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환경 및 수익성 검토해 불참 결정"..재무개선 우선한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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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황세준 기자]현대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현대엘리베이터가 핵심 계열사인 현대상선 신주인수권부사채(BW) 발행에 참여하지 않은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24일 관련업계 및 회사측에 따르면 현대엘리베이터는 최근 진행된 현대상선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 발행에 참여하지 않았다. 현대상선은 선박금융 원리금 상환을 위해 1500억원 규모의 BW를 발행했다.
회사측은 “현대상선의 BW 발행 절차는 완료됐고 당사는 참여하지 않았다”며 “다양한 경영환경 및 회사의 이익 등을 면밀히 검토해 내린 결정”이라고 말했다. 이번 BW는 유진투자증권, KTB투자증권, 대우증권, LIG투자증권, 한화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한양증권 등의 총액 인수 방식으로 진행됐다.
현대엘리베이터는 현대상선 지분 19.54%를 보유한 최대주주로, 올해 초 현대상선의 2000억원 규모 유상증자에 156억원(6.6%)을 투입하는 등 지속적으로 유상증자에 참여해왔다. 이는 최대주주로서 역할을 다하기 위한 것이지만, 퍼주기식 지원이라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이번 현대상선 BW 발행 불참을 두고 재계에서는 이례적이라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한상호 현대엘리베이터 대표이사 사장은 지난 2013년 8월 가진 취임 2주년 간담회에서 “현대상선의 경영권 안정화 상태 및 회사 내외부의 환경에 따라서 파생 리스크를 줄이고 관리를 해나가는 게 방법”이라며 현대상선 관련 우려를 표명한 바 있다.
현대엘리베이터는 지난해 6월 한국산업은행 등 채권단과 재무개선 약정을 체결, 매년 개선 성과를 보여줘야 하는 상황이다. 성과를 내지 못하면 신규여신 중지, 만기도래전 여신회수, 제공한 여신의 기한이익 상실 및 회수 등의 불이익을 받는다.
현대엘리베이터는 올해 상반기 말 기준 유동부채가 유동자산을 58억원 초과하고 있으며 상반기 673억원의 순손실이 발생했다. 부채비율은 121.7%로 지난해 말 대비 7%p 높아졌다.
상반기 중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25.7% 증가한 689억원을 달성했지만 현대상선 투자지분 손실이 1240억원 이상 반영되면서 순이익은 적자를 냈다.
현대엘리베이터의 반기 재무제표를 검토한 삼일회계법인은 ‘강조사항’을 통해 이 회사가 영업수익성 개선, 재무구조 개선 및 자산 매각 등을 위한 자구계획을 추진 중에 있으나 관계기업인 현대상선의 재무상황 및 경영성과에 따라 영향을 받을 수 있고 재무제표 불확실성이 반영돼 있지 않다고 경고했다.
상반기 말 이 회사의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1520억원으로, 영업이익 규모를 감안하더라도 분기마다 소요되는 2700억~2800억원 규모의 비용을 감당하기가 쉽지만은 않은 상황이다. 오는 10월 22일에는 500억원의 회사채 만기도 예정돼 있다. 현대엘리베이터는 결국 지난 7월 유상증자를 통해 운영자금 2450억원을 긴급 수혈했다.
중국 사업에 대한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현대엘리베이터는 중국 2공장 건설을 위해 지난 8월말 346억원을 들여 상해현대전제제조유한공사 지분을 추가 취득했지만 공장 건설 시점을 결정하지 못했다. 회사측은 “시기 미정이며 준비 중”이라는 입장이다.
중국 시장은 이미 오티스, 미쓰비시 등 외국 기업들이 70%를 점유하고 있어 후발주자인 현대엘리베이터가 진입하기 쉽지 않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현대엘리베이터가 중국에서 판매한 엘리베이터는 3300대 수준으로 시장 점유율은 0.5%에 그쳤다.
한편, LG상사 출신의 한상호 현대엘리베이터 대표이사 사장은 오티스엘리베이터를 거쳐 2011년 7월 현대엘리베이터 대표이사 부사장으로 취임했으며. 2013년 12월 대표이사 사장으로 승진했다. 임기는 내년 3월까지다.
[뉴스핌 Newspim] 황세준 기자 (hsj@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