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력 사업부문 대대적 매각 '사상 초유'
[뉴스핌=강필성 기자] “이번 결정은 단순한 외형 규모에 집착하지 않고 견실한 미래를 선택한 것입니다.”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의 말이다. 그는 동양그룹 창사이례 처음이라고 해도 좋을 만큼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발표하기 앞서 이같이 말하고 발표안을 승인했다.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 |
12일 동양그룹 등에 따르면 이번 동양그룹의 사업부문 매각은 현 회장의 강한 추진력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동양그룹 내부에서는 반년 전부터 미래 성장 로드맵과 구조조정에 대한 실행 조직이 구성됐다. 이 조직의 공식명칭은 고사하고 존재를 아는 동양그룹 사람도 많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심지어 이날 동양그룹이 재무구조 개선 및 에너지사업 집중 계획을 내놓을 때까지 동양의 사장단 중 일부는 아예 내용도 파악하지 못했을 정도다.
현재현 회장이 이처럼 비밀리에,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결심하게 된 것은 그야말로 뼈를 깎는 작업이었다는 것이 동양그룹 안팎의 이야기다.
동양그룹 사정에 밝은 관계자는 “2년 전까지만 해도 동양그룹의 재무구조 개선은 손에 쥔 것을 포기하지 말고 극복하자는 분위기가 지배적이었다”며 “하지만 올해들어 화력발전 분야에서 미래성장성을 보고 뼈를 깎는 마음으로 체질 개선을 검토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특히 웅진그룹의 사례는 반면교사((反面敎師)였다. 웅진그룹은 자회사 매각 도중에 지주회사를 비롯한 주요 계열사가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하면서 막대한 주주피해는 물론 지금까지 쌓아왔던 시장의 신뢰를 한 순간에 잃었다.
수년째 재무악화에 따른 고민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동양그룹 입장에서는 아예 무관한 일이 아니었다. 현 회장이 뼈를 깎는 심정으로 과감한 결정을 내린 이유다.
현 회장은 “로드맵을 바탕으로 현재 준비 중인 모든 작업을 시장상황 및 거래조건 등을 감안하여 스케줄에 따라 신속하게 진행하겠다”라며 “사안별 구체적인 성과에 대해서는 즉시 시장과 소통하여 신뢰를 높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동양그룹 내부에서는 이미 비공식적으로 건재부문과 가전부문의 매각 대상을 물색해 어느 정도 매각에 대한 의향을 확인, 가격을 조율하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때문에 매각주관사가 선정되더라도 인수의향서를 접수하기 보다는 실사 등 매각 절차로 착수할 가능성이 높다.
업계에서는 매각절차가 진행될 예정인 건재·가전부문의 가격을 약 1조원으로 추산하고 있다. 매각 과정에서 이같은 예상 가격이 어떻게 조정될지도 관전 포인트다.
동양그룹은 이 외에도 시멘트, 화력발전을 제외한 사업부문 매각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내년 상반기까지 총 2조원의 자금을 확보할 계획이다.
[뉴스핌 Newspim] 강필성 기자 (feel@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