱅크의 손자 마텐 외환 및 통화정책 책임자는 "베선트는 긴장한 시장을 진정시키려 한 것 같다"며 "미국이 대체로 약한 달러를 반길 수는 있지만, 급격한 통화 가치 절하는 그들에게도 좋은 것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페퍼스톤의 마이클 브라운 시장 분석가는 "베선트가 트럼프 행정부의 '인위적 약달러 조성설'을 상상할 수 있는 한 가장 강력하게 반박했고, 엔화 부양 루머 또한 잠재웠다"며 "이를 고려하면 달러화의 반등은 매우 논리적인 결과"라고 평가했다.
그는 이어 "이번 일로 미국 시장은 다시 '현상 유지(Status Quo)' 상태로 돌아갔다고 본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브라운 분석가는 "하지만 엄밀히 말하자면 여전히 '셀 아메리카(Sell America)' 장세"라며 "시장 참가자들은 무역 전선에서의 정책 변동성이 지속되는 가운데 미국 자산에 대한 익스포저(위험 노출액)를 계속 줄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mj72284@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