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기아차·모비스 시총 8조원 '증발'
[뉴스핌=김양섭 서정은 기자] 현대자동차그룹이 서울 삼성동 한국전력 본사부지의 새로운 주인이 된 가운데, 주식시장에서는 '승자의 저주' 우려에 빠졌다. 예상을 뛰어넘는 낙찰가격에 기관투자자들이 앞다퉈 매물을 쏟아내면서 주가가 폭락했다.
18일 현대차는 전날대비 9.17%(20000원) 내린 19만8000원에 장을 마쳤다.
이날 오전 한국전력은 본사부지 매각 입찰 결과 현대차그룹 컨소시엄을 최종 낙찰자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현대차그룹 컨소시엄은 현대차와 기아차, 현대모비스 3사가 참여해 컨소시엄을 구성했으며 낙찰금액은 감정가격(3조 3346억원)의 3배가 넘는 10조 5500억원으로 확인됐다.
장초반 횡보세를 보이던 주가는 낙찰 소식이 전해지면서 하락을 시작했다. 손빠른 매니저들은 일제히 '숏(매도)'으로 방향을 돌렸다. 주가가 계속 빠지면서 중장기 포트폴리오에 현대차를 편입한 매니저들은 이른바 '멘붕' 상태에 빠졌다. A 매니저는 "중장기 포트에 있어서 그대로 보유하고 있는데, 수익률이 한 방에 무너지게 됐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현대차 주가 낙폭은 장중 계속 확대되면서 9%가 넘는 폭락세로 장을 마감했다. 현대모비스, 기아차 등도 일제히 하락했다. 이날 세 종목의 시가총액 감소액은 8조원에 달할 정도다.
시장에선 '10조5000억으로 할 수 있는 일들'이란 제목으로 현대차의 과도한 베팅을 꼬집는 내용이 돌기도 했다 <▲ 이건희의 삼성전자 지분을 모두 산다 (10조 8천억)▲자동차 회사를 사 모아서 톱3 메이커가 된다 (애스턴마틴 9000억, 르노삼성 6200억, 쌍용차 5200억, 재규어+랜드로버 2조 3천억, 볼보 2조 등) ▲ 범현대가 회사들을 되찾아온다 (하이닉스 3조3천, 현대증권 5천억, 위니아만도 1500억 등)▲ 4대강 중 2개 강을 정비한다 (4대강 사업비 23조) ▲전 국민에게 21만원씩 나눠준다> 등등의 풍자성 내용이 이날 메신저를 타고 증권가에 회자됐다. 또 일각에선 '주가하락으로 승계 비용이 절약되게 됐다'는 식의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이날 주가 하락이 과도하다는 반응도 있었다. 김형민 KTB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사실 현대차의 순현금은 17조원에 이르기 때문에 한전부지에 쓴 비용은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면서 "주가가 하락하는건 주주들이 그 금액을 투자나 배당 확대에 쓰지않고 단기적으로 회사와 주주 이익에 상관이 없어보이는 곳에 투자했다는 실망감 때문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또 장기적으로는 부지매입에 따른 무형가치가 현재 느껴지는 부정적 영향을 상쇄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서성문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도 "현대는 그룹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통합사옥이 절실히 필요해졌고, 글로벌 비즈니스 타워’를 건설함에 따라 동사의 브랜드가치가 향상될 전망"이라며 "현대의 한전 부지 활용 계획이 서울시의 코엑스와 잠심올림픽경기장 일대를 ‘국제교류복합지역’으로 개발한다는 구상에 가장 잘 부합하기 때문에 상당한 시너지 효과도 창출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 18일 현대차 주가 추이 |
[뉴스핌 Newspim] 김양섭 기자 (ssup825@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