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月 천억 부담 없고, 금리 임의조정 가능해
[뉴스핌=김선엽 기자]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시장성CD 발행 활성화 방안에 대해 은행들과 단기자금시장 관계자들이 엇갈린 반응을 보이고 있다.
지난 22일 금융위원회는 '단기지표금리 개선 관련 논의현황 및 향후 추진계획'을 통해 은행들이 CD 발행 활성화를 위해 CD를 월평균 잔액이 총 2조원 수준에서 유지될 수 있도록 협의를 했다고 밝혔다.
금융위는 이에 따라 CD시장이 과거 수준의 평잔을 유지하게 되면서 CD금리의 유효성이 제고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이에 대해 은행들은 내심 반기는 분위기다. 개별 은행이 지게 될 부담은 크지 않고, CD금리를 은행들이 다시 임의적으로 조정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됐기 때문이다.
반면 단기자금시장에서 불평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CD가 대량으로 발행됨에 따라 단기자금을 유용할 기회는 생겼지만 대신 불공정한 게임이 펼쳐질 수 있다는 우려다.
◆ 각 은행 매달 400억~1200억원 발행할 듯
금융위의 권고에 따라 매월 CD시장의 발행잔액이 2조원으로 유지되기 위해선 은행 전체가 CD를 6000억~7000억원 가량(3개월물 기준) 발행해야 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이번 CD발행 협의엔 시중 주요은행과 함께 CD연동 대출을 갖고 있는 몇몇 특수은행도 포함된다.
따라서 각 은행들이 매달 의무적으로 발행해야 하는 CD물량은 약 400억~1200억원 사이가 될 것으로 보인다. 개별 은행이 보유하고 있는 CD연동 대출 규모에 따라 은행별로 부담할 물량이 결정될 전망이다.
이에 대해 은행권은 대체로 환영하는 분위기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최근 자금이 잉여상황이긴 하지만 매달 1000억원 정도의 CD발행은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금융당국과 대출자의 기대 만큼 CD금리가 하락할 지는 미지수다.
금감원에 따르면 은행권 전체의 CD연동 대출 규모는 327조원에 이른다. CD금리를 가능한 한 높게 유지하는 것이 은행에게 큰 이익을 가져다 준다. 대신 CD금리를 시장 균형보다 0.1%포인트 높게 발행한다고 해도 은행이 입게 되는 손해는 1000억원 발행 시 2500만원 정도에 불과하다.
증권사의 한 채권 매니저는 "은행 입장에선 높은 금리 수준에서 CD를 발행해도 별 손해가 없을 것이므로 그냥 전일 고시금리로 발행할 것 같다"고 말했다.
자산운용사의 한 관계자는 "여전히 은행들로선 CD 금리를 그리 많이 내리고 싶지 않을 것"이라며 "월 1000억원 정도에 대해선 금리 조절이 가능할 것 같다"고 전망했다.
결국 현재로선 금융당국이나 대출자 모두 은행의 '선처'를 바라는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 고금리 CD에 수요 넘쳐, "받으면 로또"
CD금리가 시장의 균형금리보다 높게 유지됨에 따라 최근 CD발행엔 엄청난 수요가 몰리고 있다.
SC은행과 국민은행이 각각 지난 21, 22일 실시한 CD발행에도 상당히 많은 자금이 몰렸다고 시장 참여자들은 전한다. 때문에 운 좋게 CD를 받으면 '로또(당첨)'라는 분위기다.
채권시장의 한 관계자는 "최근 CD를 민평 수준에서만 발행해도 마감까지 걸리는 시간은 15초 정도"라며 "아이돌 콘서트의 표 팔리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발행기관이나 중개인의 재량이 확대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CD가 시장 균형금리보다 높은 수준에서 발행되므로 자신들이 원하는 특정한 기관에게 넘길 수 있는 여지가 생기기 때문이다.
단기자금시장의 한 관계자는 "발행기관이 CD발행 정보를 미리 중개사에게 준 다음 원하는 중개사가 먼저 들어왔다며 넘길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발행은행의 담당자 입지가 올라갈 것"이라며 "얼마 전 CD발행이 한참 없을 때 모 은행 발행 담당자의 위세가 대단했다"고 전했다.
CD발행이 정상적인 시장원리에 의하지 않고 금융당국의 사실상 강요에 의해 진행되는 이상, CD시장이 정상화 되기까진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는 게 업계 전문가들의 일반적 예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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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김선엽 기자 (sunup@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