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家 유산소송 '후폭풍' 관측
-1500억 규모 해상포워딩 부문 삼성SDS로 이관 완료
-항공포워딩도 지속적 물량 축소..현지 내수는 일단 유지
-시장 일각, CJ GLS 기업가치에 영향 미칠까 우려도
[뉴스핌=이강혁 기자] 삼성과 CJ 간 갈등이 최고조에 이르고 있다. 이맹희 전 제일비료 회장과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형제간 삼성가 상속소송 이후 각종 비즈니스 단절이 상호 은밀하게 차근차근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유수 그룹인 삼성과 CJ가 선대 회장의 유산상속소송전후로 혈연적인 토대를 뒤로하고 사업적인 측면에서 거리를 두는 배경과 그 파장에 대해 재계안팎에서는 지대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두 그룹 오너 경영진의 의중이 무엇이든지 간에 삼성과 CJ의 비지니스 마찰은 국내 재벌가에 많을 걸 시사하기 때문이다.
최근 삼성이 CJ의 물류사업에 강한 압박을 가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삼성과 CJ의 영향력차원에서 이번 삼성의 공격은 파과력있는 카운터 펀치로 주변에서는 평가한다.
삼성은 CJ에 맡기던 동남아시장 물류거래의 절반 가까이를 지난 6월 이미 거둬간 것으로 복수의 경로를 통해 드러났다. 삼성은 특히 동남아 지역 해상물류 부문에서 지난 6년여동안 이를 맡아왔던 CJ측을 손을 떼게했다.
삼성과 CJ, 모두 이 문제와 관련해서는 공식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갈등 양상이 부각되는 것은 부담스럽다는 의중으로 읽힌다.
하지만 삼성 내부에서는 '당연한 조치'라는 분위기가 역력하고, CJ 내부에서는 '매정한 삼성'이라는 성토가 나오고 있다. CJ에게는 그만큼 유-무형적 피해가 클수 밖에 없는 삼성의 역습이기 때문이다.
21일 관련업계와 범삼성가 관계사 등에 따르면 삼성과 CJ 간 해외물류 거래는 지난 2006년부터 6년 이상 꾸준히 이어져 왔던 부분이다.
삼성의 해외물류 전량은 아니지만 삼성전자 등의 동남아 물량 대부분은 범삼성가의 대표적인 물류회사를 운영하는 CJ가 누구보다 우선한 비즈니스 파트너였던 것이다.
그동안 삼성에서는 삼성전자, 삼성전기, 삼성물산 등 대표 계열사들이 CJ GLS에 동남아시장 물류를 맡겨왔다. 이중 삼성전자가 총 3800여억원 규모(올해 기준)로 CJ 측과 가장 큰 거래를 유지해 왔다. 삼성전기와 삼성물산의 거래물량은 수백원대의 비교적 소규모다.
삼성이 CJ와의 동남아시장 물류거래 물량을 빠르게 거둬간 것은 삼성가 상속소송이 본격화된 지난 2월 이후다. 삼성전자는 CJ GLS에 맡기던 해상포워딩(선박 운송) 물량의 90% 이상을 지난 6월까지 삼성SDS로 이관 완료했다. 금액만 약 1500억원 수준이다.
양사간 해상포워딩 계약의 기간은 올해 12월 말까지 유효한 상태다. 현재 이 부문에서는 미주와 중국 물류 일부만 유지되고 있다. 삼성이 계약 만료를 6개월이나 남겨둔 시점에서 거래를 사실상 중단한 셈이다.
삼성전자는 CJ GLS와 거래하고 있는 항공포워딩(비행기 운송)의 경우도 현재 지속적으로 물량을 줄이고 있다.
이미 외국계 물류회사인 디메르코, EI, KGL 등으로 일부 물량의 이관은 완료됐다. 이 역시 올해 연말까지가 계약기간으로, 약정의무가 남아있는 일부 물량만 기간을 채우는 형태로 파악된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가 CJ GLS와 유지하고 있는 물류거래는 사실상 동남아 국가 안, 즉 육상 물량이 전부가 됐다.
해상, 항공, 현지 내수 등 총 거래물량을 놓고 보면 현지 내수(육상) 비중은 25~29% 수준에 불과하다. 이는 현지 사정상 삼성이 물류 인프라를 단기간 내에 구축하기 어렵다는 특성에 따른 조치로 풀이된다.
업계에서는 당분간 삼성전자와 CJ GLS와의 동남아 물류거래는 현지 내수 정도만 유지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 계약은 내년 3월말까지다.
삼성SDS 관계자는 "신성장 차원에서 해외 물류IT서비스 사업을 확대하겠다는 것이 계획이고, 동남아시장을 시작으로 미주와 유럽 등으로도 사업 확대를 본격화할 예정"이라며 "그룹 계열사 물량을 가져오는 것은 이런 차원"이라고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삼성SDS는 1000억원대 투자를 통해 물류관리시스템인 '첼로'를 개발한 바 있다. 지난 6월에는 물류 자회사인 EXE C&T를 흡수합병하면서 물류IT서비스 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상태다. 현재는 삼성 계열사 물류 물량이 전부이지만 향후 수주경쟁도 본격화할 예정이다.
삼성의 이런 움직임에 CJ는 사실상 공황 상태에 빠졌다.
삼성전자와 거래하던 해상과 항공 물량이 사라지면 내년 해외부문 매출은 반토막이 불가피해서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등에 따르면 CJ의 물류 해외부문 매출은 CJ GLS와 CJ대한통운을 합쳐 8800여억원 수준이다. 이 가운데 삼성과 거래하던 CJ GLS 물량 3800여억원은 총 해외매출에서 44% 규모다. CJ GLS만 놓고 보면 해외매출의 60% 비중을 훌쩍 넘어선다.
이미 삼성SDS로 이관이 완료된 해상포워딩 물량이 CJ GLS 해외매출에서 약 39%를 차지한다는 점에서 현재로써도 3/4분기 매출부터는 급격한 하향곡선이 예상된다.
여기에 항공포워딩(약 30% 비중) 부분까지 지속적으로 물량이 줄고 있는 상태를 감안하면 내년 삼성과의 거래를 통한 매출 예상액은 1000억원까지도 떨어질 수 있는 상황이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이에 대해 "CJ GLS의 기업가치에는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부분으로 CJ대한통운과의 합병에서도 여러 어려움을 줄 수 있다"면서 "다만 대한통운과 합병이 이루어지면 전체 매출 사이즈는 올라가기 때문에 장기적으로는 큰 문제라고 보지 않는다"고 견해를 나타냈다.
한편, CJ 측의 삼성 계열사와의 거래 단절도 빠르게 진행 중이다.
CJ는 지난 2월 이맹희 전 제일비료 회장 등이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을 상대로 상속소송을 제기한 이후 삼성 직원이 이재현 CJ 회장을 미행하자 보안상 이유를 들어 삼성 계열사인 에스원과의 보안시스템 계약해지를 단행한 바 있다.
또, 이후에도 삼성 계열사인 제일기획과 진행하던 광고기획을 현대차그룹 계열사인 이노션으로 이관하는 등 비즈니스 거래 단절을 가속화하고 있다.
재계의 한 인사는 "삼성이 최근 CJ와의 물류거래를 중단한 것은 사업적인 전략이기도 하지만 평소 관계를 고려하면 CJ에 상당한 데미지를 주는 강력한 대응차원으로도 보인다"면서 "이제는 양사 간 갈등구도가 곳곳에서 다양한 형태로 표출될 수 것으로 예상한다"고 우려감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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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이강혁 기자 (ik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