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전문가 "16년 만에 직접 대화길 열 기회"
일각선 이란 경제 제재 수준 압박 강화 주장도
[뉴스핌=김사헌 기자]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 실험 이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구체적인 대응 조치를 내놓지 않자, 이는 오랜 세월 거부된 미국의 북한과의 직접 대화 창구가 열릴 것이란 희망을 제기하는 것이라고 지난 14일 미국 일간지 뉴욕타임스(NY Times)가 보도했다.
신문은 이날 베이징 발 'Trump’s Muted Tone on North Korea Gives Hope for Nuclear Talks' 제하의 기사를 통해 "16년 동안 미국이 직접 협상을 거부하는 동안 북한은 핵무기 프로그램을 진척해왔는데, 이번에 백악관 새 주인이 들어서고 한국 대통령이 탄핵 위기에 몰리면서 갑자기 이 오랜 교착상태가 해소될 조짐을 보이게 됐다"고 분석했다.
◆ 16년 만에 북미 양자대화 재개 기회 열리나
특히 신문은 "중국 정부가 계속 미국이 북한과 대화를 통해 핵무기 개발을 중단시키라고 요구하는 것은 분명히 트럼프 대통령이 오랜 기간 꽉 막힌 교착 상태를 풀 수 있는 거래를 원할 것임을 감지하게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앞서 겅솽(耿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북한의 핵무기와 미사일 실험 문제는 북한과 미국 그리고 북한과 남한 사이의 차이에 연원하며, 우리는 대화와 협상이 해결책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회동하고 난 아베 신조 일본 총리도 이날 국회에 참석해 "중국을 포함한 국제사회와 협력해야 한다"고 말해 동맹국들과 새로운 접근방식을 찾는데 협력할 필요가 있음을 시사했다.
뉴욕타임스는 북한의 핵 야망을 꺾기 위해 경제 제재를 일차적인 안전판이라고 여긴 오바마 정부 하에서는 북미 직접 대화가 불가능했는데, 동북아 지역에서는 이런 오바마식 접근 방식은 실패했다는 판단이 힘을 얻고 있다고 지적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사진=블룸버그통신> |
신문은 이어 중국과 미국의 일부 전문가들은 백악관이 오바마식 제재 노선을 폐기하고 북한 문제를 다루는 새로운 장을 열어줄 기회를 잡아야 한다는 권고를 내놓고 있다고 소개했다.
먼저 중국 관변 학자인 루차오 랴오닝 성 사회과학원 한반도연구센터 주임은 신문과 인터뷰에서 "트럼프 정부는 북한과 직접 대화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그것이 이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최선의 접근방식"이라고 말했다.
시아오 창 런민대학(中國人民大學) 교수도 "중국은 북한의 핵개발이 냉전의 산물으로 북한이 미국의 침공을 두려워한 결과로 보고 있다"면서 "이 때문에 미국도 북한과 마찬가지로 비난의 새당이 되며 모든 협상은 미국이 북한과 대화하는 것에 달려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중국은 어떤 것을 원하든 어떤 방식이든 중요한 합의에 도달할 수만 있다면 일단 대화를 시작하라는 입장"이라면서 트럼프 행정부가 어떤 식으로 대화에 접근하든 크게 개의치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합동참모본부 전동진 작전1처장이 북한이 동해상에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12일 오후 서울 용산구 국방부에서 군의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사진=뉴시스> |
◆ 미중 전문가들 "대화가 북핵 해결 출구"
뉴욕타임스는 또 윌리엄 페리 전 미 국방부 장관이 지난달 인터뷰에서 트럼프 정부가 최소한 북한과 직접 대화를 통해 중국이 핵 위협을 해결하는데 기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필요가 있고, 북한이 미국의 요구를 거부할 경우 중국에게 제재를 강화할 것을 요청할 더 나은 입장에 설 수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고 전했다.
페리 전 장관은 빌 클린턴 정부 때 대북 정책에 관여한 인물로, 당시 미국 정부가 영변 핵시설에 대한 선제 타격을 검토했었음을 고백한 바 있다. 대표적인 네오콘이던 그는 북한을 방문한 뒤 입장을 바꿔 '페리 프로세스'를 제시, 당시 무산되기는 했지만 클린턴 대통령의 방북을 권고하는 등 지금은 선제타격론이 바보짓이 될 것이라며 강한 반대와 함께 대화 해법을 역설하고 있는 대표적 인물이다.
신문은 이어 존 델러리(John Delury) 연세대 교수가 이번 달 <포린어페어(Foreign Affairs)> 기고를 통해 북미 대화 프로세스에 대해 "우선 이면 창구를 통한 대화를 시작하고 여기서 진전이 있는 경우 평양으로 특사를 파견해 핵 동결 협상을 할 수 있을 것이며, 이어 트럼프와 김정은의 양자 회동을 정점으로 삼은 고위급 접촉을 해 나가면 될 것"이란 제안을 내놨다고 소개했다.
한편, 이 같은 대화 가능성과는 대조적으로 대북 제재를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입장도 존재한다고 신문은 덧붙였다.
윈스턴 로드 전 주중국 미 대사는 지난주 아시아소사이어티가 발간한 보고서를 통해 북한에 대한 경제적 압박을 강조했다. 그는 미국이 중국으로부터 협력을 얻어내는 데 실패한 것은 중국이 북한 핵무기 제거보다는 정권의 안정성을 더 원하기 때문이라면서, 미국은 점진적인 제재 강화가 아니라 이란 제재 방식과 같이 빠르고 강력하게 압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뉴스핌 Newspim] 김사헌 기자 (herra7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