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그래법' 등 다른 현안에 밀려…3월 노사정위 합의 기대
[뉴스핌=정탁윤 기자] 법원이 16일 현대차 노조가 제기한 통상임금 소송에 판결을 내렸다. 하지만 입법을 담당하는 국회는 지난 1년여간 이 문제에 대해 제 역할을 못해 혼란을 가중시켰다는 비판이 나온다. 사회적 합의와 노사정위 결론이 나오기만을 기다리며 명확한 통상임금 개념화를 미루고 있다는 비판이다.
이날 서울중앙지법은 현대차 노조원 23명이 상여금과 휴가비 등 6개 항목을 통상임금에 포함해 달라며 제기한 소송에서 "현대차는 옛 현대자동차서비스 근로자 2명에게 합계 400여만원을 지급하고, 나머지 청구를 기각한다"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현대차 노조 가운데 현대차서비스 출신 조합원에게 지급되는 상여금 가운데 일할상여금만 통상임금에 포함된다고 판단했다. 현대차서비스 정비직 근로자들에 대해서는 차액 청구분과 퇴직금 중간정산 차액 청구 부분을 인정한 것이다.
소송을 낸 23명 중 옛 현대차서비스 노조원 5700명을 대표하는 인원은 5명이고, 그 중 2명에 대해서만 통상임금이 인정됐다. 그 금액도 각각 387만원과 22만여원으로 실제로 현대차가 지급해야 할 금액은 큰 폭으로 줄게 됐다.
앞서 지난 2013년 12월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통상임금과 관련해 세 가지 기준을 제시한 바 있다. ▲ 지급시기가 1개월이 넘더라도 정기적으로 지급했는지(정기성) ▲가족수당ㆍ직무수당처럼 일정 요건을 갖추면 지급했는지(일률성) ▲지급대상과 지급액을 사전에 제시해놓고 재직 여부에 관계없이 지급했는지(고정성) 등이다.
그러나 대법원 판결 이후에도 일선 법원의 각 사업장별 통상임금 판단 기준이 제 각각이어서 혼란이 가중됐다. 고용노동부도 지난해 2월 '통상임금 노사 지도 지침'을 발표했지만 미봉책에 불과했다.
▲ 사진=뉴시스 |
여야는 통상임금 관련 대법원 판결이 나온 직후인 지난해 초 임시국회에서 통상임금 입법 논의를 했으나 4월 세월호 사고 이후 중단됐다. 지난해 2월 소관 상임위인 국회환경노동위원회 산하 노사정 소위원회를 구성하긴 했지만 성과가 없었다.
이후 환노위는 소위 복수화 문제 등으로 공전을 거듭했고, 환노위 법안심사 소위는 지난 연말에야 '반짝' 가동됐다. 이 때도 통상임금 문제는 커녕 다른 주요 현안 심사도 하지 못했다. 최저임금 인상법과 근로시간 단축법, '장그래법' 등 다른 노동 현안에 밀려 통상임금 논의는 언제가 될지 장담할 수 없는 분위기다.
국회 환노위 관계자는 "현재 환노위에는 통상임금 말고도 다른 현안이 많아 (통상임금 논의를) 언제 할지 알 수 없다"며 "2월 임시국회에서도 통상임금이 다뤄질 가능성은 현재로선 희박하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다른 관계자는 "노사정위원회가 통상임금 관련 3월까지 합의안을 내놓기로 한 것 아니냐"며 "통상임금 문제는 입법의 문제라기보다는 개별 사업장별 각각 입장이 다르기 때문에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현재 국회에 대법원 판결 이후 발의된 근로기준법 개정안은 지난해 10월 새누리당 환노위 간사인 권성동 의원이 대표발의한 법안이 있다.
권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에 따르면, 통상임금은 "근로자에게 정기적·일률적으로 소정근로 또는 총근로에 대하여 지급하기로 정한 모든 임금"으로 규정돼 있다. 개정안에는 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임금은 통상임금에서 제외할 수 있도록 그 법적 근거를 마련토록 했다. (안 제2조제1항제7호 신설).
그러나 권 의원 개정안은 통상임금 예외 기준을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했다는 이유 등으로 노동계의 반발이 커 현재 심사가 보류된 상태다. 대법원 판결전에도 2013년 당시 민주당 홍영표 의원과 정의당 심상정 의원도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내놨지만 역시 제대로 논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뉴스핌 Newspim] 정탁윤 기자 (tack@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