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렌지‧푸르덴셜 이어 악사손보도 '탈출' 시도
자본‧영업망 갖춘 금융지주‧대기업 중심 재편
[편집자] 외국계 보험사들이 대거 한국을 탈출하고 있습니다. 알리안츠생명과 PCA생명, ING생명, 푸르덴셜생명이 자산을 정리하고 본국으로 돌아간데 이어 악사손해보험도 매물로 나왔습니다. 라이나생명과 메트라이프생명의 매각설도 들리는데 성사되면 국내에서 영업하는 영향력 있는 외국계 보험사는 모두 사라져 '제로'가 됩니다. 1990년대 급성장을 기대하며 앞 다퉈 서울에 들어왔던 외국계 보험사들은 어떤 이유로 우리나라를 떠나는 걸까요? 종합뉴스통신 뉴스핌이 3회에 걸쳐 그 사정을 살펴봅니다.
[서울=뉴스핌] 김규희 기자 = 국내 보험 시장이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저금리, 저성장, 저출산 등 경영환경 악화로 외국계 보험사들의 한국 시장 이탈이 가속화되면서 이를 흡수할 여력이 있는 금융지주, 대기업 중심으로 보험업계가 재구성될 것으로 보인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2007년 한국시장에 들어온 프랑스계 악사(AXA)손해보험이 최근 매물로 나왔으나 흥행에 실패했다. 지난 18일 실시된 예비입찰에 참여한 곳은 교보생명 1곳 뿐이었다.
[서울=뉴스핌] 김규희 기자 = 오렌지라이프(현 신한라이프) 사옥 [사진=오렌지라이프 제공] 2020.10.07 Q2kim@newspim.com |
인수 후보로 거론된 카카오페이, 사모펀드(PEF) 외에도 신한금융그룹, 우리금융지주도 참여하지 않으면서 흥행에 참패했다는 평가다. 게다가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이 재무적 투자자(FI)와 소송전을 벌이고 있는 걸 감안하면 교보생명도 완주를 자신하기 어렵다.
악사손보 흥행 참패는 국내 보험시장의 수익성 악화와 맞닿아 있다. 저출산 고령화로 인한 국내 보험시장 포화, 저금리에 따른 운용수익 악화,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에 따른 대규모 자본투입 부담 등 여파다.
이를 반영하듯 지난 2016년부터 외국계 보험사들의 '탈출' 속도는 가팔라졌다. 2016년 알리안츠생명, 2017년 PCA생명, 2018년 오렌지라이프(옛 ING생명), 2020년 푸르덴셜생명이 매물로 나와 M&A가 이뤄졌다.
특히 최근 인수합병 시장에 나온 매물은 모두 금융지주 품으로 들어가면서 금융지주가 보험업계 인수합병 시장 '큰 손'으로 자리매김했다.
'알짜 매물'로 평가 받던 오렌지라이프와 푸르덴셜생명은 각각 신한금융그룹과 KB금융그룹이 인수했다. 비은행부문의 수익성 강화를 위해서다.
하지만 이번 악사손보의 경우 생명보험사만 보유하고 있는 신한금융과 보험사가 없는 우리금융이 예비입찰에 참여하지 않으면서 단독 입찰에 그쳤다.
향후 잠재 매물로 거론되는 메트라이프생명, 라이나생명, ABL생명, 동양생명, AIA생명 등 외국계 보험사가 실제로 시장에 나올 경우에도 매물 소화가 가능한 금융지주나 대기업 중심으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자본여력이 풍부한데다 성숙 시장에 돌입해 수익성이 낮아진 국내 보험시장에서는 확실한 판매 영업망을 보유하는 것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아울러 타 금융 계열사와의 연계상품 등 시너지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실제로 시장 포화상태인 자동차보험을 보더라도 상위 4개사 쏠림 현상이 뚜렷하다. 2020년 상반기 기준 삼성화재‧DB손보‧현대해상‧KB손보 4개사의 시장 점유율은 80%에 달한다.
삼성화재 등은 기존 시장 지배력을 바탕으로 다이렉트 자동차보험시장 등을 통해 빠르게 점유율을 높여갔다. 대형사가 상품 수를 늘리며 평균 비용을 줄이자, 중‧소형사들은 가격 경쟁력에서 밀릴 수밖에 없었고 시장 점유율은 상위 4개사에 쏠렸다.
특히 금융지주사는 전국에 위치한 은행‧증권사 등 계열사 점포를 영업망으로 활용할 수 있고 지주사의 자금지원도 가능하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저출산‧저성장 뿐만 아니라 IFRS17 도입, 각종 규제로 보험업계 업황은 점점 더 악화될 전망"이라며 "규모의 경제를 통해 비용을 줄일 수 있는 금융지주, 대형사 중심으로 시장이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q2ki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