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글 장주연 기자·사진 이형석 기자] 캐릭터를 위해 기른 머리를 검지로 몇 번이나 넘기던 지난해 여름, 그의 얼굴에는 촬영을 앞둔 기대감이 가득했다. 촬영에 한창이던 지난해 겨울에는 소리에 푹 빠져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소리의 재미에 관해 이야기했다. 그래서 도저히 기대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소리하고 북 치는 ‘도리화가’ 속 송새벽을.
배우 송새벽(36)의 신작 ‘도리화가’가 25일 베일을 벗었다. 1867년 여자는 판소리를 할 수 없었던 시대를 배경으로 한 이 영화는 조선 최초의 여류소리꾼 진채선(배수지)과 그를 키워낸 스승 신재효(류승룡)의 숨겨진 이야기를 그렸다.
극중 송새벽은 실존인물 김세종을 연기했다. 동편제를 대표하는 조선 최고의 명창으로 신재효와 늘 함께해온 동리정사의 소리 선생이다.
“제 영화를 제 입으로 재밌게 봤다고 하기가 좀 그래요(웃음). 이건 관객이 판단하고 평가하는 부분이니까요. 아무리 제가 재밌게 봐도 관객이 재미없다면 끝이죠. 그래도 이 영화는 사람 냄새, 흙냄새 나는 영화라 좋아요. 그런 부분은 관객도 공감해주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있죠.”
단언컨대 송새벽의 수준급 판소리와 북 연주 실력은 ‘도리화가’의 관전 포인트다. 류승룡이 “안이호 명창(두 사람은 촬영 기간까지 약 1년간 안이호 명창에게 소리와 북을 배웠다)소리를 듣는 줄 알았다”고 할 정도. 실제로 현장 별명이 ‘송새북’일 정도로 그의 실력은 완벽하다. 하지만 정작 본인은 아무것도 잘하지 못할까 봐 출연을 고사하기까지 했단다.
“최소 2~3년은 트레이닝해야 가능하다고 생각했어요. 게다가 전 소리는커녕 타악기 한 번 만져보지 않은 사람이잖아요. 연극에서 어깨너머로 봤지만, 그걸 연기했다고 할 순 없으니까요. 그래서 망설였는데 감독님께서 '그렇게 치면 국악원에 계시는 분 모셔와야 한다'더라고요. 듣고 보니 맞는 말이었죠(웃음). 그래서 결국 출연을 결심했어요. 연습만이 살길이라고 생각하면서.”
그날 이후 조금씩 소리와 북을 익혀가던 송새벽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 국악에 매료됐다. 며칠 전에도 ‘오랜만에 들어볼까요?’라는 안이호 명창의 말에 통화 도중 북채를 잡았다. 수화기 너머로 안이호 명창의 소리가 시작됐고 송새벽은 소리에 맞춰 북을 쳤다.
“정신이 건강해진다는 느낌이 많이 들었어요. 또 딱딱하고 어렵다고만 생각했는데 가사의 뜻을 알고 의미를 아니까 재밌더라고요. 구구절절하고 때로는 거침없는 표현들이 이 안에 다 있어요. 시원시원했어요. 또 현시대에 살지만 이걸로 그때를 공감할 수 있다는 게 좋았고요. 조상들의 피와 흥과 한과 얼, 모든게 대물림됐다고 생각했죠. 감사한 기회였어요.”
모든 초점이 소리와 북 연주에 맞춰져 있긴 하지만, 그가 김세종 캐릭터를 위해 노래와 북에만 신경을 쓴 건 아니다. 이미지를 위해 체중을 10kg 넘게 불렸고 대사 뉘앙스에도 세심한 노력을 기울였다.
“소리하시는 분 특유의 말투가 있어요. 일반인과 좀 다르죠. 그냥 하는 말도 소리하는 느낌이랄까. 그래서 그런 부분을 캐치해서 대사할 때 염두에 뒀죠. 반면 살의 경우는 초반에 감독님과 호리호리하고 날카로운 이미지는 아닐 거라 말을 했어요. 그래서 찌우게 된 거죠. 이제 다음 촬영 때문에 빼서 유지하고 있고요.”
스스로 자신의 노력을 말하기 머쓱했는지 송새벽은 “지금 분위기 보니까 전혀 눈치 못 챈 거 같은데”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하지만 그의 농담을 장난 가득한 말로 받아칠 수는 없었다. 캐릭터를 위해 작은 부분까지 노력하는 그가 너무나 대단해 보였기에.
“오히려 어렸을 때부터 왜 이렇게 욕심이 없느냐는 말을 정말 많이 들었어요. 당연히 완벽주의자도 아니고요. 그저 맡은 일이니 열심히 하는 거죠. 더군다나 제가 부족한 부분이라면 오로지 연습과 노력만이 살길이고요. 그래서 소리도 오래 연습한 거죠. 적어도 일반 관객이 봤을 때 아마추어 티가 나면 안 되잖아요(웃음).”
오랜 시간 준비한 작품이 그의 손을 떠났으니 이제 차기작 ‘7년의 밤’ 준비에만 매진할 예정이다. 물론 귀여운 딸(지난 2013년 11월 연극배우 하지혜와 결혼한 송새벽은 지난해 4월 예쁜 첫 딸을 품에 안았다)과 시간도 놓칠 수 없다.
“아기가 있으니까 아무래도 냄새에도 되게 예민해지더라고요. 집에서 하다못해 라면을 하나 끓여 먹어도 스프나 청양고추가 자극적이잖아요. 그래서 간도 덜 하게 되죠. 가끔 주방에서 요리하면 콜록콜록하더라고요. 그래서 자연스럽게 그렇게 된 거에요. 유난스럽다고요?(웃음) 아무래도 첫째라 그런가 봐요. 되게 조심스럽네요.”
[뉴스핌 Newspim] 글 장주연 기자 (jjy333jjy@newspim.com)·사진 이형석 기자 (leehs@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