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 참전 김윤화 할머니…군인이 된 18세 소녀 아흔 바라봐
[논산=뉴스핌] 권오헌 기자 = 여자 의용군 2기, 군번 0995745.
아흔을 바라보는 김윤화(88) 할머니는 여군으로 6.25 전쟁에 참여한 국가유공자다. 6.25 전쟁이 발발한 지 70년이 훌쩍 넘었지만 자신의 군번 '0995745'를 뚜렷이 기억했다.
김 씨는 인천출신으로 인천여상을 다니던 18세에 여군이 되고 싶어 부모 허락도 받지 않고 여자 의용군 2기생 시험을 봐 군인이 됐다.
[논산=뉴스핌] 권오헌 기자 = 여자 의용군 2기로 6.25 전쟁에 참전한 김윤화 할머니. 2021.06.24 kohhun@newspim.com |
당시 여군훈련소인 서울 일신국민학교에서 2개월간 칼빈 소총을 들고 행군과 수류탄던지기, 각개전투 등 혹독한 훈련을 받고 9사단으로 배치됐다.
9사단 군수과 소속으로 행정업무를 수행했지만 6.25 전쟁 중이어서 동기 15명과 함께 천막과 땅굴 속에서 생활하며 트럭을 이용해 수시로 이동했다.
전시 상황에 암호를 알아야만 이동할 수 있었고 가까운 거리도 항상 칼빈 소총을 들어야만 했다. 때로는 천막에서, 때로는 폐허가 된 건물 마룻바닥에서 북한군의 기관총 소리를 들으며 뜬눈으로 추위와 싸웠다.
전쟁이란 기억은 고통 그 자체이지만 군인으로서 자부심은 여전했다. 지금도 동기들의 이름을 정확히 기억했다.
[논산=뉴스핌] 권오헌 기자 = 김윤화 할머니가 아들인 장창우 대전경찰청 청문감사담당관와 국가유공자증서를 들고 기념촬영하고 있다. 2021.06.24 kohhun@newspim.com |
그는 전쟁이 끝난 뒤 학교로 복귀하지 않고 군 복무를 계속했다. 논산 육군훈련소로 전입해 친한 동기의 남편 소개로 당시 군무원인 남편 장진춘 씨와 1955년 결혼해 지금까지 제2의 고향인 연무읍에서 살고 있다
김 할머니는 2015년 11월 국가유공자 증서를, 2016년 6월에는 호국영웅기장증을 받았다.
김 할머니의 아들인 장창우 대전경찰청 청문감사담당관은 "국가와 가족을 지켜야 한다는 신념으로 자원입대해 총탄이 빗발치던 현장에서 생사를 오가며 목숨을 걸고 조국을 위해 헌신하신 어머님이 너무나 자랑스럽다"고 존경심을 표했다.
김 할머니는"71년 세월이 무색합니다. 열여덟 꽃다운 제가 벌써 아흔을 바라보고 있으니까요. 국군장병의 요람인 훈련소가 위치한 제2의 고향인 논산에서 아들과 함께 살아가는 지금이 너무나 행복합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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