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發 증시 상승 부담에, 선물 매수로 '저울질'
[뉴스핌=정경환 김현기 이준영 기자] 외국인이 14일 코스피를 급습했다. 한동안 순매도 흐름이었고 원/달러 환율도 내리는 상황이었는데 예상 밖의 순매수로 지수를 27.90포인트(1.41%)나 상승시키며 2010포인트까지 끌어올렸다. 시장에서는 “왜”보다 외국인의 ‘매수전략’을 더욱 궁금해하는 분위기다.
이날 코스피 2010포인트는 지난해 증시 마지막 날인 12월 30일 2011.34 이후 최고치다. 최근 5거래일 동안 3.66%오르며 조금씩 상승하더니 14일 방점을 찍은 결과다.
윤창보 INJ투자자문 운용부문 대표는 "고비는 넘어가는 느낌"이라며 "오늘은 외국인 매수세가 확산된 영향이 컸던 것 같다"고 분석했다.
그 동안은 외국인 매매가 삼성전자 등 몇 종목에 국한돼 있었는데, 오늘은 매수세가 다른 종목으로도 골고루 퍼졌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증시 상승세의 도화선이자 터닝포인트가 됐다. 그 증거가 선물시장에서 외국인이 매수세에 나선 것인데, 삼성전자 주가가 현물시장을 자극하자 선물로 눈을 돌린 것이다.
외국인은 이날 코스피시장에서 3413억원 어치 사들였고, 선물에선 1만908계약 순매수했다. 코스피에선 2일, 선물에선 3일 연속 순매수하며 각각 5500억원, 1만9200계약 사는 중이다.
최창규 우리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선물 외국인 매수 반전의 터닝포인트는 삼성전자였다"면서 "삼성전자가 최근 급등하면서 외국인이 선물 매수에 나서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외국인이 이머징 마켓에 대해 대체로 부정적이었는데, 삼성전자가 오르니 그간 비워뒀던 삼성전자 및 한국 증시 비중을 채워야 했다는 것. 사들이기 시작하면 주가가 올라 부담스럽기에 현물이 아닌 선물 매수로 나섰다는 설명이다.
최 연구위원은 "선물을 사니 베이시스가 좋아지고, 그에 따라 프로그램 매수가 유입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외국인이 증시 추가 상승에 부담을 느껴 선물을 매수한 덕에, 코스피 바닥은 단단해지고 그 수준도 올랐다는 분석이 나온다.
박성현 한화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아직은 장기 박스권으로, 트라이앵글 수렴 형태"라며 "저점은 올라 가고, 고점은 제한되는 모습"이라고 전했다.
그는 다만, "주가지수가 반등을 하긴 했지만, 우리 증시의 밸류에이션은 여전히 매력적인 상태"라고 덧붙였다.
◆ 수급 면에서 아직.. 주도업종 애매
하지만 외국인 매수가 추세로 자리잡길 기대하기엔 아직 무리라는 관측이다. 상승동력을 정확하게 꼬집어내기 어렵고 수급 불안도 해소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주도주가 등장하지 못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김형렬 교보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외국인 입장에선 선진국의 기대수익률이 예전같지 않고, 국내 증시의 변동폭도 줄어든 만큼 한국처럼 매력적인 시장도 드물다고 생각한다"면서도 "그들은 선진국과 신흥국 간의 무게 비중을 두고 투자를 하기에 추세적인 흐름으로 보기엔 아직 이르다"라고 판단했다.
최 연구위원은 "최근 단기간에 많이 샀고, 지수도 2000포인트에 왔다"면서 "외국인이 더 사들이기 보다는 눈치를 보며 숨 고르기에 들어갈 가능성이 커 보인다"라고 짚었다.
천원창 신영증권 연구원은 "주식형 펀드 환매가 완화 추세이고 모멘텀 상으로 2000p 대가 조금 더 유지될 수 있을 것"이라며 "하지만, 이머징에 대한 투자심리가 뚜렷히 개선되지 않았고 1분기 기업실적도 예상치를 하회하는 등 하락 요인이 남아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뉴스핌 Newspim] 정경환 김현기 이준영 기자 (hoa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