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지혜진 기자 = 형제복지원 피해자들이 23일 전두환 전 대통령의 사망과 관련해 "전두환은 박인근 형제복지원 전 원장에게 연간 20억원씩 지원했던 사람"이라며 "피해자들에게 있어 박 전 원장 이상으로 악마"라는 입장을 밝혔다.
형제복지원 서울·경기 지역 피해자협의회는 이날 "전두환이 남긴 상흔 중에는 5·18뿐만 아니라 형제복지원 피해자들도 있다"며 "5·18 사건에만 초점이 맞춰지고 있는 언론에 피해자들은 서운한 마음을 감추기 어렵다. 피해자들이 또다시 잊힐까 두렵다"고 말했다.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전두환 전 대통령이 향년 90세로 사망한 23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자택에서 고인의 시신이 운구되고 있다. 2021.11.23 mironj19@newspim.com |
그러면서 "전두환은 평생을 호의호식하다 아무런 반성이나 사과 없이 죽어버렸다"며 "이제 우리 형제복지원 피해자들은 이 울분을 누구에게 풀어야 하나"라고 토로했다.
형제복지원은 1975년부터 1987년까지 12년간 `부랑인을 선도한다`는 명분으로 설립됐지만 사실상 수용시설처럼 운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형제복지원은 국가 지원금을 더 많이 받기 위해 아이부터 어른까지 무고한 이들을 잡아 와 강제 수용했다. 이곳에 수용된 인원만 3만8000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민들을 불법 감금하거나 시설에서 강제노역과 구타, 성폭행 등이 자행됐다는 의혹도 불거졌다. 복지원 자체 기록만 보더라도 사망자는 최소 513명인 것으로 확인됐다. 일부 시신은 암매장됐다.
박 전 원장은 불법 감금 등 혐의로 기소됐지만 대법원은 1989년 박 전 원장의 행위가 당시 정부 훈령에 따른 부랑자 수용이었다며 형법상 정당행위로 판단해 무죄를 선고했다.
이 사건은 29년이 지난 2018년 문무일 당시 검찰총장이 비상상고를 제기하며 수면위로 다시 떠올랐지만, 대법원은 기각 결정을 내렸다.
현재 형제복지원 피해자 13명은 정부를 상대로 지난 5월 20일 제기한 84억 3000만원 상당의 손해배상 소송을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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