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박우진 기자 = "정부의 대출규제를 보면 무주택자도 투기꾼으로 보는게 아닌가 싶다."
취재중 만난 부동산 전문가는 정부가 지난 4년간 투기를 잡겠다고 대출규제를 강화했지만 오히려 집값도 못잡고 무주택 실수요자들만 피해를 봤다고 말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0일 취임 4주년 기자회견에서 지난 4년간 아쉬웠던 부분으로 부동산 정책을 꼽으며 집값 안정을 이루지 못했다며 사과했다. 그러면서 실수요자 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다양한 정책 지원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이나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 완화가 될 것으로 보인다. 실수요자의 주택 구입 자금 마련 부담을 덜 수 있는 방안이지만 소폭의 완화라면 실수요자의 고민을 해결해주기 어려울 수 있다. 이미 오를대로 오른 아파트를 소폭의 대출 규제 완화로는 살 수가 없다.
한국부동산원 기준 올해 3월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이 8억7687만6000원으로 서울 아파트의 절반 가까이가 9억원을 넘는 상황이다. 예를 들어 시가 9억원의 집을 구입하는데 있어 LTV 40%를 적용하게 되면 3억6000만원까지 대출이 가능하다. 나머지 5억4000만원의 현금이 필요한 셈이다. LTV를 10% 올린다 해도 4억5000만원까지 대출이 허용돼 이전보다 9000만원의 현금 마련 부담이 줄어들 뿐이다.
미국과 유럽처럼 무주택자나 청년 등 수중에 자금이 부족한 계층에 한해 LTV를 90%까지 적용하자는 주장도 나온다. 당장 90% 선까지 적용하는데는 무리가 있을 수 있지만 미래소득이 보장된 청년 등 특정 계층에 한해 대폭적인 LTV 규제 완화를 검토해 볼만하다.
정부의 대출규제 완화 이야기가 나오지만 실수요자들은 냉담한 반응이다. "폭탄돌리기가 시작됐다", "지금 아파트 사면 호구다"는 말들이 나온다. 집값이 이제 고점을 찍고 하락장으로 바뀔 것이라는 우려가 팽배하기에 그렇다. 대출규제 완화로 집을 샀다가는 자산만 잃게 될지도 모르는 셈이다. 대출규제 완화로 부동산 민심을 달래려던 정부는 오히려 비난의 화살을 받게 될 수 있다.
실수요자들의 내 집 마련을 돕기 위해서는 대출규제 완화가 필요하지만 때는 늦었다. 대출규제 초기부터 실수요자 구제책을 마련했다면 상황은 다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때를 놓친 대출 규제 완화에 실수요자도 정부도 웃지 못하는 상황만 벌어지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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