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증설 위축과 노후 시설 폐쇄로 정제마진 강세 지속
[뉴스핌=유수진 기자] 국내 정유업계가 기분 좋게 2018년 새해를 맞이할 전망이다. 지난해와 올해에 이어 내년까지 '슈퍼사이클(장기호황)'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업계는 내년에도 정제마진(석유제품 가격에서 원료비를 뺀 이윤)이 견조하게 유지될 것으로 보고 있다.
28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최근 정제마진은 배럴당 7~8달러 선을 기록하며 강세를 보이고 있다. 국내 정유사의 정제마진 손익분기점이 통상 배럴당 4달러 수준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두 배 가까이 높은 셈이다.
정제마진 강세는 석유제품 공급이 수요 증가분을 따라잡지 못해 발생한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에 따르면 오는 2019년까지 글로벌 원유 수요는 하루 평균 140만 배럴 증가할 것으로 예측된다. 반면 같은 기간 글로벌 정제설비는 약 75만 배럴 증가하는데 그쳐, 석유제품의 수급이 타이트하게 유지될 것으로 관측된다. 즉, 석유제품 수요 증가분이 정제설비 증가분보다 커져 정제마진이 구조적 강세에 진입한 것이다.
미국 텍사스주 코퍼스크리스티 근방 유전 <사진=블룸버그> |
이 때문에 정유업계는 내년에도 정제마진이 올해 수준으로 높게 유지돼 양호한 실적을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정제마진 강세가 장기화되는 원인으로는 저유가에 따른 신규 설비 증설 위축과 노후 시설 폐쇄 등을 꼽는다.
지난 2014년 국제유가가 급락하자 글로벌 정유업체들은 정제설비 투자계획을 백지화했다. 한 정유업계 관계자는 "당시 유가가 급락해 신‧증설하기로 했던 계획들이 다 연기됐다"며 "공장 건설에 보통 3년은 걸리기 때문에 공급이 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근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지역 국가들을 중심으로 설비 증설 움직임이 일고 있지만, 신‧증설에 소요되는 시간을 고려하면 최소 향후 3년간은 타이트한 수급상태가 지속될 수밖에 없다는 게 업계의 진단이다.
또한 호주나 일본, 말레이시아 등에서 기존 정제시설을 폐기하고 있는 것도 공급 부족의 한 원인으로 지목된다. 노후화된 정제시설을 스크랩(폐쇄)하고 새로 짓지는 않아 공급량 감소가 가속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조상범 대한석유협회 홍보팀장은 "석유제품 수요가 증가하는 반면 공급은 계속 줄고 있어 정제마진이 견조하게 유지될 것으로 본다"며 "내년에도 정유사들이 양호한 실적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증권업계에서는 내년 SK이노베이션과 에쓰오일이 각각 3조4150억원, 1조973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양사의 올해 연간 영업익 예상치는 3조3820억원, 1조5030억원이다. 강동진 현대차투자증권 연구원은 "SK이노베이션의 내년 실적은 정제마진 개선과 점진적 유가상승에 힘입어 석유부문 영업익이 증가하면서 이익 개선을 이끌 것"이라고 예상했다.
[뉴스핌 Newspim] 유수진 기자 (ussu@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