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봉제 바꾸고 임금피크제 법제화 선행돼야
기업 신규채용 여력 줄어 청년실업 악화 우려도
[서울=뉴스핌] 백진엽 기자 = 정부가 정년 연장 논의를 시작하기로 하면서 기업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대내외적으로 경영환경이 악화된 상황에서 정년연장으로 인한 비용 부담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3일 재계에서는 정년 연장에 대한 논의가 필요한 것에는 공감하면서도 임금 체계 개편과 노동 유연성 등이 선결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현 상황에서 정년만 연장되면 기업의 부담만 늘어나고, 청년 실업 문제를 더 키울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달 1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경제활력대책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19.05.15 pangbin@newspim.com |
익명을 요구한 한 대기업 임원은 "우리나라 기업들은 대부분 직무기간이 길어지면 임금도 많이 받는 호봉제를 기본으로 한 임금제가 많다"며 "이같은 임금 체계가 바뀌지 않고 정년이 연장되면 기업들의 인건비 부담은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안으로 임금피크제 등이 떠오르고 있지만 기업들이 원한다고 무조건 도입할 수도 없다. 노동자와의 합의가 이뤄져야 하기 때문이다.
다른 기업 관계자는 "임금피크제 도입 등 임금 체계를 바꾸기 위해서는 노조와의 합의가 돼야 하는데 과연 가능한 기업이 얼마나 될 지 모르겠다"며 "특히 노조의 성향이 강성인 곳은 더…"라며 말을 줄였다.
재계에서 정년 연장을 하려면 임금피크제 도입 의무화를 법제화하거나, 기업에게 임금제 개편의 권한을 줘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런 조치 없이 정년만 연장할 경우 기업들은 노조에 막혀 임금제도를 바꾸지는 못한 채 인건비 부담만 고스란히 짊어지게 된다는 우려다.
만약 기업들이 정년 연장으로 비용 부담이 커지면 그만큼 신규 채용이 줄고, 청년 실업 문제 악화로 이어질 것이라는 지적도 많다.
앞서 지난 2일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TV 방송에 출연해 "정년 연장 문제를 집중 논의하고 있으며, 논의가 마무리되면 정부 입장을 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정년 연장에 대해 사회적 논의를 위한 화두를 던진 것이다.
정년 연장 논란이 수면위로 떠오른 것은 지난 2월 대법원이 육체노동 가동연령을 65세로 상향하는 취지의 판단을 내리면서부터다. 당시 재계는 대법원이 판단이 정년 연장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선을 긋는 모습을 보였다.
홍 부총리는 “향후 10년간 노동시장에서 빠져나가는 베이비부머가 매년 80만 명, 10대가 노동시장에 들어오는 속도는 연간 40만 명임을 고려하면 (청년 실업 악화) 우려는 완화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재계에서는 단순히 숫자 더하기 빼기로 접근할 문제는 아니라고 반박하고 있다.
한 경제단체 관계자는 "정년에 가까워지는 직원과 갓 취업한 직원의 임금 수준, 정년 연장에 따른 필요 채용인원 감소 등까지 감안해야 한다"며 "단순히 은퇴자가 몇명이고, 신규 구직자가 몇명이니 영향이 많다 적다고 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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