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벅스 굿즈' 떴다 하면 장사진...매 시즌 행사에 직원들 '불만'
7~8일 양일 간 트럭시위 예고...정용진 부회장에 '해결사' 요청도
[서울=뉴스핌] 전미옥 기자 ='굿즈(기획상품·MD)' 마케팅으로 흥행가도를 달리던 스타벅스 코리아가 역풍을 맞고 있다. 최근 대란을 일으킨 '리유저블 컵 데이'를 계기로 직원들이 단체행동에 나섰기 때문이다. 과도한 마케팅으로 업무부담이 과중하다는 것이 이유다.
그동안 스타벅스의 굿즈 신제품들은 매 시즌 대란을 일으킬 정도로 높은 인기를 누려왔다. 그러나 과도한 성공이 내부 불화로 이어진 셈이다.
◆툭하면 행사...굿즈 마케팅에 몸살난 스타벅스
5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스타벅스 직원들은 오는 7일부터 양일간 업무 부담 개선을 요구하는 트럭시위에 나설 것을 예고했다. 인력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굿즈 마케팅을 진행한 본사를 규탄하는 내용이다. 매 시즌 발생하는 한정판 굿즈 대란과 사은품 증정 등 마케팅행사로 업무량이 가중되고 있다며 불만이 터져나온 것이다.
특히 최근 진행한 '리유저블 컵 데이'가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 스타벅스는 지난달 28일 진행된 하루 동안 전국 스타벅스 매장에서 제조 음료 주문 시 다회용 컵에 음료를 제공하는 이벤트를 진행했다. 다회용 컵 사용을 독려한다는 취지였지만 결국 '리유저블 컵 대란'으로 이어졌다. 당일 스타벅스 앱 역시 동시 접속자가 8000명까지 몰리고 매장 내 대기시간이 기본 1시간에 달할 정도로 컵을 받기 위한 소비자들이 몰린 것이다.
'리유저블 컵 데이'가 진행된 지난달 28일 스타벅스 매장에 음료를 주문하려는 고객들이 줄을 서고 있다. [서울=뉴스핌] 신수용 인턴기자 = 2021.09.28 aaa22@newspim.com |
직원들은 불만을 쏟아냈다. 잦은 이벤트와 마케팅으로 업무강도가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스타벅스코리아의 공격적인 마케팅과 소비자들의 열광이 도리어 역풍을 불렀다는 분석이다. 실제 스타벅스는 매 시즌별로 굿즈 신상품을 선보이고 있다. 특히 럭키백, 프리퀀시 등 커피음료와 연계한 사은품 증정이벤트에 고객들이 몰리면서 이미 여러 차례 '굿즈 대란'을 연출한 바 있다. 매장 앞에 길게 늘어선 고객들로 코로나19 감염 위험이 지적되자 프리퀀시 이벤트를 예약제로 변경하기도 했다. 사실상 스타벅스가 굿즈를 내놓기만 하면 소비자들이 몰렸던 셈이다.
한 직원은 "출시, 출시, 이벤트, 또 출시의 연속"이라며 "회사에서 말로는 근무인원을 충분히 배치하라고 하는데 늘릴 사람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리유저블 행사 당일 어느 매장은 대기 음료 숫자가 650잔이나 됐다고 하더라"라고 꼬집었다. 직장인 커뮤니티인 '블라인드' 내에서 익명으로 모인 스타벅스 직원들은 7일과 8일 양일간 경북과 강남 지역에서 트럭시위를 진행한다. 노동조합이 없는 스타벅스에서 직원들이 단체행동에 나서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스타벅스 관계자는 "리유저블 컵 데이에 예상 외로 많은 고객들이 방문하면서 파트너들의 어려움이 많았던 것을 잘 알고 있다"며 "현재 내부 의견수렴 등 여러 채널을 통해 다양한 의견을 경청하고 있으며 부족한 부분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용진에 '해결사' 요구 목소리..."업계 전반의 문제"라는 지적도
스타벅스코리아의 이번 논란으로 정용진 신세계 그룹 부회장에 '해결사' 역할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스타벅스코리아 지분 절반을 갖고 있던 신세계 그룹 이마트가 지난 7월 스타벅스커피코리아의 지분을 추가 인수해 최대 주주에 올랐기 때문이다. 정 부회장은 국내에 스타벅스를 들여온 장본인이기도 하다.
스타벅스코리아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스벅TV에 출연한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사진=스벅TV |
현재 신세계 그룹은 스타벅스코리아 지분 67.5%를 보유하고 있으며 잔여 지분 32.5%는 싱가포르 국부펀드인 싱가포르 투자청(GIC)이 인수했다. 인수 당시 스타벅스커피코리아의 기업가치는 2조7000억원으로 평가됐다.
신세계 그룹 이마트 계열사로 편입된 스타벅스코리아는 신세계 그룹과 연계한 마케팅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신세계 그룹 야구단 SSG랜더스와 협업한 상품 '랜더스벅'을 한정판으로 선보이고 인천 SSG랜더스 구장에 입점하는 등 시너지를 노리고 있다. 스타벅스 논란의 책임론이 정 부회장을 향하는 이유다.
다만 프랜차이즈·외식업계 전반의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업체별로 이벤트 마케팅이 경쟁적으로 이뤄지면서 직원들의 업무부담이 과중되고 있는 현상이 스타벅스만의 문제는 아니라는 것이다. 고객충성도가 높은 스타벅스의 특성상 행사로 인한 부담이 더욱 두드러졌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스타벅스 뿐만 아니라 외식업계 전반적으로 각종 행사와 마케팅이 늘어나는 추세"라며 "일은 두 세배로 늘어나는데 인력 충원이나 보상은 전혀 없다는 것이 공통적인 불만 사항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보통 매장 내 적정 인력은 커피 매출 및 순이익으로 결정되고 굿즈나 이벤트로 인한 매출은 여기에 포함되지 않는다"며 "그렇다보니 각종 이벤트나 행사를 커버하는 인원이 매번 부족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덧붙였다.
romeok@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