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버블 붕괴·인수합병·IPO 부진 등 복합적 요인 작동
[뉴스핌=김성수 기자] 미국 증시 상장기업 수가 1990년대 최고점에 비해 절반 수준으로 크게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증시 시가총액은 증가했지만 정작 기업 수는 줄어드는 기현상은 IT 거품 및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한 회사 파산, 인수합병 증가 그리고 신생 기업 상장 부진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지난 9일자 미국 경제방송 CNN머니는 윌셔 5000 토탈마켓인덱스를 인용, 이날 현재 미국 증시에 상장된 기업은 3812개로 지난 1998년 7562개 최고점에서 절반 수준으로 감소했다고 보도했다. 새로 상장된 기업보다는 폐지된 기업이 많아 전체 기업 수가 반토막으로 줄어든 것이다.
윌셔 5000 토탈 마켓 인덱스의 기업 수. 지난 20년간 계속 기업 수가 감소해온 것을 알 수 있다. <출처=CNN머니> |
상장 기업 수가 줄어든 요인으로는 우선 정보기술(IT) 버블 붕괴가 꼽혔다. IT버블 당시에는 IT기업들이 우후죽순 생겨나면서 1998년 7월에 상장 기업 수가 최고치를 기록했다. 밥 웨이드 윌셔 애널리틱스 전무이사는 "(IT 버블 당시에는) 회사를 차리고 '닷컴'만 붙이면 떼부자가 될 거란 환상이 있었다"고 회고했다.
IT버블이 터지면서 상장폐지 종목들이 대겨 생겨났고, 미국 증시에 상장된 종목 수를 줄이는 결과를 낳았다.
활발히 진행되는 인수합병(M&A)도 전체 종목 수를 줄이는 요인이다. 시장조사업체 딜로직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실시된 M&A 규모는 1조1000억달러에 이르렀다.
반면 IPO 규모는 그에 훨씬 못 미치고 있다. 지난해 신규상장한 기업 시가총액은 960억달러에 그쳤다. 상장기업 수도 292개로, 지난 1996년 848개의 약 3분의 1 수준이었다.
벤처캐피탈이나 사모펀드의 성장으로 비상장 기업도 자금을 조달할 길이 열리면서 IPO 수가 제한되고 있다는 분석도 있었다. 일례로 공유경제 서비스업체인 우버나 에어비앤비도 상장을 하지 않고도 수십억달러에 이르는 투자자금을 조달했다.
미국에서 엔론 등 거대 기업들의 회계부정으로 상장기업들에 대한 규제가 강화된 것도 스타트업 기업들이 IPO를 기피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일각에서는 애초에 스타트업 기업 수 자체가 줄어들어 신규상장 기업이 감소하게 됐다는 분석도 있었다. 브루킹스연구소에 따르면 지난 1978년에는 스타트업 기업이 전체 미국 기업의 15%를 차지했으나, 지난 2011년에는 8%로 크게 하락했다.
문제는 이처럼 상장 기업 수가 줄어들 경우 자본시장과 노동시장 모두에 여파가 전해진다는 점이다. 투자자들 입장에선 종목에 대한 선택의 폭이 좁아지고, 구직자들 입장에선 신규 일자리 수가 적어진다.
데이비드 웨일드 전 나스닥 부회장은 "주식시장 규모가 축소되고 있다"며 "스타트업이 많이 생기고 예전처럼 IPO가 많이 실시되지 않는다면, 일자리가 창출되는 속도도 과거보다 둔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김성수 기자 (sungso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