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경제, 올해부터 본격적 성장 둔화기 진입
[편집자] 세계경제가 새해 초부터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극심한 변동장세를 연출하기 시작했다. 글로벌 불황 속에서 '가시'를 숨긴 채 나홀로 성장을 과시하고 있는 미국의 금리인상과 '그렉시트' 등 유로존 디플레이션 위기, '세계제조공장' 중국의 경기둔화, 지정학적 위기를 내포한 글로벌 석유전쟁과 환율전쟁 등 올 한해 국제금융시장이 주목할 글로벌리스크는 무수히 많다. 뉴스핌이 글로벌 금융시장 참가자들이 투자시 참고해야 할 핵심 리스크들을 추려봤다.
[뉴스핌=노종빈 기자] 지난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중국 경제가 '신창타이(新常態, New normal)'를 지나고 있다고 언급했다.
여기서 '신창타이', 즉 '뉴노멀'은 새로운 규칙이라는 뜻으로 흔히 새로운 시대 상황을 이끌어가는 원칙이나 특징적 현상을 의미한다.
시 주석의 발언은 중국 경제가 과거보다는 소폭 줄어든 성장세를 유지할 수 있다는 자신감의 표현이다. 하지만 동시에 중국 경제가 올해 대외적으로는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 대내적으로는 구조재편과 저물가 등 상당한 리스크에 직면하는 한해가 될 것이라는 전망으로도 풀이할 수 있다.
◆ 시진핑 "중국, 성장 둔화기 진입"
중국 기관지 인민일보는 시 주석이 주창한 '신창타이'의 특징을 ▲둔화된 성장 ▲경제 구조조정 ▲성장동력과 과학기술 ▲잠재적 리스크 등으로 분석했다.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는 "중국 경제는 고속성장 후 성장률이 둔화되는 일반적인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도시화에 따른 투자 및 소비 수요 확대 등이 진행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위원회는 또 "중국 경제에 부각된 주요 문제점은 투자 부진 및 기업 경영난 심화 등이 될 것"이라며 향후 예상되는 주요 리스크 요인으로 부동산 경기 부진 지속과 환경 보호 강화에 따른 기업 투자 제약 등을 지목했다.
중국 인민은행도 중국 경제가 현재 성장속도 전환과 구조조정에 따른 진통, 과거 대규모 부양책에 따른 부작용 등에 직면하고 있다며 당분간 성장 둔화와 낮은 물가가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 중국 GDP, 지난해 7.4% 성장률 기록
올해는 중국 경제에서 경제 개혁과 구조 조정이 본격적으로 시향되는 한 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 경제통제국은 20일 지난해 중국 경제가 7.4%의 성장률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1990년 이후 24년 만에 가장 부진한 성장률을 기록한 것임과 동시에 16년 만에 처음으로 정부 목표치에 미치지 못한 수준이다.
올해 성장률은 이보다 더 위축된 7%대 초반에 그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중국 경제가 미국 등 선진국 경기 회복에 따른 수출 증가와 소비 회복 등이 투자 부문의 감소를 만회해 올해도 7%대를 전후한 경제 성장을 거둘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만약 중국 경제가 전문가들의 예상대로 7%대의 성장률을 실현하지 못한다면 중국은 이른바 '중진국 함정'에 빠질 가능성도 있다. 중국은 오는 2020년까지 7%대 안정적인 성장을 거둬 국민소득 부문에서도 당당히 선진국 대열에 합류하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아직 이 계획이 틀어진 것은 아니지만 전문가들은 중국의 성장 둔화 현상과 관련한 경제 리스크 요인으로 디플레이션 중장기화 가능성과 생산인구 감소 등을 꼽고 있다. 또 시장 측면의 리스크 요인으로는 부동산 경기 부진 지속과 기업 투자 위축 등을 제시하고 있다.
◆ 중국 경제의 저물가 리스크 요인 지속
이 가운데 중국 경제는 올해 저물가로 인한 불확실성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12월 중국 소비자물가는 전년대비 1.5% 상승에 그치면서 5년래 가장 낮은 수준의 상승을 기록했다. 반면 생산자물가는 3.3% 하락하면서 34개월째 전년대비 하락세를 이어갔다.
이런 저물가는 중국 정책당국의 유동성 조절 정책과 최근 두드러지고 있는 임금상승 압력 둔화 등 내부적 요인에 기인하고 있다. 여기에 지난해 이후 위안화 절상과 국제유가 급락 등으로 수입물가와 생산자물가의 하락이 심화되고 있다.
국제유가 하락의 원인이 공급측면의 과잉이라 향후 글로벌 수요 회복이 가시화되더라도 국제유가의 반등 가능성은 제한적일 전망이다. 따라서 올해 이후 국제유가와 밀접히 연동돼 있는 중국의 생산자물가와 소비자물가의 추가 하락 가능성은 더 고조되고 있다.
최근 베이징대는 보고서를 통해 "금융부문의 부실과 생산설비 과잉 등에 대한 개혁이 가속화되지 않을 경우 디플레이션이 장기화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글로벌 주요 투자은행들은 중국 정부의 경제 구조 개혁 추진 등에 따라 성장 둔화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JP모건에 따르면 산업전반의 설비 과잉 문제의 구조 재편이 지속될 전망이다. 전반적인 성장 모멘텀이 약화되고 있지만 중국 정부의 반부패 캠페인으로 인한 소비 및 부동산수요 감소 등도 성장에는 다소 부정적인 영향을 보일 전망이다.
골드만삭스는 지난해 7.4% 성장률을 기록한 중국 경제가 올해도 부동산 시장과 신용 위축 등으로 성장률 둔화가 지속돼 7.0%대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노무라증권은 더 나아가 생산가능 인구 비중 축소와 자본수익 및 생산성 감소 등에 따른 투자 둔화 등으로 올해 성장률이 6.8%대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 그림자금융·지방정부 채무 리스크 부각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은 그림자금융과 지방정부 채무 등을 중국 경제의 구조적 문제점이라며 경제 성장의 위협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모건스탠리도 특히 부동산 경기 침체기의 지방정부의 부동산 판매 수입 감소 및 이에 따른 정부 부채 증가가 중국 정부의 성장률 유지를 위한 확장적 재정정책 지속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부동산 인프라에 대한 투자는 중국 GDP 중에서 40% 이상을 차지하고 있어 고정자산투자의 둔화는 경제성장률 둔화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이를 막기 위해 중국 정부는 향후 선지급금 비율 및 주택담보 대출금리 인하와 같은 부동산 시장부양 정책을 내놓을 것으로 관측된다.
글로벌인사이트 보고서는 "중국 경제가 단기 내에 경착륙 가능성은 적다"면서도 "하지만 부동산 시장 침체와 그림자 금융, 지방정부 부채 리스크 등이 상호 작용을 일으켜 리스크가 불거질 경우 큰 폭의 성장률 하락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뉴스핌 Newspim] 노종빈 기자 (unti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