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황수정 기자] "마농, 넌 여왕이 될꺼야! 아름다움의 여왕."
놀기 좋아하던 한 어린 소녀가 자신의 아름다움에 반한 남자를 따라 수녀원이 아닌 프랑스 파리로 향한다. 그곳에서 화려하고 안락한 생활을 보장하는 또다른 남자를 따라가버린다. 더 큰 부를 좇아 도박을 하던 그는 경찰에 잡히고, 감옥에서 비참한 최후를 맞이한다. 아름다움의 여왕이 되고자 했던 '마농'의 이야기다.
국립오페라단이 한국오페라 70주년을 맞아 2018년 첫 작품으로 프랑스 대표 작곡가 마스네의 대표작 '마농'을 선택했다. 프랑스 소설가 아베 프레보의 자서전적 소설 '기사 데 그리외와 마농 레스코의 이야기'를 원작으로, 귀족 출신의 데 그리외 기사와 평민 출신의 소녀 마농의 우연한 만남과 격정적인 사랑을 그린다.
사실 '마농'은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여성은 아니다. 어린 나이에 노는 것을 좋아해 수녀원으로 쫓겨나지만, 그 여정에서 데 그리외와 첫눈에 반해 사랑의 도피를 떠난다. 이때의 나이는 고작 16세. 매우 본능적이고 감정에 충실한 인물로, 화려한 삶을 동경하고 오로지 유희만 욕망하는 캐릭터다. 물론, 뒤늦게 진정한 사랑을 깨닫고 데 그리외에게 돌아가지만 사치스러운 생활을 포기하지 못하다 스스로 몰락하고 만다.
흔한 신데렐라 스토리에서 주인공이 조금 더 진취적이고 적극적으로 바뀌었을 뿐. 자신의 아름다움을 이용해 원하는 것은 끝까지 쟁취해내고, 자유를 갈망하는 '마농'은 매우 현대적이다. 때문에 관객들은 쉽게 이해할 수 있고, 긍정이든 부정이든 감정이입이 더 잘 된다. 시시각각 변하는 '마농'의 감정을 크리스티나 파사로이우가 드라마틱하게 잘 표현한다. 크리스티나 파사로이우는 엎드린 상태에서도 매우 시원하게 아리아를 소화한다.
반면 '데 그리외'는 사랑에 배신당했음에도 지고지순하다. 마농이 떠나간 후 더이상 사랑 없이 신부가 되려하고, 다시 한 번 마농의 구애에 마음을 돌리는 그는 다시 없을 순애보의 표본. 이즈마엘 요르디는 감미로운 아리아로 관객들의 마음을 훔친다. 특히 '데 그리외' 역은 한 명의 테너가 리릭 레제로 테너, 리릭 테너, 리릭 스핀토 테너의 세 가지 역할을 모두 해야하는 어려움이 있음에도 훌륭하다.
그동안 상대적으로 쉽게 접했던 독일이나 이탈리아 오페라가 아닌 프랑스 오페라이기에 프랑스어만의 독특한 말맛을 느끼는 재미도 있다. 또 오페라코미크 장르로, 두 주인공 외에 레스코(공병우), 기요(노경범), 푸세트(신효진), 자보트(이지혜), 로제트(김윤희) 등 다양한 인물들이 유쾌한 웃음도 선사한다.
총 5막으로 구성된 '마농'은 두 번의 인터미션을 포함해 205분의 긴 시간동안 공연이 진행되지만, 체감 시간은 그리 길지 않다. 매우 빠른 전개와 아름다운 아리아는 물론, 화려한 의상과 무대를 보느라 정신 없이 빠져들게 된다. 고전 드레스에 가죽자켓을 입는 등 현대적인 해석을 더하고, 돌아가는 수도원의 거대한 세트와 3층까지 사용하는 축제의 무대 등 수많은 출연진들로 방대한 규모를 자랑해 전막을 공연하기는 1989년 김자경오페라단 이후 처음이다.
"젊음을 마음껏 써야지! 봄날은, 너무나 짧아" 마농의 말처럼, 그녀의 짧지만 아름다운 생을 느낄 수 있는 오페라 '마농'은 오는 8일까지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공연된다.
[뉴스핌 Newspim] 황수정 기자(hsj1211@newspim.com)·사진 국립오페라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