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유관부터 저장시설까지 매물 홍수
[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유가 폭락에 따른 에너지 업계의 생존 전략이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기업 인수합병(M&A)으로 돌파구를 모색했던 에너지 업계가 지속적인 유가 하락에 자산 매각 카드를 꺼내 들었다.
원유 저장 시설 <출처=블룸버그통신> |
배럴당 40달러 아래로 떨어진 유가가 반등 조짐을 보이지 않는 데다 은행권 신용과 회사채 발행마저 막힌 데 따라 자금난이 갈수록 심화되는 양상이다.
영국 에너지 업계 데이터 업체인 퍼스트데릭에 따르면 지난 2년간 글로벌 에너지 업체들이 발표한 인프라 관련 자산 매각 규모가 3180억달러에 이른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이전 2년간 자산 매각 규모인 1000억달러를 세 배 이상 넘어선 수치다. 유동성 위기를 넘기 위해 자산 매각에 나선 기업은 BP와 토탈, BG 그룹 등 글로벌 대기업들이 대거 포함됐다.
자산을 사들이는 투자자는 연기금과 사모펀드를 포함한 자산운용사들이다. 자산 가격 상승에 따른 자본차익보다 정기적인 소득 창출을 통한 수익률 기회를 모색하는 금융회사들이 인프라 자산의 투자 기회를 적극 찾아 나섰다.
하미쉬 맥켄지 도이체 애셋 웰스 매니지먼트 인프라 투자 헤드는 “에너지 업계의 자산 매각은 매도자 시장”이라며 “2008년 금융위기 이후와 같은 상황이 벌어질 수 있으며, 최근 상황은 시작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자산 매각은 유럽에서 급증하고 있고, 미국과 캐나다로 확산되는 움직임이다. 캐나다 가스 업체인 엔카나 코프가 가스관과 설비를 미국 사모펀드 업체인 KKR에 약 3억4000만달러에 매각했고, BG 그룹이 호주의 저장 시설을 포함한 인프라 자산을 현지 설비 전문 업체인 APA 그룹에 46억달러에 처분했다.
BP 역시 가스관을 포함한 네덜란드 자산을 팔아치웠고, 토탈은 가스관 지분을 사모펀드 업체 아크라이트 캐피탈 파트너스에 약 9억달러에 매각했다.
앤드류 스티븐스 블랙록 중개 비즈니스 헤드는 “크고 작은 매각이 지속적으로 이뤄지면서 소규모 연기금도 가세하고 있다”며 “장기적인 현금흐름을 확보하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전했다.
마티스 부르가르트 아디언 인프라스트럭쳐 헤드는 “석유가스 업계 인프라 자산의 투자 수요가 상당히 뜨겁다”며 “투자자들이 신속하게 나서야 자산 매입 기회를 잡을 수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올리버 던 언스트앤영 기업금융팀 이사는 “석유업계 자산을 놓고 투자자들 사이에 경쟁이 대단하다”며 “유동성 난관에 부딪힌 에너지 업체들에게 호기가 온 셈”이라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기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