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산 소송으로 악화된 관계..CJ "화해의 계기 됐으면"
[뉴스핌=이강혁 강필성 기자]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1600억원대 횡령·탈세 혐의 선고공판을 앞두고 범 삼성가가 재판부에 선처를 호소하고 나섰다.
고(故) 이병철 삼성 창업주의 차명 유산을 두고 CJ와 삼성의 관계가 악화됐던 것을 감안하면 적어도 삼성가 내부적으로는 화해무드가 조성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CJ 측은 가족들의 탄원에 감사의 뜻을 전하며 화해의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전했다.
28일 재계와 법조계 등에 따르면 범 삼성가는 지난 19일 이재현 회장의 선처를 호소하는 탄원서를 서울고법 형사10부에 제출했다.
이 탄원서에는 이재현 회장이 예전부터 건강상태가 좋지 않았고, 지금의 상태로는 수감생활을 견뎌낼 수 없으니 선처를 해달라는 내용이 담겨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탄원서는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부인인 홍라희 리움미술관장과 아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이건희 회장의 동생인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 누나 이인희 한솔그룹 고문 등이 포함됐다.
더불어 고(故) 이창희씨의 부인인 이영자씨를 비롯해 이병철 창업주의 차녀 숙희씨, 3녀 이순희씨도 탄원에 참여했다.
범 삼성가가 이처럼 이재현 회장 선처에 한 뜻을 모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무엇보다 범 삼성가는 최근 이병철 창업주의 유산을 둘러싸고 이맹희 전 제일비료 회장(이재현 회장 부친)의 소송제기로 관계가 악하될대로 악화된 상태였다.
이맹희 전 회장은 여동생인 숙희씨와 함께 이건희 회장에게 상속분 반환 소송을 제기했고 올 초까지 천문학적인 액수에 대한 법리공방을 다퉈왔다.
이 과정에서 삼성과 CJ간 각종 해프닝이 벌어지며 기업 관계가 악화된 바 있다. 삼성과 CJ는 거래관계에 있던 물류사업 등을 정리하고 현재까지 이런 관계는 복원되지 않고 있다.
다만 지난 2월 이맹희 전 회장이 상고를 포기하며 "가족관의 화목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혀 일부분 화해무드의 물꼬를 텄다. 이후 범 삼성가에 화해무드가 구체적으로 드러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같은 소식에 삼성과 CJ, 신세계, 한솔 등 범 삼성가 관계사들도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오너일가의 탄원서 제출이 회사 차원에서 진행된 사안이 아닌만큼 명확한 내용을 파악하기는 어렵지만 오너들의 복심이 화해의 방향으로 움직인만큼 향후 입장을 어떻게 정리할지 부심하는 모습이다.
이와 관련, 삼성 관계자는 "집안의 문제여서 회사에서는 자세한 내용은 알 수 없으나, 가족간의 정리(안정과 도리)를 생각해서 (이재현 회장의) 선처를 탄원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CJ 관계자는 "회장 건강이 너무 안좋고 회사 경영도 차질을 빚고 있으니 가족 입장에서 안타까워 (탄원서를) 낸 것이 아니겠나 생각한다"며 "감사하며, 이번일을 계기로 가족간에 화해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뉴스핌 Newspim] 이강혁 기자 (ik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