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9·K3이어 신형카렌스마저…리더십부재 지적
지난 3월 출시된 기아차 `올 뉴 카렌스`.(사진 = 기아차 제공) |
기아차는 2일 올 뉴 카렌스 7인승 디젤 모델을 전격 출시했다. 지난 3월 출시한 신형 카렌스 판매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자 승차인원을 늘린 7인승 모델을 전격 투입한 것이다.
올 뉴 카렌스는 기아차가 지난 2006년 이후 7년만에 풀체인지 모델로 내놓은 다목적차량(MPV)으로, 5인승 디젤과 7인승 LPG 두 가지 모델로만 나왔었다.
올 뉴 카렌스는 지난달 국내에서 1512대가 팔렸다. 이는 당초 월 판매목표(2100대)에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실패한 차로 전락한 K9과 K3의 전철을 밟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출시 1년을 맞은 기아차 플래그십 세단 K9은 최첨단 기술과 편의사양이 대거 적용됐음에도 불구하고 월 판매대수가 500대 수준에 머물며 실패한 명차라는 불명예를 안았다.
작년 하반기 출시된 K3도 올 들어 월 평균 4700대 수준의 판매를 기록하며 당초 목표(5000대)에 미달하고 있다. 잘 나가던 K5 역시 올 들어 판매가 40% 급감하며 기아차 위기설을 부채질하고 있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신차 실패는 실적 뿐만 아니라 장기적으로 브랜드 이미지에도 큰 타격을 입힌다”며 “K9을 시작으로 한 잇따른 신차 실패로 기아차 위기설이 부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잇따른 신차 실패는 실적악화로 이어지고 있다. 기아차의 올 1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35.1% 감소한 7042억원으로, 현대차그룹 주요 계열사 가운데 가장 저조한 성적을 거뒀다. 엔저 등 환율 쇼크와 생산차질이 가장 큰 원인이지만, 신차 실패도 적지 않은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기아차 위기의 원인으로 업계에서는 리더십의 부재를 지적한다. 디자인 경영으로 기아차를 부활시킨 정의선 부회장이 2010년 현대차로 자리를 옮긴 이후 지속성장을 이끌만한 리더십이 눈에 띄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정의선 부회장 이후 전문 경영인들이 기아차를 이끌고 있지만, 정 부회장이 기아차를 이끌 때만큼의 강력한 리더십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며 “신차 개발 및 출시, 마케팅 등에서 신속하고 과감한 의사결정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기아차 부활을 이끌었던 핵심인력들이 대거 빠져나간 점도 아쉽게 느껴지는 대목이다.
김용환 부회장(전략기획총괄), 신종운 부회장(생산개발담당), 김충호 사장(업무총괄), 정진행 사장(전략기획담당) 등 현재 현대차 핵심 경영진들은 정의선 부회장이 기아차 사장 시절 같이 일했던 인물들로, 정 부회장과 함께 현대차로 이동했다.
정성은 전 기아차 부회장 등 기아차 부활을 전후해 대표이사를 맡았던 경영진 역시 자의반 타의반으로 현재는 기아차에 남아있지 않다.
업계 관계자는 “정의선 부회장이 같이 일했던 주요 인력들이 현대차로 같이 이동하며 주요 의사결정에서 기아차가 서자취급을 받고 있다”며 “기아차 최대 경쟁자가 사실상 현대차라는 점에서 불공정한 게임이 진행되고 있는 셈이다”고 지적했다.
[뉴스핌 Newspim] 김홍군 기자 (kiluk@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