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어러블·스마트홈, 신성장 미래사업 부상
[뉴스핌=이강혁 기자] 삼성과 애플의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양강구도가 무너지고 있다. 한때 양사를 합쳐 세계 시장의 50% 이상을 장악했지만 최근에는 30% 중반대 점유율까지 곤두박질쳤다. 중국 업체들의 급성장과 살아나는 일본·유럽의 전통 강호, 여기에 구글 등 소프트웨어 공룡까지 스마트폰 시장에 가세한 여파다. 갈수록 경쟁은 심화되면서 '더이상 스마트폰으로 막대한 이익을 얻는 시대는 갔다'는 관측이 나온다. 삼성전자를 비롯한 글로벌 스마트폰 업체들의 탈(脫) 스마트폰 노력이 속도를 내는 이유다.
▲삼성전자의 가상현실 헤드셋 기어VR. |
◆커지는 웨어러블 기기 시장..스마트폰 업체들 스마트워치 경쟁
스마트폰 이후의 신성장 분야는 단연 웨어러블 디바이스(입는·착용가능한 기기)가 꼽힌다. 업계에서는 '포스트 스마트폰'이라고 부를 정도로 스마트폰의 파생 기기 시장이 아닌 스마트폰을 대체할 별도의 성장 시장으로 보고 있다. 스마트폰 기술을 기반으로 하드웨어적 성능과 생산기반, 디스플레이의 발전, 배터리의 진화, 운영체제(OS)에 이르기까지 최첨단 기술이 집약된 새로운 기기 시장인 셈이다.
손목형 웨어러블 기기가 대세이지만 최근 들어 삼성전자의 가상현실 헤드셋 기어VR이 출시되면서 다양한 분야의 웨어러블 시장이 확대되는 추세다. 시장조사기관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는 올해 웨어러블 기기 중 하나인 스마트워치 판매량이 지난해 100만대에서 600% 성장한 700만대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오는 2015년에는 2340만대, 2016년은 3910만대, 2017년은 5510만대에 이를 것으로 SA는 내다봤다.
손목형 웨어러블 시장은 삼성전자가 주도하고 있다. 지난해 갤럭시 기어를 시작으로 올해 삼성 기어2, 기어S 등 스마트워치를 잇달아 선보이고 있다. 초기 모델은 스마트폰과의 연동에 초점을 뒀지만 최근 출시한 삼성전자의 6번째 워치인 기어S부터는 자체 이동통신칩을 탑재해 스마트폰 없이도 통화가 가능하도록 만들어냈다. OS에서도 구글 의존도에서 일부분 독자 OS인 타이젠으로 방향 전환을 주는 분위기다.
LG전자, 모토로라 등 글로벌 스마트폰 업체들도 스마트워치 시장경쟁에 본격적으로 가세했다. LG전자는 시계모양의 G워치R 스마트워치를 내놨다. 세계 최초로 완벽한 원형의 플라스틱 올레드(OLED) 디스플레이를 적용했고, 풀 서클(full circle) 디자인을 위해 제품 내부의 부품 설계도 최적화한 것이 특징이다.
재기를 모색 중인 모토로라도 웨어러블 기술력을 과시하며 '모토' 시리즈로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고 소니도 스마트밴드부터 시작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전작보다 더 강력한 성능으로 무장한 스마트워치(SW)3를 곧 출시할 예정이다. '구글 글래스'로 사실상 웨어러블 기기 시장에 불을 붙인 IT공룡 구글과 윈도우OS의 마이크로소프트(MS)도 스마트워치 시장에 뛰어들었다. 특히 MS의 경우는 애플 iOS 체제와 구글 안드로이드 체제 모두와 연동될 수 있는 OS를 탑재한 스마트워치를 연말 이전에 내놓고 시장 공략에 나설 계획이다.
애플 역시 스마트워치 시장에서 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지난달 아이폰6와 아이폰6플러스를 공개하면서 애플워치를 내놨다. 애플워치는 기본 앱이 탑재됐고 아이폰5 이상의 아이폰 제품과 모두 연동해 사용할 수 있다. 피트니스 기능이 탑재돼 있다.
