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약관 개정 당시 충분한 논의 거쳐"
"해외사례 비교해도 유효기간 가장 긴 편...사용처 지속 확대"
[서울=뉴스핌] 유수진 기자 =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내년초 마일리지 소멸을 앞두고 울상을 짓고 있다. 사용처를 늘리고 적극 소진을 권장하는 등 고객 피해 예방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 일방적으로 소비자 이익을 침해했다는 오해를 받고 있어서다.
특히 최근 공정거래위원회가 마일리지 운영 실태 파악을 목적으로 최근 10년간의 자료를 요청하며 이들의 표정이 더욱 심각해졌다. 당장 마일리지 소멸 시작이 3주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한 시민단체가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과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을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 것과 맞물려 급격한 여론 악화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여객기. [사진제공=각사] |
11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내년 1월1일부터 적립된 지 10년이 넘은 항공마일리지가 순차적으로 사라진다. 대한항공에서 2008년 7월~12월, 아시아나항공에서 같은 해 10월~12월에 적립, 미사용한 마일리지는 이날 소멸된다. 앞서 양사는 지난 2008년 마일리지 회원약관을 개정, 유효기간을 10년으로 설정했다.
하지만 이를 두고 잡음이 끊이질 않고 있다. 공정위는 최근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에 2008년부터의 마일리지 제도 운영과 관련된 자료를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일부 소비자가 마일리지 사용 등에 대해 불만을 제기하자 사용 기회가 충분히 보장되고 있는지 직접 들여다보겠다는 것이다. 현재 양사는 공정위의 요구에 따라 해당 자료를 준비하고 있다.
특히 지난달에는 한 시민단체가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조양호 회장과 박삼구 회장을 서울남부지검에 고발하기도 했다.
시민단체 서민민생대책위원회는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시장지배적 사업자는 소비자의 이익을 현저히 저해할 우려가 있는 행위를 할 수 없는데 2008년 기준 도합 90.3%의 시장점유율을 차지한 양사가 일방적으로 약관을 개정, 마일리지 유효기간을 10년으로 제한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는 소비자의 이익을 현저히 저해할 우려가 있는 행위에 해당해 위법"이라며 "마일리지를 현금으로 쓸 수 있도록 전환하거나 면세점 등에서 쓸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을 폈다.
양사는 다소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지난 2008년 약관을 개정할 당시 시민단체 및 공정위의 검토, 조정 등을 충분히 거쳐 유효기간을 10년으로 정했는데 시행 직전 다시 이 문제가 불거졌기 때문이다.
또한 해외 항공사들과 비교하더라도 국내 항공사의 마일리지 유효기간이 결코 짧지 않다는 게 이들의 입장이다. 한 항공사 관계자는 "전세계 항공사들이 짧게는 6개월, 길게는 5년 등 평균 3년의 마일리지 유효기간을 두고 있다"며 "사실상 국내 업체들이 가장 길다고 봐도 무방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자료=대한항공] |
항공사들은 여름휴가철 등 항공수요가 집중되는 시기에 마일리지 좌석 비중을 일부 줄이는 건 맞지만 수익을 내야하는 기업의 입장에서 상식적인 수준이라고 강조한다. 특히 마일리지로 구매할 수 있는 좌석이 충분치 않다고 느끼는 건 대부분의 승객들이 특정 시기·노선 항공권 구매를 원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한 관계자는 "비수기 항공편이나 일본 소도시 등은 마일리지 항공권이 매우 여유로운 편"이라고 부연했다. 양사는 모든 항공편에 마일리지 좌석을 배정한다.
현재 이들은 마일리지 유효기간에 따른 소비자 피해를 막기 위해 사용처를 점차 확대하는 한편, 회원들에게 지속적인 문자·메일 등을 보내 사용을 독려하고 있다.
대한항공 마일리지는 한진관광 여행상품 구매나 호텔 예약, 렌터카 대여, 라운지 이용 등에 사용 가능하다. 아시아나항공은 삼성전자와 애버랜드, 이마트, CGV 등 실생활에 직접적인 도움이 되는 업체들과 제휴를 맺어 소비자 편리를 한층 강화했다. 이로 인해 항공권 구매가 아닌 다른 용도로 마일리지를 사용하는 비중이 점점 증가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내년부터 소멸 예정인 마일리지 보유 고객들의 편의를 위해 신규 사용처를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있다"며 "향후 고객들이 마일리지를 더욱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다양한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ussu@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