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태아 건강손상 산재 첫 인정
[서울=뉴스핌] 김연순 기자 = 여성 근로자가 임신 중 근무 환경의 유해 요소와 과중한 업무 탓에 선천적 장애를 가진 자녀를 출산했다면 업무상 재해로 볼 수 있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업무상 재해에 태아의 건강 손상이나 출산아의 선천성 질환이 포함된다고 첫 대법원 판결이라 주목된다.
대법원 [사진=뉴스핌 DB] |
대법원 2부(주심 김상환 대법관)는 29일 제주의료원에서 간호사로 근무한 변모씨 등이 "요양 급여 신청을 반려한 처분을 취소해 달라"며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변씨 등은 2009년 임신했지만 유산 징후를 겪은 뒤 선천성 심장질환을 가진 아이를 낳았다. 이후 이들은 임신 초기 유해한 요소에 노출돼 태아의 심장에 질병이 생겼다며 요양급여를 청구했지만 거부되자 지난 2014년 소송을 제기했다.
1심은 간호사들의 손을 들어줬다. 1심은 "업무상 과로와 스트레스, 주야간 교대근무 및 임산부와 태아에게 유해한 약물 등과 같은 작업 환경상 유해 요소들에 일정 기간 지속적·복합적으로 노출됐다"며 "아이들의 선천성 심장 질환의 발병과 변씨 등의 업무 사이에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다고 넉넉히 추단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반면 2심은 여성 근로자가 업무상 입은 재해로 질병을 가진 아이를 낳았더라도 이는 어머니의 질병이 아니기 때문에 어머니에게는 요양급여를 받을 권리가 없다는 이유로 원고 패소 판결했다.
대법원은 2심 판단을 또 다시 뒤집었다.
대법원은 "여성 근로자와 태아는 임신과 출산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업무상 유해 요소로부터 충분한 보호를 받아야 한다"며 "출산 이후에도 모체에서 분리돼 태어난 출산아의 선천성 질병 등에 관해 요양 급여를 수급할 수 있는 권리가 상실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y2kid@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