중국 업체들도 시장경쟁에 나섰다. 아직은 스마트워치보다는 단순한 밴드형 제품이 주를 이룬다. 화웨이는 첫 웨어러블 기기인 '토크밴드'를 올 초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에서 공개한 바 있다. 1.4인치 크기의 플렉서블 디스플레이(휘는 화면)를 적용했고 블루투스 헤드셋으로 연결하면 최대 7시간까지 통화가 가능하다. 건강기능도 탑재됐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는 손목형 웨어러블 기기의 춘추전국 시대"라면서 "소비자들이 전통적인 시계를 떠올리며 부정적인 측면이 강하지만 여러 제품이 나오면서 전혀 새로운 스마트 기기라는 인식전환이 빠르게 이루어지고 있다. 향후 사물인터넷(IoT) 흐름과 맞물려 웨어러블 시장은 스마트폰 업체들에게 새로운 기회가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기기와 인간이 함께 반응하는 미래 스마트 사업 '스마트홈'
스마트폰 이후을 대비한 또하나의 방향은 스마트홈(smart home) 개념이다. 사물인터넷(IoT) 시대가 도래하면서 스마트폰과 웨어러블 기기, 여기에 가전제품 전반을 통합해 사람을 알아보고 반응하는 집이 가능한 시대가 열린 것이다. 삼성전자 등 스마트홈 선도업체에서는 이 시장이 향후 2~3년 내에 대중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지난 9월 초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유럽 최대 가전전시회(IFA)의 트렌드는 단연 스마트홈이었다. 특히 삼성전자는 세이프티(Safety) 서비스, 에너지 모니터링, 위치 인식, 음성 제어 등 스마트홈 중심의 4가지 핵심 기능을 공개한 바 있다.
이를테면 세이프티 서비스는 외출 중 현관의 도어락이 열리면 등록된 가족의 스마트폰으로 알림을 전달하고, 에너지 모니터링 서비스는 스마트홈 서비스에 연결된 모든 기기들의 전기 소비량과 예상 비용을 집계해 보기 쉽게 알려 준다. 위치 인식 기능은 스마트폰을 통해 사용자가 집에 가까이 왔음을 자동으로 인식해 조명과 에어컨 등을 켜고, 음성 제어는 웨어러블 기기나 스마트폰과 연결해 가전제품을 어디서나 작동시킬 수 있다.
삼성전자는 스마트홈 사업을 위해 통합플랫폼 소프트웨어의 개발과 글로벌 개방형 생태계 구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최근 미국 내 500여개 유통망을 보유한 공조전문 유통사 콰이어트사이드와 1000개 이상의 기기와 8000개 이상의 앱을 지원하는 개방형 플랫폼을 개발한 스미트싱스를 인수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글로벌 IT업체들도 스마트폰 이후의 미래 사업을 스마트홈 사업으로 꼽고 있다. 보다 감성적이면서 지능화된 서비스와 기기가 스스로 소통하고 제어하고 관리하는 시스템이 가능하도록 구현하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특히 구글과 애플은 이 사업에 상당히 공을 들이고 있다.
구글은 32억달러를 들여 스마트홈 시스템 업체인 네스트랩스를 인수했고 5억달러를 들여 드롭캡이라는 인터넷 감시 카메라 전문업체도 사들였다. 애플도 올해 들어 새로운 홈 오토메이션 기술인 홈킷(HomeKit)을 선보이면서 스마트홈 구상을 구체화하는 중이다. 홈킷은 아이폰을 이용해서 집의 온도와 조명, 출입문, 각종 가전 등을 원격으로 제어할 수 있는 기술이다.
LG전자도 스마트홈 전략으로 '홈챗' 서비스를 상용화한 상태다. 스마트 냉장고, 스마트 세탁기 등 스마트홈의 주요 제품을 내놓으며 홈챗과 연동한 가전전략을 확대하고 있다. 홈챗 서비스는 홈챗 대화를 통해 냉장고나 세탁기 등을 원격 제어하고 작동 상태 등을 확인할 수 있다.
스마트홈 시장은 5년 뒤 114조원의 시장 규모를 형성할 것이라는 게 업계의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단순히 기기를 제어하는데 그치지 않고 실생활 속에서 기기와 기기를 연결하고 통합된 서비스를 통해 기기와 인간이 함께 반응하는 방향으로 빠르게 진화가 이루어지고 있다"며 "시장 수요는 폭발적으로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뉴스핌 Newspim] 이강혁 기자 (ik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