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홍규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과 벌이는 경제 전쟁에서 사우디아라비아(사우디)에 최전선에 나서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2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미국이 동맹국들에 오는 11월까지 이란산 모든 원유 수입을 중단하라고 압박한 가운데 트럼프 행정부는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원유 시장의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이란의 경쟁국인 사우디에 의존하고 있는 형국이다.
사우디아라비아 하루 석유 생산량 [자료=블룸버그통신] |
하지만 원유 시장이 리비아 혼란과 베네수엘라의 석유 산업 붕괴에 직면한 상황에서 이란의 수출 감소분을 상쇄하라고 하는 것은 사우디의 여유 생산능력에 부담을 줄 수밖에 없다고 통신은 설명했다.
컨설팅업체 에너지애스펙트의 암리타 센 수석 석유 분석가는 "미국 동맹국들이 제로(0)로 줄이고 인도와 중국 역시 수입을 줄인다면, 원유 시장은 하루 최대 150만배럴의 이란산 석유를 잃을 수 있다"며 "불과 일주일 전만 해도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큰 수치"라고 분석했다.
투자은행 BNP파리바스의 해리 칠링기리언 선임 석유 전략가에 따르면 OPEC과 비(非)OPEC 국가의 하루 100만배럴 증산 결정은 이러한 공급 부족분을 상쇄하지 못할 것으로 추정된다. 리비아와 베네수엘라의 공급 감소분을 고려하면 하반기에도 원유 시장은 공급 부족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사우디는 이같은 공급 부족분을 자신들이 채우도록 노력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미국으로부터 유가를 안정화하라는 압박을 받자 이날 사우디는 다음달 하루 생산량을 역대 최대인 1080만배럴로 늘릴 계획이 있음을 시사했다. 사우디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의 아민 나세르는 하루 최대 1200만배럴도 생산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사우디가 시장 균형을 위해 생산능력을 최대로 끌어올려 생산하는 것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블룸버그는 설명했다. 물론 미국에 자체적인 해결 방안이 있다. 대(對)이란 석유 수출 제한으로 유가가 급등하면 미국은 6억6000만배럴의 전략적 비축유를 사용할 수 있다. 이미 2025년까지 전략 비축유를 매각할 계획을 일부 세워 놓은 상태다. 이중 하나는 이르면 10월 일어날 수 있다.
컨설팅업체 클리어뷰에너지파트너스의 케빈 북 매니징 디렉터는 꼭 필요하다면 트럼프 대통령은 최대 3000만배럴의 원유를 방출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이러한 조치가 수급 균형을 이루는 데 도움이 되겠지만 원유 품질 면에서는 이란산 원유 부족분을 상쇄하지 못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시장이 이야기하는 건 "고유황·중질유(medium sour)인데, 사우디와 러시아만 고유황·중질유 부족분을 채울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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