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술 미루고 연착륙에만 집착" 지적
[뉴스핌=최영수 기자] "수술이 필요한 환자에게 진통제 처방만 지속하고 있다"
금융당국이 저축은행에 대해 연착륙에만 집착한 나머지 구조조정에는 미온적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금융위원회를 비롯한 금융감독원, 예금보험공사 등는 4일 '하반기 저축은행 경영건전화 추진방향'을 내놓았다. 내달 말까지 85개 저축은행에 대한 경영진단을 실시한 뒤 그 결과에 따라 구조조정을 추진하겠다는 게 요지다.
금감원과 예보, 회계법인 인력 등 300여명으로 구성된 20개 경영진단반을 투입해 각각 4~5개 저축은행의 경영지표를 특별점검한 뒤 회생지원 여부를 결정한다는 것이다.
◆ 구조조정보다 '연착륙'에 무게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이날 "85개 저축은행 경영진단 및 후속조치가 발표되는 9월 하순까지는 부실을 이유로 저축은행에 대한 영업정지 조치를 부과하지 않겠다"면서 "이번 방안은 저축은행에 예금자의 불안을 해소해 금융시장을 안정시키는 데 초점이 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이어 "급격한 예금인출이 없다면 영업정지는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 1% 미만이고, 부채가 자산을 초과하며 경영개선계획이 불승인 되는 예외적인 경우로 제한한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김 위원장과 금융위의 대책은 대대적인 수술보다는 연착륙에 더 무게를 두고 있다.
실제로 3월말 기준 저축은행의 연체율은 15.8% 수준으로 매우 심각한 수준이었다. 특히 부동산관련 대출의 연체율을 20.4%로 지난해 말보다 오히려 2.4%포인트 상승했다. 지난 1분기 중 저축은행들이 '뱅크런(대량예금인출)' 사태를 겪으면서 예수금도 2조원 가까이 급감한 실정이다.
상황이 이런 데도 금융위는 상반기 중 구체적인 대안을 내놓지 못하다가 하반기에야 조건부 구조조정 방안을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이미 부동산 PF대출 부실로 '만신창이'가 됐는데도 수술은커녕 진통제 처방만 고집하고 있는 셈이다.
◆ 지나친 회생기회 부여…차기정부로 '폭탄 돌리기?'
금융위가 3분기 중 경영진단을 실시할 85개 저축은행 중 구조조정 대상은 과연 얼마나 될까. 지금까지 건설업을 비롯해 기업구조조정을 추진해 온 금융당국의 의지로 볼 때 이번 저축은행 구조조정 역시 유명무실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는 경영진단 결과에 따라 선별적인 지원을 실시할 방침이지만, 저축은행에 회생기회를 지나치게 많이 부여하고 있어 구조조정 효과가 거의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경영진단 결과 BIS비율이 5% 이상인 경우에는 재무건전성 제고를 위해 상환우선주 형식으로 자본확충을 지원할 방침이다. 또한 BIS비율이 3~5%인 경우는 6개월, 1~3%인 경우에는 1년 동안 정상화 기회를 부여할 방침이다.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실시하겠다'던 당초의 의지는 사라지고 변별력 없는 구조조정 방안만 남은 셈이다. 이는 현 정부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연착륙'을 핑계로 다음 정부로 책임을 떠넘기려한다는 해석도 나온다.
이에 그동안 PF대출을 지양하고 건전성 관리에 심혈을 기울여온 저축은행들은 내심 불만이 적지 않다.
저축은행의 한 관계자는 "그동안 건전성 관리를 잘 해온 저축은행과 그렇지 못한 저축은행 사이에 큰 차이점이 없다"면서 "정부가 저축은행에 대한 구조조정 의지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이번 기회에 부실한 저축은행들을 대거 솎아낼 수 있도록 금융위와 금감원이 보다 적극적인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는 게 금융권의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