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버스 안 음란동영상 보며 자위행위…1심 강제추행죄 무죄
2심서 공연음란죄 예비적 공소사실로 공소장 변경해 '벌금형'
대법 "공소장변경 절차에 관한 법령 위반" 파기환송
[서울=뉴스핌] 김연순 기자 = 고속버스 안에서 음란 동영상을 보며 자위행위를 한 20대 남성이 1심에서 '강제추행죄' 무죄를 선고받고 2심에선 '공연음란죄'로 벌금형을 받았지만 결국 대법원이 "재판을 다시 하라"며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공소장변경허가신청서 부본을 피고인 또는 변호인에게 송달하거나 교부하지 않은 상태에서 재판부가 공소장 변경을 허가한 후 유죄를 선고한 건 공소장변경 절차에 관한 법령을 위반한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21일 강제추행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20대 A씨의 상고심에서 벌금 4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창원지방법원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 [사진=뉴스핌 DB] |
A씨는 고속버스 안에서 음란동영상을 보면서 자위행위를 하던 중 옆자리에 앉아 있는 여성의 허벅지를 만져 추행한 혐의(강제추행죄)로 기소됐다.
하지만 1심은 추행사실과 고의에 대한 증명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은 항소했고 이후 '피고인이 위 공소사실 기재 일시, 장소에서 자위행위를 함으로써 공연히 음란한 행위를 했다'는 내용의 공연음란죄를 예비적으로 추가하는 공소장변경허가신청서를 제출했다.
이에 2심 재판부는 예비적 공소사실인 공연음란죄를 인정하고 A씨에게 벌금 400만원을 선고했다. 에비적 공소사실이란 검찰이 주위적 공소사실(주된 범죄사실)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를 대비해 추가하는 공소 사실이다.
다만 검찰은 공소장변경허가신청서 부본을 피고인 또는 변호인에게 송달하거나 교부하지 않은 상태에서 공소장변경을 했고 2심 재판부는 이를 허가했다.
대법원은 피고인의 방어권이나 변호인의 변호권을 본질적으로 침해한 것으로 공소장변경절차에 관한 법령을 위반했다며 파기환송했다.
대법은 "검사가 원심에서 공소장변경을 신청한 예비적 공소사실은 공연음란죄에 관한 것으로서 기존 공소사실인 강제추행죄와 비교해 행위 양태, 보호법익, 죄질과 법정형 등에서 차이가 있다. 강제추행죄는 피고인이 자위행위를 하였는지 여부나 그 행위에 공연성이 있는지 여부가 범죄 성립에 직접 영향이 없지만, 공연음란죄는 공연히 자위행위를 한 사실이 범죄 성립요건"이라며 "따라서 기존 공소사실과 예비적 공소사실은 심판대상과 피고인의 방어대상이 서로 다르다"고 판시했다.
이어 "원심은 검사의 공소장변경허가신청서 부본을 피고인 또는 변호인에게 송달하거나 교부하지 않은 채 공판절차를 진행해 당일 변론을 종결한 다음 기존 공소사실에 대해 무죄로 판단한 제1심 판결을 파기하고 예비적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했다"며 "원심판결에는 공소장변경절차에 관한 법령을 위반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지적했다.
대법은 "원심판결 중 예비적 공소사실 부분은 파기돼야 하는데, 예비적 공소사실 부분을 파기하는 이상 주위적 공소사실을 포함한 원심판결 전부가 파기돼 한다"며 원심판결을 파기한다고 밝혔다.
y2kid@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