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김기락 기자] 워크아웃 중인 팬택이 25일 채무상환을 앞둔 가운데 그동안 채무유예를 검토해온 이통사가 어떻게 결정할지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이통사는 여전히 검토 중이라는 형식적인 말을 하면서도 내부적으로 무엇인가 긴박하게 진행되는 것을 조심스레 전달하고 있다.
2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이통사는 25일 예정된 팬택 채무에 대해 상환을 요청하지 않았다.
이통사 한 관계자는 “내일이 채무 만기일인데 팬택에 상환 요청을 안 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렇게 되면 자동 채무유예가 되는 셈”이라고 말했다.
◆채무유예…긍정 신호일 뿐
팬택은 최근 ‘상거래채권 채무상환 2년 유예와 최소물량(월 15만대) 구매 보장’을 이통사에 요청했다.
이통사는 채무상환 2년 유예를 검토해온 반면, 최소물량 구매에 대해선 팬택 재고가 70만대에 달하는 만큼 수용하긴 어렵다는 입장을 보여왔다.
그동안 팬택 및 팬택 채권단이 요청한 ▲출자전환 ▲채무유예 ▲단말기 구매 중에 채무유예만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다.
일각에선 SK텔레콤이 24일 정기 이사회를 통해 팬택 지원 여부를 검토할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팬택 협력사로 구성된 협의회가 최근 SK텔레콤 T타워에서 집회를 여는 등 통신사업자 1위인 SK텔레콤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인 데 따른 것으로 읽힌다.
이날 참석한 홍진표 회장은 “SK텔레콤이 (채무유예 등)요구안에 대해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SK텔레콤과 SK그룹에도 지원을 촉구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이사회 관련 “실적 발표와 관련된 정기 이사회일뿐”이라며 “팬택 및 팬택 채권단에서 이야기하는 안건은 없다. 안건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SK텔레콤은 그동안 거부에 무게를 두고 채무유예를 검토하다가 지난주엔 수용 쪽으로 선회했다. 부정적인 기류가 다소 긍정적으로 바뀌었다. 회사 관계자는 “긍정적 기류가 있으나 지금 얘기하기는 곤란하다”며 채무유예에 대한 가능성을 시사했다.
◆채무유예 되도 팬택 회생은...
팬택 채권단은 이통사가 채무상환 유예를 결정하면 채권단 회의를 재개, 새로운 회생계획안을 만들 계획이다.
다만 채무상환이 유예된다 하더라도 이통사의 추가지원 없이 팬택 정상화가 이뤄질 수 없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팬택의 자생력 등 총체적인 경쟁력이 약하다는 분석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팬택이 독자적으로 운영되기 위해서는 매월 약 20만대의 제품을 판매해 현금 유동성을 확보해야 한다. 이미 이통사는 70만여대 재고물량이 쌓여 있는 만큼 제품 추가 구입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다.
채권단 관계자는 “이통사가 채무유예를 해준다고 하더라도 팬택 물량 구매를 보장하지 않으면 팬택 회생은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팬택 채권단은 워크아웃 연장 조건으로 이통사가 보유하고 있는 매출채권 1800억원에 대한 출자전환을 요구했다. 채권단은 이미 출자전환에 대해 거부의사를 확고히 한 이통사에 답변기한을 연장하는 등 압박을 가해왔다.
팬택 채권단은 산업은행(지분율 11.81%), 농협(5.21%), 우리은행(4.95%), 신용보증기금(4.12%), 하나은행(3.49%), 수출입은행(2.78%), 신한은행(2.55%), 국민은행(1.75%), 대구은행(1.16%) 등 9개 금융기관이다. 주채권은행은 산업은행이다.
[뉴스핌 Newspim] 김기락 기자 (peopleki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