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불평등 완화 대화기구 시민위원 '랜덤' 선발
선정 기준 없어, 정책 퀄리티 및 합리성 논란 불가피
자기소개서 반영, 편향적 의원 구성 우려도 높아
[서울=뉴스핌] 정광연 기자 = 서울시가 2020년 청년 불평등 대화기구 설립을 앞두고 시민대표위원을 '무작위'로 추첨해 선발한다. 정책수립 절차에 영향을 미침에도 불구하고 전문성이나 연관성 등 최소한의 기준과 자격도 명시하지 않아 논란이 예상된다.
서울시 청년청 관계자는 "내년 1월 5일까지 시민위원을 원하는 사람들을 아무런 제한없이 지원받아 그 중에서 무작위 추점으로 최종 위원을 선발한다"며 "더 많은, 다양한 시민들의 의견을 반영하기 위한 결정"이라고 24일 밝혔다.
2020년 1월 출범하는 청년 불평등 완화 범사회적 대화기구는 시대간 불평등 해소를 위해 서울시가 추진하는 조직이다. 자문단, 실무위원회(전문가그룹)와 함께 △공정·격차 해소분과 △분배·소득 재구성분과 △사회·정치 참여분과 등 3개 분과로 구성된다.
분과별 위원회 규모는 30명 내외다. 10명 이내의 자문단과 분과별 3명 이내로 구성될 실무위원회가 이들 3개 분과를 지원하는 방식이다. 이번에 공개모집하는 시민위원은 각 분과별 15명씩, 총 45명을 선발한다.
시민의견 수렴을 위한 협의체지만 청년 불평등 대화기구는 '실천적 정책과제 제안'이라는 명확한 목표를 가지고 있다. 분과위원회 이름이기도 한 공정, 분배, 사회참여 등은 올해 청년수당 등 이른바 '공정한 출발선' 구축을 위해 박원순 시장이 강조했던 키워드와 동일하다.
서울시 역시 청년 불평등 대화기구에서 도출한 합의한 내년도 청년정책에 일정 부분 반영될 수 있다는 점은 인정하고 있다. 공개모집으로 선발하는 시민위원은 단순한 의견수렴이 아닌 정책수립을 위한 시민 대표자인 셈이다.
전문가와 실무진이 참여하는 위원회 구성에서 시민대표자를 객관적인 기준없이 '무작위'로 뽑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위원회 목표에 걸맞는 전문성이 없다면 현실과 동떨어지거나 수준이하의 정책추진을 시도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내년 1월 출범 예정인 서울시 '청년 불평등 완화 범사회적 대화기구' 조직체계도. [사진=서울시] |
특히 이들 시민위원에게 세금(수당)이 지원된다는 점에서 객관적인 선발기준을 마련하지 않은 건 문제의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세금이 투입되는, 공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정책과정은 모두가 납득하는 수준의 선발, 구성, 운영 등의 퀄리티가 보장돼야 한다. 기준없이 시민위원을 선발하고 어디에 수당까지 지급한다는 건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기준없는 무작위 선발이 편향된 시민위원회 구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크다.
서울시는 추첨을 위한 지원자 '풀'을 구성할 때 자기소개서에 담긴 '경험과 관심'을 고려한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이를 바탕으로 나이, 성별, 거주지역 등을 세분화해 최종 15인을 무작위 선정하다는 계획이다. 사실상 주관적인 평가로 예비 추첨자 명단을 만드는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일반시민 참여를 위해 무작위 추첨이라는 방식을 내세웠지만 결국에서는 시민단체 등에서 관련 활동을 한 사람이 대거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며 "서울시 입맛대로 사람을 뽑아도 이를 견제할 장치가 없다"고 언급했다.
이에 서울시측은 "정책 수립을 위한 전문성은 전문가 집단과 실무진이 있기 때문에 크게 문제되지 않을 것"이라며 "청년 불평등은 모든 세대, 계층의 문제다. 이에 따라 어떤 제약도 없이 시민위원을 선발하기 위한 결정"이라고 밝혔다.
peterbreak2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