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김사헌 기자] 칠레 국민들은 부자 증세와 의료와 교육 그리고 사회안전망 개혁을 외친 중도좌파의 미첼 바첼레트 전 대통령을 다시 선택했다. 그러나 바첼레트가 소속된 '새로운 다수당(누에바 마요리아(Nueva Mayoria))'은 의회 선거에서 과반을 획득했으나 2/3 의석을 차지하는 압도적인 다수당이 되는 데는 실패, 개혁 추진이 그리 쉽게 이루어지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17일 치러진 칠레 대통령 선거에서 중도좌파 미첼 바첼레트(62세) 전 대통령(2006~10)이 다른 후보들을 압도적으로 누르고 최다 득표했다. 과반 득표에는 실패해 12월 15일에 결선 투표를 치러야하지만, 결선에서는 베첼레트 후보가 쉽게 이길 것으로 예상된다.
바첼레트 후보는 교육과 보건, 사회안전망과 조세에 대한 대대적인 개혁을 약속해 국민들의 지지를 얻어냈다. 99%의 개표가 이루어진 가운데, 바첼레트의 특표율은 46.7%를 기록, 2위를 기록한 보수우파 '알리안사'의 후보 에벨린 마테이(60세)의 25%와 큰 격차로 승리했다. 마테이 후보는 지난 정권에서 노동부장관을 역임했으며, 선거 기간 중 고속 성장과 저실업을 위해 증세가 아닌 친 기업 정책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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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11월 17일 산티아코 샌프란시스코호텔 앞 광장에 운집한 지지자들의 선거승리 축하에 화답하는 미첼 베첼레트 중도좌파 신다수당연합 후보. [사진=Xinhua/뉴시스] |
그는 9명이나 되는 복수의 후보가 난립한 이번 대선에서 과반 특표가 쉽지 않을 것은 이미 자명한 사실이었다면서, "12월 선거에서 분명히 승리해서 사회적 개혁과 전환 프로그램을 향해 나아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결선 투표에서 바첼레트 후보가 다시 압도적으로 승리하면서 다시 집권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2010년까지 대통령직을 수행하고 물러날 때 지지율이 84%나 됐던 바첼레트 씨는 연임 금지 규정에 따라 그 다음 대선에는 나오지 않았고, 대신 유엔(UN) 산하 기구인 유엔 여성(UN Women)의 첫번 째 이사직을 맡았다가 올해 3월 그만둔 위 다시 칠레 정계로 복귀, 중도좌파인 '누에바 마요리아'의 후보로 낙점됐다. 이 새롭게 확대된 좌파연합에는 사회당과 기독교민주당, 민주사회당, 급진당 등을 중심으로 좌파정치세력이 대거 참여해 앞서 바첼레트의 집권 당시 기반이던 중도좌파 연합인 '콘세르타시온(Concertation)'에 비해 저변을 넓혔다.
한편, 이번 선거는 칠레 국민에게 군사독재의 어두운 시절에 대한 평가의 의미도 가지는 것으로 분석된다. 결선을 치르게 될 보수우파 '알리안사(Alianza)'의 마테이 후보는 어렸을 때 바첼레트 후보와 같이 가족끼리 친한 친구로 자랐지만 1973년 군사 쿠데타 이후 서로 다른 길을 걷게됐다. 마테이의 아버지는 바첼레트의 아버지와 함께 피노체트 정부가 들어설 때 공공 장성이었지만, 바첼레트의 아버지는 축출된 아옌데 전 대통령 편에 섰다가 고문 끝에 옥사했다. 이에 비해 마테이의 아버지는 피노체트의 쿠데타를 지지하며 군사학교를 맡는 등 승승장구했다.
칠레 국민들은 피노체트 독재시절에 부와 권력이 소수의 손에 집중되고 수도국과 연기금, 학교가 민영화된 것, 토지개혁을 중단한 것, 교역장벽을 낮추고 임금을 깎는 등 자유시장 정책에 대해 불만이 높았다. 세계 최대 구리 생산국인 칠레는 빠른 경제성장과 낮은 실업률로 주변국의 부러움을 샀지만, 최근에는 급격한 빈부 격차와 교육시스템 문제에 대한 불만으로 시위가 끊이질 않았다.
[뉴스핌 Newspim] 김사헌 기자 (herra7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