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격호 총괄회장 퇴직금 230억원 육박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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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강필성 기자] “전례가 없던 일이라 법무팀과 인사팀에서 규정에 대해 검토하고 있습니다. 근속 연수가 워낙 길어서….”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이 최근 사내이사 자리에서 물러난 롯데제과의 한 관계자 말이다.
6일 관련업계와 롯데그룹 주요 계열사 등에 따르면 신 총괄회장이 최근 그룹의 주요 계열사 사내이사 자리를 내려놓으면서 해당 계열사에 비상이 걸렸다. 초장기 근속한 신 총괄회장의 퇴직금을 얼마나 지급하느냐를 두고 내부의 고민이 한창인 것이다.
국내 상법상 사내이사가 사임하게 될 경우 정관에 따라 퇴직금을 지급하도록 돼 있다.
문제는 재계에서 가장 긴 신 총괄회장의 근속연수다. 그는 최근 사임한 롯데제과와 호텔롯데에서 각각 49년, 43년을 사내이사로 재직했다.
업계에서는 신 총괄회장의 퇴직금이 230억원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는 유통업계의 퇴직금 최고액을 단번에 경신하는 규모다.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이 서울 양재동 서울가정법원에서 열린 본인의 정신 건강 상태를 논하는 성년후견인 개시 심판 청구 첫 심리를 마치고 법정을 나서고 있다. <사진=김학선 사진기자> |
통상 사내이사의 퇴직금은 한달 급여(3개월 평균)에 근속연수를 곱하고 여기에 각 사 정관에 명시된 지급률을 곱하게 된다.
롯데그룹 내에서도 계열사별로 사내이사의 지급률이 다른 것으로 알려졌는데, 지난 2014년 롯데쇼핑에서 퇴직한 신헌 전 롯데쇼핑 대표가 3배의 지급률을 보였던 것을 감안하면 롯데제과와 호텔롯데도 이와 유사할 가능성이 높다.
다만, 신 총괄회장의 경우 퇴직금에 가장 큰 변수는 지급률이 아니라 근속연수다. 신 총괄회장이 사내이사로 재직한 기간은 롯데제과와 호텔롯데의 창립 역사와 같다. 그는 롯데제과에서 49년, 호텔롯데에서 43년을 사내이사로 재직해왔다.
때문에 지난해 롯데제과와 호텔롯데에서 각각 급여 10억원을 받은 신 총괄회장의 퇴직금은 단순 계산으로만 229억원에 달한다.
만약 총괄회장의 직급에 대한 지급률이 따로 설정돼 있다면 퇴직금이 천문학적으로 높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실제 대한항공 등 일부 대기업은 회장직에 대해 일반 사내이사보다 높은 6배의 지급률을 설정해두고 있다.
롯데제과와 호텔롯데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각각 1191억원, 3236억원. 영업이익 대비 신 총괄회장 퇴직금의 비율은 롯데제과가 10.2%, 호텔롯데는 3.3%에 달한다.
업계 관계자는 “회계적으로 신 총괄회장의 퇴직금은 매년 퇴직급여충당금으로 쌓아두고 있기 때문에 해당 기업의 수익성에 영향은 미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신 총괄회장이 재계의 1세대 창업자이자 가장 오랫동안 사내이사를 맡았던 점을 감안하면 그 규모가 막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더 주목해야 할 것은 내년이다. 신 총괄회장은 내년 임기가 만료되는 롯데쇼핑에서도 퇴진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는 롯데쇼핑이 출범한 1979년 이후 사내이사를 지켜왔다. 지난해 신 총괄회장의 급여 16억원으로 단순 계산해도 퇴직금 규모는 약 152억원에 달한다.
3개 계열사의 퇴직금으로만 400억원에 육박하는 퇴직금을 받는 셈이다. 여기에 임기 만료를 앞둔 부산롯데호텔, 롯데건설, 롯데알미늄, 롯데자이언츠를 더할 경우 퇴직금 규모는 더욱 커질 가능성이 높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신 총괄회장은 한 때, 계열사 사내이사의 보수를 전혀 받지 않는 등 소득을 크게 챙기지 않았다”며 “그의 퇴직금이 얼마나 될지는 아직 내부적으로도 결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다만, 신 총괄회장의 퇴진이 당사자의 의지로 보기 힘들다는 관측이 적지 않은 만큼 그가 퇴직금 수령을 거부할지는 아직 미지수다. 롯데그룹은 신 회장이 퇴진하던 지난달 주총을 앞두고 “워낙 고령으로 정상적인 경영활동은 무리라고 판단돼 이사에 재선임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힌 바 있다.
한편, 지난해 9월 호텔롯데 사내이사에서 해임된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은 퇴직금을 받지 못했다. 현행 정관에서 귀책사유가 있어 해임될 경우에는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도록 돼있기 때문.
따라서 호텔롯데는 지난해 신 전 부회장에게 총 5억7700만원의 급여만 지급했을 뿐, 별도의 퇴직금을 부여하지 않았다. 다만 롯데건설은 신 전 부회장에게 1억2500만원의 급여 외에 13억6300만원의 퇴직금을 지급했다.
[뉴스핌 Newspim] 강필성 기자 (feel@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