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보유이익 감소 등 하반기 실적 저하
신종 전염병 관련 투자심리 냉각도 악재
자본적정성 우려·부동산PF 규제 등 올해도 '먹구름'
[서울=뉴스핌] 김민수 기자 =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한 증권사들이 주식시장에선 유독 약세를 면치 못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여의도 증권가 / 이형석 기자 leehs@ |
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증권업종지수는 장중 1558.91까지 하락하며 지난 2018년 10월30일 이후 최저치를 터치했다.
지난해 6월 2000선을 돌파하며 승승장구하던 증권주는 7월말 코스피 급락과 함께 큰 폭의 조정을 겪었다. 하지만 하반기 코스피가 반등에 나섰음에도 오히려 등락을 거듭하다 올 들어 또 한 번 약세를 시현했다.
업계에서는 최근 몇년간 지속된 순이익 상고하저 패턴으로 하반기 감익이 예상된 가운데 라임 사태, 부동산PF 규제 강화 등 대외 요인이 부담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여기에 3분기 이후 시장금리가 상승세를 보이면서 상품운용수익이 크게 감소한 것도 악재가 됐다는 설명이다.
박혜진 대신증권 연구원은 "작년 8월부터 금리가 급등하는 등 금리 변동성이 상당히 컸다"며 "은행 파생결합펀드(DLF) 사태 여파로 주가연계증권(ELS) 발행이 주춤하는 등 증권업종을 들러싼 환경이 우호적이지 않았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지난해 연간 실적을 공개한 증권사들은 대부분 전년 수준을 상회하는 성적을 거뒀다. 미래에셋대우, NH투자증권, 메리츠종금증권, 현대차증권 등은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또 한 번 경신하기도 했다.
하지만 하반기 또는 4분기만 놓고 보면 상반기 대비 이익 규모가 큰 폭으로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하반기로 갈수록 컨센서스가 하향조정됐음에도 이를 충족시키지 못하며 투자심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코스피 월별 지수 추이 [자료=키움HTS] |
설 연휴 이후 확산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이슈가 증권주를 끌어내린 또 다른 요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계절적으로 실적에 유리한 1분기로 들어왔지만 전염병 확산이 경기 둔화, 투심 냉각으로 이어질 경우 증권주에 대한 투자심리가 단기간 회복되기 어려울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올해 역시 이런 기조가 주가에 상당 기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금융당국 차원의 파생상품, 부동산PF에 대한 규제 강화가 임박한 가운데 추가적인 자산 성장 가능성에 대한 부정적 전망마저 잇따라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남석 KB증권 연구원은 "연초에는 예상치 못한 이벤트가 단기적으로 주가 하락폭을 확대시켰으나, 올해 실적과 주가에 미칠 주요 변수는 회사별 자본적정성 개선 여부와 부동산 PF 규제 강화에 따른 영향"이라며 "당장 올해 실적 관련 기대가 낮아진 것 역시 증권사 자본여력 소진에 따른 보수적인 성장 전망, 고수익 자산으로 분류된 부동산 PF 사업 위축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정태준 유안타증권 연구원도 "조달 비용 상승, 투자여력 감소로 올해 자기자본이익률(ROE) 하락과 이익 감소가 예상된다"며 "여기에 파생결합상품 발행 감소에 따른 조달 비용 상승, 투자여력 부족에 따른 IB수수료수익 정체로 증자 또는 신규 투자감소를 감내해야 하는 갈림길에 놓인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일각에서는 현재 하락 폭이 과도한 만큼 조정 국면이 일단락되면 긍정적 요소들이 재차 부각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들은 지수 반등 및 거래대금 회복시 상대적으로 악재 요소가 낮거나 펀더멘털 수혜가 기대되는 종목을 중심으로 업종 내 차별화가 뚜렷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장효선 삼성증권 연구원은 "회사별 비즈니스 역량 차이가 존재하지만 올해 이익 성장의 방향성은 채무보증 규모 및 영업용순자본비율(NCR) 등 추가 투자여력 유무에 따라 차별화될 가능성이 높다"며 "부동산 익스포져가 상대적으로 낮았던 회사들의 아웃퍼폼(Outperform)과 함께 규제 환경 변화에 빠른 대응 여부가 밸류에이션 판단에 핵심 키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했다.
mkim04@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