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이기석 기자] 국내 소비자물가가 1년 반여만에 2%대로 떨어지면서 정부의 입가에 미소가 생겨나고 있다.
지난해 최고 4.7%까지 급등세를 보이면서 연간으로 금값을 제외하고 겨우 4.0%에 턱걸이했던 처지가 크게 달라졌기 때문이다.
일자리 창출과 더불어 서민생활 안정이 올해 경제정책의 주된 목표이고, 서민생활의 안정의 핵심이 바로 물가 안정이라는 점에서 호재 중의 호재이다.
최근 유로존 재정위기가 수그러들면서 국제금융시장이 안정감을 찾으면서 국내 금융시장도 변동성이 완화되면서 비교적 순조로운 흐름을 유지하고 있다.
여기에 국내 물가가 급등 사이클에서 벗어나 3%대 하향세를 보이다가 2%대로 낮아졌고 정책효과가 뚜렷이 작용됐다는 점에서 당국이 제 역할을 하고 있다는 평가도 들을 수 있게 됐다.
그렇지만 국제유가가 여전히 급등세를 보이고 있고 농축수산물 가격도 불안한 상황이라서 아직 안심할 수 없다는 게 정부당국의 판단이다.
국제유가 급등세가 석유류 가격의 상승은 물론 공업제품, 전기수도가스 교통관련 요금 등 파급되고 제반 비용 상승으로 인해 서비스 가격의 인상압박도 커지기 때문이다.
기획재정부의 주형환 차관보는 “3월중 소비자물가가 2.6%로 19개월만에 처음으로 2%대로 떨어졌다”며 “기업 등 국민여러분들과 자치단체와 정부가 모두 함께 노력한 결과”라고 기뻐했다.
그렇지만 주 차관보는 “향후 물가여건은 국제유가, 농산물 가격불안 등 불활실성이 많다”며 “한시도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경계했다.
◆ 소비자물가 2%대 하락, 일회성 정책효과와 기저효과 영향 크다
그렇지만 국내 소비자물가가 2%대로 하락한 것은 호재임에는 틀림없으나 일회성 정책효과와 기저효과가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국내 물가가 2%대의 하향 안정세가 지속될 수 있느냐는 것에 대해 회의적이라는 것이다.
3월 물가 하락의 큰 요인은 ▲ 지난해 급등했던 축산물 가격의 급락이 큰 가운데 ▲ 대기업 일감 몰아주기나 골목상권 침해 비판 등에 따른 대형마트 및 SSM의 할인판매로 가공식품과 내구재가 하향세를 보였다는 점이 크게 작용했다는 것이다.
여기에 ▲ 정부의 보육료, 유치원 납입금, 무상급식 확대 등의 정책효과가 크게 작용했고 ▲ 지난해 연중 4.7%까지 급등했던 상황이었기 때문에 올해 물가 상승률은 부정적 기저효과에 따라 크게 오르기 힘들다는, 이른바 기저효과가 컸다는 것이다.
재정부 박재완 장관도 2일 광주 중소기업 현장 방문 정책투어에서 “물가가 작년에 비해 안정세에 있는 것은 맞다”면서도 “보육하고 등록금 등 정책효과가 0.5%포인트나 크게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이어 박 장관은 “대형마트들이 전통시장과 경합하면서 비판을 당하자 자구책으로 할인행사를 많이 한 영향도 있다”며 “또 작년에 구제역으로 돼지고기값이 높았는데, 기저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지만 박 장관은 “국제유가가 오른 것이 시차를 두고 반영할 수 있어 여전히 안심할 사안은 아니다”면서도 “4월부터 보험료 약값 등 인하될 품목도 있어 작년과 같은 고물가나 전월세 상승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은행의 이재랑 물가분석팀장도 “1~4세의 보육시설 이용료를 정부가 지원하면서 물가가 예상보다 낮게 나왔다”며 “1/4분기 평균을 3.4%로 예상했었는데 이보다 낮은 3.0%로 집계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팀장은 향후 2%대의 물가상승률 유지와 물가 전망치 수정 여부에 대한 질문에 대해서는 “유가 상승률을 감안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대증권의 이상재 이코노미스트는 “2월중 소비자물가가 하락한 것은 보육료 인하 등 일회성 정책효과의 영향과 기저효과가 컸던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상재 이코노미스트는 “지난해 물가가 많이 오른 기저효과가 앞으로도 작용할 것"이라며 "소비자물가가 2%대로 레벨다운이 됐다 하더라도 물가의 하향안정세가 지속성을 갖는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 국제유가 여전히 복병, 4월 총선거 이후 대책 필요
실제로 통계청(청장 우기종)이 2일 내놓은 <2012년 3월 소비자물가동향> 자료를 보더라도 3월중 물가가 전년동월비 2.6% 상승한 것 중에서 상품 부문이 물가 상승을 주도하고 있다.
축산물이 10% 이상 급락했지만 농산물은 9.4% 급등세를 지속했고, 석유류 6.0% 급등세로 공업제품이 4.0%나올랐으며, 전기수도가스요금도 5.7%나 올랐다.
서비스 부문에서는 공공 및 개인서비스 요금이 0.7%밖에 오르지 않았지만 전월세값을 대변하는 집세가 4.9%나 급등, 생활고가 지속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에 따라 국제유가 급등세는 여전히 물가불안 문제의 핵심 문제이고 국제유가가 하락하지 않고서는 석유류와 큰 영향관계가 있는 기대인플레이션 역시 떨어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 역시 소비자물가와 체감물가의 괴리가 석유류, 식료품 및 외식요금 상승 때문에 발생한다는 진단을 내놓았다.
한은은 2일 발표한 '통화신용정책보고서'를 통해 "높은 체감물가는 가계의 소비 생활과 밀접한 석유류, 식료품 등의 가격과 외식요금이 높은 오름세를 지속한 데 주로 기인한다"고 분석했다.
기대인플레이션이 떨어지지 않는다는 것은 체감물가가 높다는 것 때문이므로 지표와 실제 체감도의 괴리가 커지면서 정책불신을 조장할 우려가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석유류 가격 안정을 최대 과제로 꼽고 알뜰주유소 확산 등을 통해 독과점 및 유통시장 구조를 재선하고 유통마진 분석 등을 통해 시장경쟁을 촉진하는 데 주력할 계획이다.
특히 기대인플레이션, 체감물가 안정을 위해서는 서민들의 구입빈도가 높은 농산물 등 채소류 등 생활물가 안정에 주력할 방침이다.
재정부의 주형환 차관보는 “현재의 물가수준에 안주하지 않고 서민생활의 부담완화와 선진물가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최선의 노력을 경주할 것”이라며 “특히 4월 총선거 이후 유가과 원자재가격 상승이 서비스와 공업제품 등에 점차 반영될 것에 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이기석 기자 (reuhan@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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