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통사 매장 아닌 오픈마켓, 자판기 등에서 구매 증가
휴대폰 지원금보다 할인 큰 '20%요금할인제' 영향 커
[뉴스핌=심지혜 기자] 이통사 중심으로 안착된 휴대폰 유통구조에 변화가 보이고 있다. 그동안에는 휴대폰과 이동통신 서비스를 ‘함께’ 구매하는 방식이 일반적이었으나 자급제폰이 관심받기 시작하면서부터 다소 달라진 모양새다. '따로' 구매하는 비중이 조금씩 늘고 있는 것이다.
15일 미래창조과학부에 따르면 자급제폰 가입자 수는 지난 10월 기준 154만5000명이다.
자급제폰은 이통사 유통점에서 구매하는 것이 아닌, 중고폰·오픈마켓이나 프리스비 등 아이폰 전문매장 등에서 구매하는 휴대폰을 말한다. 이름 그대로 ‘스스로 구입한 휴대폰’인 셈이다. 할부·약정기간이 만료된 휴대폰도 이에 속한다. 자급제폰 구매는 2012년 5월부터 가능하게 됐다.
자급제폰에 대한 관심은 수치로 입증되고 있다. 일례로 오픈마켓 11번가에서 거래된 단말기는 올해 11월까지 누적 판매량이 전년도 같은 기간에 비해 43.9% 증가했으며 거래액은 같은 기간 48% 늘었다. 중고 단말기의 경우 판매량 16.4%, 거래액 21%가 확대됐다.
11번가를 운영하는 SK플래닛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공기계 판매량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사진=이형석 사진기자> |
자급제폰 시장에 가장 큰 영향을 준 것은 단연 2014년 10월 시행된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이하 단통법)으로 평가된다. 이 중에서도 ‘지원금에 상응하는 20%요금할인(선택약정)’이 기폭제가 됐다. 단말기 지원금(보조금) 보다 20%요금할인이 같은 기간 더 많은 할인 혜택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20%요금할인 가입자 수는 지난 10월 기준 948만명으로 전체 이동통신 가입자(알뜰폰 제외) 5332만명 중 약 18%를 차지하는 비중이다.
단통법으로 휴대폰 가격과 요금 가격이 구분되고 공시하지 않은 지원금 지급이 법적 금지행위가 되면서, 소비자들의 인식도 바뀌기 시작했다. 이로 인해 고가의 프리미엄폰에 집중되던 관심은 중고폰, 외산폰 등으로 넓어졌으며 이통사 대리점이 아닌 오픈마켓 등에서 판매되는 휴대폰도 늘었다.
이러한 분위기에 힘입어 최근 레노버는 증강현실(AR) 스마트폰인 팹2프로를 지난 6일 G마켓을 통해 국내 시장에 선보였으며 소니코리아는 엑스페리아X 퍼포먼스에 이어 엑스페리아XZ를 출시했다. 샤오미 홍미노트4는 외산폰 전문업체를 통해 판매되면서 한 때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이슈가 됐다.
레노버의 증강현실 폰 '팹2프로'로 가상 테이블을 배치해본 모습 <사진=김겨레 기자> |
심지어 자판기에서도 휴대폰을 구입할 수 있다. 중고폰 판매업체 착한텔레콤과 자판기 업체 폰플러스컴퍼니는 전국 150여 다이소 매장에서 휴대폰 자판기를 통해 중고폰을 판매한다. 이렇게 구입한 자판기는 이용하던 유심을 바꿔 끼거나 이통사 대리점에서 개통하면 된다.
휴대폰 유통구조에 변화가 감지되자 제조사도 나서 이통사 중심의 시장 구조를 벗어나기 위해 자체적으로 중고폰 보상 프로그램을 내놨다. 올 초 삼성전자가 갤럭시S7을 출시하며 내놓은 ‘갤럭시클럽’이 그 예다. 일정기간 이후 사용하던 휴대폰을 반납하고 새 제품으로 구매하면 남은 할부금을 면제해 준다.
먼저는 이통사들이 ‘자사 요금제 지속 이용’을 조건으로 한 것이라면 갤럭시클럽은 이통사 관계없이 ‘휴대폰’에 집중된 상품으로 어느 이통사를 사용하든 관계없다.
이통사들은 ‘자급제폰 가입자 비중이 높지 않다’며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듯 하지만 긴장의 끈을 놓치 않고 있다.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는 관계사를 통해, KT는 직접 중고폰을 판매하고 자회사 M&S를 통해 해외 직구폰도 취급한다.
KT가 직영 대리점에서 시범 판매한 중고폰은 금새 동나, 대기자만 수십여 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급제폰 시장의 확대는 이통사 중심의 유통시장 규모 축소를 불러일으킨다. 가입자 유치를 위해 유통망을 구축하고 이동통신 상품에 휴대폰을 묶어 판매했던 구조가 분리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이통사들의 매출에도 여파가 생긴다. 이통사들은 주로 프리미엄폰 구매 시 지원금을 미끼로 고가 요금제 가입을 유도했다. 휴대폰 판매 대행을 근거로 제조사 판매 전략에도 영향력을 끼쳤으나 이 역시 어려워 진다.
이통사 관계자는 "자급제폰이 관심을 받고 있는 것은 사실이나 기존의 휴대폰 유통구조에 변화를 줄 정도까지는 아니다"고 설명했다.
미래부 관계자는 "20%요금할인을 중심으로 자급제폰이 조금씩 활성화 되고 있다"며 "유통구조의 변화까지 끌어낼 수 있을 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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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심지혜 기자 (sj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