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급 투심 위축, 부채 만기구조 축소 고려
신평사 "조달 구조 장기화시 재무부담 우려"
[뉴스핌=정연주 기자] 메리츠캐피탈이 3년 만기 여전채를 발행하면서 이례적으로 '1년 풋옵션(조기상환청구권)' 조건을 달았다.
이전과 달리 지주사의 권면보증 없이 자체 신용등급으로 발행해야 하는데, 신용등급이 다른 은행계 여전채(AA) 보다 낮은 A0이다보니 생각해낸 고육지책이란 분석이다.
4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메리츠캐피탈(A0)은 오는 5일 1000억원 규모의 3년 만기 무보증 회사채 발행할 예정이다. 이에 앞서 투자자들의 수요를 조사하고 있다. 주관사는 KB투자증권이다.
이번 발행의 특징은 1년 풋옵션 조항이다. 3년 만기지만 투자자가 1년후 조기상환을 청구할 수 있어 사실상 1년 만기 물량이다. 그럼에도 발행 금리는 1년물 민평(3월 30일 기준 2.65%)에 비해 40bp나 높은 3.01% 수준으로 결정됐다. 인수단에 지급하는 수수료도 100억원당 4000만원 수준.
증권사의 한 채권브로커는 "전환사채(CB)나 신주인수권부사채(BW)가 아닌 순수 채권에 풋옵션을 다는 사례는 많지 않다"고 전했다.
메리츠캐피탈이 이렇게 변종 회사채를 발행하는 이유는 장기채 발행이 필요한 가운데 우량한 지주사의 권면보증이 없어 시장 수요에 대한 우려가 컸기 때문이다.
현재 지주사의 보증 여력은 한계에 달한 상황이다. 메리츠금융지주의 회사채와 기업어음 포함 권면보증 한도는 1조2000억원이다. 하지만 지난달 24일 기준으로 보증 회사채는 1조255억원, 기업어음은 8477억원에 달한다.
유승우 동부증권 연구원은 "AA급 위주로 여신전문회사(여전사) 분위기가 돌아가고 있고 은행계 여전사가 아니라면 수급상황이 좋지 않다"며 "풋옵션 조건도 이러한 배경하에 결정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IB업계 관계자는 "트리거 없이 투자자의 요구사항이 있을 때 풋옵션을 실행하는 식"이라며 "자산 부채에 대한 만기를 줄일 수 있는 구조이며 장기물 수급이 원활하지 않아 자금 조달에 융통성을 확보하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향후 투자자가 우호적인 입장을 유지한다면 풋옵션이 꼭 발생한다고 볼 수도 없다. 이렇게 되면 메리츠캐피탈 입장에선 유동성을 해결할 수 있는 동시에 자금 조달 다변화를 기대할 수 있는 것이다.
다만 일각에선 이같은 변종 회사채를 두고 메리츠캐피탈에 개별 이벤트가 발생한 것 아니냐는 우려를 제기한다. 신용평가사들은 이 같은 채권 발행이 현금흐름에 큰 영향을 주지않을 것이라고 평가하면서도 장기적으로 반복되면 재무적인 부담이 확대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증권사 채권부문 관계자는 "오토리스나 기업여신 등 주력 업황이 부진하고 증권사의 종금 라이센스 종료 전후로 계열사 우위관계의 불확실성이 잔존하는 시점에서 회사가 왜 무리한 발행을 하는지에 대한 의구심이 높다"며 "신평사 측에서도 이번 발행에 대해 여러차례 얘기가 나왔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A신평사 관계자는 "이번 자금조달은 1차적인 성장을 위한 유동성 확보 차원으로 보고 있으며 이번 발행건만으로 등급 조정까지 보진 않는다"면서도 "다만 이번에 발행되는 회사채는 장기자금이 아닌 단기자금으로 간주하고 있어 결국 단기성 차입이 유동성 비율 등 재무적 현황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높은 비용의 자금조달이 수익성 등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이러한 추세가 장기화된다면 등급상 부정적인 관점으로 볼 수 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메리츠캐피탈 관계자는 "개별 이슈가 있어서 이런 물량을 발행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재무구조도 탄탄하고 그간 자금조달이나 영업에 문제가 없었다"고 밝혔다.
[뉴스핌 Newspim] 정연주 기자 (jyj8@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