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침체' 경보음 울린 美 채권시장과 '엇박자'
[시드니=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 미국 경제 전망을 두고 채권 시장과 증시가 정반대의 신호를 보내면서 투자자들의 혼란이 커지고 있다.
미 국채 시장에서는 장단기 금리차 역전 현상이 나타나면서 경기 침체 경고음이 강하게 울린 반면, 미 증시는 온갖 악재 속에서도 두드러진 반등 흐름을 연출 중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시장 상황을 두고 전문가들 조차 다양한 분석들을 내놓고 있어 투자 전략을 세우기가 그 어느 때보다 어려워진 모습이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 [사진=로이터 뉴스핌] |
◆ "경제 탄탄" 파월만 믿으려는 증시
올해 들어 미국 주식시장에는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긴축 가속,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교전 장기화, 치솟는 인플레이션 등 악재가 가득했다.
하지만 S&P500지수는 이달 8일 이후 11%가 오르며 2020년 6월 이후 가장 강력한 15일 평균 상승세를 기록 중이다. 최근 급등세 덕분에 연초 이후 지수 낙폭도 2.8% 정도로 줄어든 상태다.
특히 이러한 상승 흐름은 지난 29일 미국채 10년물 금리와 2년물 금리의 차이가 일시 마이너스 0.03bp를 기록하며 2019년 이후 처음으로 역전되는 강력한 침체 신호가 나옴과 동시에 연출된 것이어서 더욱 눈길을 끈다.
크레셋 자산운용 최고투자책임자(CIO) 잭 에이블린은 경기 전망이 암울한데도 증시가 위를 향하는 "혼란스러운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면서 "(침체 경고를 울린) 채권 시장은 제정신이지만 주식 시장은 공상에 빠진 것 같다"고 평가했다.
로이터통신은 증시 투자자들이 긍정적인 재료에만 포커스를 두고 있으며, 그 중에서도 공격적인 금리 인상을 감내할 만큼 미국 경제가 탄탄하다고 평가한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말을 철썩같이 믿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연준이 금리를 25bp 올린 이달 16일 이후 S&P500지수는 6% 넘게 올랐다.
골드만삭스는 그간 증시 숏베팅에 나섰던 기관 투자자들도 최근에는 시장으로 유입되며 지수를 밀어 올렸고, 개인 투자자들도 연초 하락을 저가매수 기회로 삼았다면서 투심이 여전히 강력함을 강조했다.
유가 등 원자재 가격 상승 등에도 불구하고 미국 기업들의 실적 전망 역시 여전히 견실한 상태다. 레피니티브 IBES에 따르면 S&P500 편입기업들의 실적 전망은 연초 이후 상향 조정돼 올 연말 8.8%의 성장이 예상되는 상황이다.
하지만 지금 같은 반등 분위기가 지속될 수 있을지 의문도 여전하다.
에릭 크누첸 누버거버먼 자산운용 CIO는 "높은 인플레, 금리 인상, 성장 둔화는 주식 투자자들에게는 유해한 재료들"이라면서 증시 랠리에 힘이 빠질 것으로 예상했고, 다코타 자산운용 선임 포트폴리오 매니저 로버트 파블릭도 최근 반등이 베어마켓 랠리로 시장이 다시 저점을 시험할 것으로 보여 현금 비중을 늘렸다고 말했다.
S&P500지수 연초 이후 흐름 [사진=구글] 2022.03.31 kwonjiun@newspim.com |
◆ 경기 둔화에 무덤한 월가, 최대 공포는 '연준 실수'
경기 침체 경고음이 커지는 와중에도 미국 증시를 꿋꿋이 밀어 올린 투자자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연준의 정책 실수인 것으로 나타났다.
30일(현지시각) CNBC는 월가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한 서베이에서 현재 시장이 마주한 최대 리스크로 연준의 정책 실수가 꼽혔다고 보도했다.
CNBC는 이번 주 최고투자책임자(CIO), 주식 전략가, 포트폴리오 매니저 등 월가 투자 전문가 400여명을 대상으로 시장 전망에 대한 서베이를 실시했다.
응답자의 46%는 연준의 정책 실수가 증시의 발목을 잡을 최대 리스크라고 답했고, 그 다음 위협 요인은 33%의 응답자가 꼽은 치솟는 미국 물가였다.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러시아의 추가 공격이 시장 최대 위협요인이라고 답한 사람은 11%로 3위였고, 미중 관계와 코로나 재확산이 각각 6%와 4%였다.
현재 시장에서는 연준에 대한 경고음이 끊이질 않는 모습이다.
미국 행동주의 투자자 칼 아이칸 아이칸엔터프라이즈 회장은 미국이 경기 침체 또는 그보다 더 나쁜 상황에 빠질 것이라면서, 연준이 경기 연착륙에 실패할 것으로 예상했다.
래리 서머스 전 미국 재무장관도 지난 3차례의 연착륙 당시보다 지금의 인플레이션이 훨씬 높고 노동시장도 비교가 안 되게 타이트한 수준이라면서 연준의 연착륙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편 이번 CNBC 서베이에서 월가 투자자들의 대부분(58%)은 미국 증시 S&P500지수가 올 연말 지금과 비슷한 보합 수준을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지수가 연말 지금보다 8% 정도 올라 5000을 넘어설 것이라고 답한 응답자는 36%였고, 조정을 거쳐 4000 밑으로 하락할 것으로 점친 응답자는 6%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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