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7명 입건된 상태...추가 입건자는 없어
업무상과실치사뿐 아니라 직무유기 혐의 적용도 검토
고의적으로 직무 포기했다는 근거 나타나면 적용 가능성↑
[서울=뉴스핌] 황선중 기자 = '잠원동 철거 건물 붕괴 사고'를 수사 중인 경찰이 현장 관리·감독 책임을 소홀히 한 서초구청에 대한 혐의 적용에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사고 건물의 관할 구청인 서초구청이 현장점검을 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면서 관련 부서 공무원들에 대한 형사처분이 가능할지 관심이 모아진다.
19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 서초경찰서는 이번 사고와 관련해 서초구청 공무원 3명을 비롯한 공사 관계자 7명을 업무상 과실치사·치상 등 혐의로 불구속 입건, 조사를 벌이고 있다. 경찰은 공사 관계자뿐 아니라 구청 측도 관리‧감독 의무를 위반한 것은 아닌지 책임 소지 여부를 살펴보고 있다.
특히 경찰은 업무상 과실치사·치상뿐만 아니라 직무유기 혐의 적용이 가능한지도 검토하고 있다. 직무유기는 공무원이 정당한 이유없이 직무수행을 거부하거나 그 직무를 유기함으로써 성립하는 범죄다. 서초구청이 건물 붕괴 위험을 알면서도 안전 관리를 외면했다는 정황이 입증될 경우 직무유기 혐의 적용이 가능하다.
[서울=뉴스핌] 이한결 기자 = 4일 오후 서울 강남구 신사역 인근에서 건물 외벽이 무너져 내리는 사고가 발생했다. 외벽에 깔린 차량에서 운전자 남성 1명이 구조되어 빠져나와 병원으로 이송됐다. 여성 1명은 생사를 확인할 수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2019.07.04 alwaysame@newspim.com |
서초구청은 붕괴된 건물의 철거를 승인한 이후 한번도 현장점검을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3월에는 서울시로부터 관할 내 공사장에 대한 점검에 나설 것을 권고받았음에도 이행하지 않았다.
당시 서울시는 자치구청이 관할 내 철거 공사장을 위험 정도에 따라 상·중·하로 구분한 뒤, 상·중에 해당하는 곳은 건축 분야 전문가와 함께 2인1조로 세 차례 공사 현장을 점검하도록 했다. 또 감리의 현장 상주 여부, 해체공사계획서 준수 여부 등을 확인하도록 했다.
그러나 서초구청은 관할 내 공사장의 위험성을 상·중·하로 평가하지 않고, 기존의 승인·반려 절차만으로 안전성을 판단했다. 승인 이후에는 구청에서 따로 현장점검을 진행하지도 않았고, 그저 감리가 현장을 점검하게끔 했다.
그간 서초구청은 "현장을 관리하는 것은 감리의 몫"이라며 책임을 회피해왔지만 현장 관리·감독 의무를 다하지 않았음이 드러난 것이다.
이에 따라 경찰은 구청의 관리·감독 과실 책임이 있는지, 부실한 관리·감독과 건물 붕괴의 인과관계가 있는지 등을 밝히는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고의적으로 위험을 외면했다는 명백한 근거가 있어야 한다"며 "위험성을 알고 있었음에도 안전조치를 하지 않았다면 직무유기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구청 공무원들의 관리·감독 부실을 이유로 형사처분하기에는 어려움이 따를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권고사항이 강제력이 없을 뿐만 아니라 관련 법 조항도 미비하기 때문이다.
경찰 관계자는 "공무원의 공사장 관리·감독 관련 법 조항이 없는 상황이라 행정처분은 몰라도 형사처분까지는 어려울 수 있다"며 "공문 위반 여부도 혐의 적용에 효력이 있을지 등 폭넓게 수사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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