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 지목하는 피해야 할 종목
[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신흥국 주식이 미국의 반값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밸류에이션을 근간으로 볼 때 이 같은 계산이 가능하다는 것.
뉴욕증시의 밸류에이션 부담이 가시지 않는 데다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기대감이 후퇴하면서 이머징마켓 주식시장으로 자금이 밀물을 이루고 있다.
저평가 매력이 예기치 않은 충격에 주가 버팀목이 될 수 있지만 종목 선정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것이 월가의 지적이다.
중국 트레이더들 <출처=블룸버그> |
31일(현지시각) 필라델피아 소재 투자업체 AJO에 따르면 이머징마켓의 12개월 예상 실적 대비 주가수익률(PER)이 12.2배로 집계됐다.
이는 역사적 평균치인 11배를 웃도는 수치이지만 뉴욕증시의 밸류에이션 19배를 크게 밑도는 것이다.
이와 별도로 자산운용사 리서치 어필리어츠의 분석에 따르면 이머징마켓 주식은 과거 10년 실적 대비 약 14배의 밸류에이션에 거래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준을 적용할 때 뉴욕증시의 밸류에이션은 29배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인도와 중국은 물론이고 트럼프 행정부의 타깃으로 지목된 멕시코까지 이머징마켓 주식펀드에 자금이 홍수를 이루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는 진단이다.
시장조사 업체 트림탭스 인베스트먼트 리서치에 따르면 연초 이후 신흥국 연계 상장지수펀드(ETF)로 105억달러의 신규 자금이 유입됐다.
글로벌 투자자들이 적극적인 ‘사자’에 나선 데 따라 이머징마켓은 올들어 12.4%에 달하는 수익률을 올렸다. 이는 뉴욕증시의 S&P500 지수 수익률의 두 배에 해당하는 수치다.
리서치 어필리어츠의 크리스 브라이트만 최고투자책임자는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인터뷰에서 “신흥국 주식은 미국의 반값에 거래되는 셈”이라며 “일반적으로 저평가된 자산은 고평가된 자산에 비해 높은 수익률을 제공하게 마련”이라고 강조했다.
T 로 프라이스의 처크 크누드센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WSJ과 인터뷰에서 “미국 기업의 수익성이 정점에 근접한 데 반해 신흥국 기업들은 상대적으로 강한 성장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며 “이머징마켓이 선진국 증시에 비해 상대적으로 강한 수익률을 제공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저평가가 곧 투자 안전성으로 직결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 월가의 지적이다. 신흥국 경제 펀더멘털이 개선됐지만 외환시장이나 상품 가격 하락에 따른 충격이 여전하다는 것. 이와 함께 지정학적 리스크에 대해 선진국보다 상대적으로 취약하다는 주장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해외 매출 의존도가 높은 종목을 피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인도의 인포시스다.
인도 대기업 인포시스는 매출액의 97%를 해외에서 창출하고 있다. 글로벌 거시경제부터 외환시장까지 크고 작은 변수에 수익성이 휘둘릴 여지가 높다는 얘기다.
이 밖에 피델리티는 중국 은행주를 포함해 신흥국의 국영기업을 기피 대상으로 꼽았다. 이들 기업의 수익성이 신흥국의 급성장하는 소비 시장과 강한 연결고리를 형성하지 않고 있다는 판단이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