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류 사용 전도사' 역할로 '비만억제 정책' 안 먹힐까 걱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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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뉴스핌 이진성 기자] 국민들의 비만율을 줄여 성인병을 예방하기 위한 목적으로 당류 저감화 방안을 추진 중인 보건당국이 각종 요리 프로그램을 통해 인기를 끌고 있는 요리연구가 백종원 씨 때문에 고민에 빠졌다.
설탕 등 당류를 지나치게 사용하면서 '슈가보이'라는 별명으로 인기를 끌면서 자칫 비만억제 정책의 실효성이 떨어질 수도 있다는 우려에서다.
이 때문에 보건당국은 앞으로 주의문구 등을 넣거나 공익광고 등을 통해 비만을 유발하는 프로그램에 대해 제재하는 방안을 찾겠다는 방침이다.
4일 보건복지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최근 국내 비만율이 증가하는 요인 중 하나로 요리 프로그램이 꼽힌다.
지나치게 단맛을 강조하는 프로그램들이 거론되는데, 단맛을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진 백 씨는 '집밥 백선생'과 '마이 리틀 텔레비전' 등 총 6편의 방송에 출연 중이다.
이 가운데 마이 리틀 텔레비전은 TV 시청률로만 10% 정도를 기록하고 있는 등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인기 요인은 그동안 요리프로그램과는 다른 요리방법 때문이다. 영양소에 중점을 두고 진행하던 요리프로그램과는 다르게 맛을 유독 강조하면서 당류를 많이 쓰기 때문이다.
기호에 따라 호불호가 갈릴 수도 있겠지만, 문제는 이 같은 요리방법을 성인뿐만 아니라 청소년들도 따라 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보건당국은 최근 청소년의 비만율이 증가한 요인 중 하나로 이 같은 요리프로그램들을 지목하고 있다.
특히, 오는 3월 당류 저감화 방안 추진을 앞둔 식약처는 백종원 씨의 인기가 부담이다. 지금까지 요리프로에서는 전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인기가 치솟고 있어 자칫 실패한 정책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내부적으로는 백 씨 프로그램에 설탕 등에 대한 주의 문구를 넣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는 상황이다.
하지만 과도한 당류 섭취의 위험성을 알리고 싶어도 이에 대한 근거가 마련돼 있지 않은 실정이다.
식약처 관계자는 "지금까지 해썹(HACCP) 등 안전한 식품을 위한 정책들이 대부분 성공해왔지만, 당류 저감화 대책은 실패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며 "특히 판단능력이 다소 떨어지는 청소년들의 경우 프로그램을 보고 따라 하는 경우가 많아 걱정이다"라고 말했다.
실제 최근 들어 국내에서 아동과 청소년의 비만율이 점차 늘고 있다. 한국건강증진개발원에서 발표한 아동·청소년 비만실태에 따르면 지난 2007년 11.5%였던 비만율은 2014년 12.9%로 1.4%포인트 증가했다. 성인의 비만율이 31.3%에서 30.9%로 1.4%포인트 감소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더구나 남자아이의 경우 과체중을 포함한 비만유병률은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평균보다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보건당국은 당류 저감화 정책이 성공하기 위해선 음식 프로그램에 대해 제재할 수 있는 근거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유독 청소년들의 비만율이 증가하는 이유로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먹방' 등이 거론되고 있다"면서 "담배에 경고문구를 넣듯이 성인병의 주원인인 비만을 유발하는 음식 등에 대해 안내 문구가 필요하다는 의견들이 나오는 상황이다"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음식프로그램들이 국민 건강을 생각해 과도한 특정 재료 사용에 대해 자제해주길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뉴스핌 Newspim] 이진성 기자 (jinle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