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 원하는 건 화해 vs 부당한 점 많다..최후 변론
▲(왼쪽부터)이맹희 전 제일비료 회장과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
[뉴스핌=이강혁 기자] 고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의 유산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이맹희씨(84·전 제일비료 회장)와 이건희(73) 삼성전자 회장 간 상속소송 항소심 결심공판이 6일 열렸다.
이날 맹희씨 측은 "삼성그룹 경영권에 관심없다"면서 삼성에버랜드에 대한 소송을 취하했다. 하지만 이 회장에 대한 청구는 그대로 유지해 총 9400억원대의 상속재산은 최종 선고로 판가름 나게 됐다.
이에 대한 재판부의 선고는 다음달 6일로 예정됐다. 다만 에버랜드에 대한 청구액은 수백억원에 불과해 최근 맹희씨가 제안한 화해조정을 성사시키기 위한 일종의 제스처로도 보이는 대목이다.
서울고법 민사14부(부장판사 윤준)는 14일 오후 맹희씨 측이 이 회장과 삼성에버랜드 등을 상대로 낸 주식인도 청구소송의 결심공판을 열고 다음달 6일 오전 10시 선고기일을 열기로 결정했다.
이날 맹희씨 측 변호인단은 "에버랜드를 상대로 청구했던 삼성생명 차명주식과 이익배당금에 대한 청구를 취하한다"며 "이건희 회장이 선대회장 사후 무상증자로 취득한 삼성전자 차명주식에 대해서도 청구를 포기한다"고 밝혔다.
맹희씨 측은 그러면서 "맹희씨가 삼성그룹의 경영권을 노린다는 오해가 발생하고 있다"며 "경영권을 노린다는 오해를 막기 위해 당초 청구 가능한 상속재산 전부에 대해 제기했던 소송을 일부 취하한다"고 부연했다.
이에 따라 맹희씨가 상속권을 주장하는 재산은 이 회장이 선대 타계이후 상속받은 삼성생명 차명주식 425만여주와 삼성전자 차명주식 33만여주, 이로 인한 배당금 513억원 등 총 9400억원이다.
맹희씨는 또 이날 변호인을 통해 친필 서명이 적힌 편지를 마지막 발언으로 내놔 눈길을 끌었다.
맹희씨는 "아버지가 돌아가신 직후 건희가 한밤중에 찾아와 '모든 일을 제대로 처리할 테니 조금만 비켜있어 달라'고 했다"며 "형수와 조카들은 본인이 잘 챙기겠다는 부탁을 들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하지만 건희가 저희 가족에게 한 일을 나중에야 알게 됐고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며 "동생을 만나 대화를 통해 모든 것을 복원하려 했으나 상속을 포기하라는 서류를 받게 됐고, 재판이라는 어려운 결정을 했다"고 전했다.
맹희씨는 재판장에게 "화해라는 것은 매우 간단하다"며 "제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건희와 만나 손잡고 마음으로 응어리를 풀자는 것"이라고 호소했다.
그는 끝으로 "해원상생(解寃相生)의 마음으로 묵은 감정을 모두 털어내어 서로 화합하며 아버지 생전의 우애 깊었던 가족으로 다시 돌아가고 싶다"며 "저는 아직도 진정한 화해라는 꿈을 꾸고 있다"고 맺었다.
이에 대해 이 회장 측 변호인단은 "에버랜드에 대한 소취하는 동의한다"면서 "다만 원고가 감정적인 말을 많이 했지만 근본적으로 부당한 점이 많다"고 최후 변론했다.
이 회장 측은 "유산은 선대 생전에 분재가 완료된 것이고 삼성그룹의 경영에 필요한 재산은 이 회장에게 물려주라는 유지에 따라 정리됐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어 "차명주식의 존재를 원고가 모른다 할 수 없다"며 "장,단기 재척기간이 모두 도과해 이번 소는 각하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다만, 이와 관련 이 회장 측 한 변호인은 재판 이후 "(맹희씨) 진정한 뜻이 확인이 되면 가족간 화해의 분위기는 이루어질 수 있겠지만 선고가 잡혀있는 만큼 (협의조정하는) 그런 일은 없을 것으로 본다"고 잘라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이강혁 기자 (ik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