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 금융 전환'에 은행원 제2의 인생 고심
'최대 7억' 파격 퇴직금…"조건 좋을때 떠나자"
[서울=뉴스핌] 김연순 기자 = # NH농협은행이 지난 1월 정규직원으로 채용한 인공지능(AI) 은행원 2명을 DT전략부 디지털R&D센터 소속으로 4일 배치했다. 작년 11월 영업점에 첫 선을 보인 '정이든, 이로운' 행원이다. 신규직원 직무교육을 마친 두 직원은 정식 사원처럼 사번을 부여받고, AI 신사업 추진 지원 업무를 맡는다. KB국민은행도 딥브레인AI와 함께 키오스크형 'AI은행원'을 개발해 이달 선보인다.
AI행원의 본격 등장은 디지털·비대면 금융 전환에 따른 점포·인력 축소 등 은행 환경의 변화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특히 은행 입장에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에 맞춰 비대면 선호 고객에게 맞춤형 금융을 제공하는 효과도 있다.
NH농협은행 DT전략부에 배치된 정이든, 이로운 AI은행원 [사진=NH농협은행] |
AI행원으로 대표되는 디지털·비대면 금융 전환은 은행원의 조기퇴직과 '제2의 인생 설계'에도 적잖은 영향을 주고 있다. 더 젊을 때 은행을 떠나 새 인생을 준비하자는 심리가 확산되고 있다는 얘기다. 실제 지난 4개월 간 5대 시중은행과 외국계은행의 희망퇴직자는 5000명을 넘어섰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1월 KB국민·하나·신한·우리은행 등 4개 은행에서 1817명이 은행원이 희망퇴직을 했다. 국민은행에서 674명, 하나은행은 임금피크제 대상자 228명과 준정년 특별퇴직 대상자 250명 등 478명의 직원이 짐을 쌌다. 또 우리은행 415명과 신한은행 250명의 행원이 회사를 떠났다.
작년 12월에는 NH농협은행 427명이 희망퇴직했다. 앞서 SC제일은행은 작년 10월 직원 약 500명이 특별퇴직했고, 국내 소매금융 철수를 결정한 씨티은행에서도 같은 해 11월 직원의 약 66%인 2300명이 회사를 떠났다.
물론 은행 환경의 급격한 변화 뿐 아니라 과거와 비교해 유리한 퇴직 조건, 만 40세까지 대폭 낮아진 희망퇴직 가능 연령 등이 엑소더스의 배경으로 거론된다.
SC제일은행에서 작년 10월 특별퇴직(희망퇴직)자는 직위·연령·근속기간에 따라 최대 6억원까지 36∼60개월분(월 고정급 기준)의 특별퇴직금을 받았다.
씨티은행의 경우에도 근속기간 만 3년 이상 정규직원과 무기 전담 직원이 희망퇴직을 신청하면, 최대 7억원 한도 안에서 정년까지 남은 개월 수만큼 기본급의 100%를 특별퇴직금으로 받았다. 통상 은행권 희망퇴직금이 많아야 5억원 안팎인 점을 감안하면 구미가 당기는 조건이다.
KB국민은행은 희망퇴직자에게 23∼35개월치 급여와 최대 8학기 학자금(학기당 350만원) 또는 최대 3400만원의 재취업지원금을 지급했다. 건강검진 지원(본인과 배우자), 퇴직 1년 이후 재고용(계약직) 기회 등도 부여했다.
신한은행은 희망퇴직자에게 연차·직급에 따라 최대 36개월의 특별퇴직금을 줬고, 하나은행은 관리자급은 27~33개월치의 평균임금, 책임자급은 33~36개월치의 평균임금, 행원은 최대 36개월치의 평균임금을 특별퇴직금으로 지급했다.
우리은행의 희망퇴직 신청 대상은 관리자급은 1974년 이전, 책임자급은 1977년 이전, 행원급은 1980년 이전 출생자였다. 행원급은 만 40세도 본인 희망에 따라 은행을 떠났다는 얘기다. 하나은행도 만 40세 이상인 일반직원에게까지 특별퇴직 신청 기회를 줬다.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에서 몸집 줄이기를 위해 희망퇴직 대상을 확대하고 있고 한해 두차례 희망퇴직을 실시하는 은행들도 나타나고 있어 희망퇴직수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y2kid@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