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지나 기자 = 10살 어린 후배가 내 밑으로 들어왔다. 무슨 말을 해야 할까. 처음 후배와 마주보는 자리에서 어색함이 감돈다. 수습기자 시절, "기자가 대리, 사원을 왜 만나? 팀장이나 임원급을 만나고 다니라고!" 다그치는 선배 얘기를 듣고 '아재들을 만나서 무슨 얘기를 해야 하지...' 혼자 속앓이를 했던 때가 있었다. 빨리 나이나 먹었으면 좋겠다던 생각은 잔인하게 현실로 이뤄졌고, 쏜살같이 12년이란 시간이 흘렀다. 그리고 이젠 '무슨 말을 해야할까'에 대한 고민을 기업의 대리, 사원들과 마주앉았을 때 하게 된다.
김지나 산업1부 기자 |
점심 약속이 취소되는 상황에 함께 점심을 먹기로 한 홍보실 대리가 당일 오전 불쑥 카톡을 보낸다. 사정이 생겨 점심을 취소해야 할 것 같다고. 그런 모습을 보며 '이럴 땐 전화로 양해를 구해야 하는 거 아닌가?'하는 생각을 하다가도 '아, 이렇게 생각하면 나 꼰대?' 하는 자기검열을 하게 된다. 후배에게 마구 취재지시를 쏟아내다가도 '혹시 이게 직장 갑질?' 하는 생각도 든다. 꼰대와 직장갑질의 모호한 경계 속에서 결론을 내지 못한다.
이런 고민은 비단 나만의 고민은 아닌 것 같다. 최근 네이버엔 1981년생, 나이로는 만 41세의 최수연 대표가 새로 취임했다. 그에게 주어진 미션 중 하나는 조직 내 MZ세대와의 소통. 지난해 5월 네이버는 직장 내 괴롭힘으로 직원이 사망하는 사건이 벌어졌고, 이것을 기점으로 네이버의 경직된 조직문화 문제가 수면 위로 드러났다. 이에 80년대생인 최수연 대표가 등판했고, 직원들과의 소통을 이어가고 있다. 이를 두고 "조직에 한 사람 바뀌었다고 뭔 큰 변화가 있겠어?" 하는 분위기도 있지만, MZ세대와의 소통 부재로 조직이 삐걱거리고 있는 상황에 변화하려는 노력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난 내 사비 털어서 후배들 밥 사주려고 한 거였는데, 후배들은 그렇게 생각 안하더라고요. 상사랑 밥 먹는 건 업무의 연장, 밥은 당연히 사 주는 것.". 20년 넘게 한 협회에서 일한 국장의 말이다. 그래서 그가 내린 결론은 괜히 후배들을 챙겨준다고 노력하지 말 것. 하루에 절반 이상을 함께 보내는 동료에 대한 새로운 관계 정립이다. 그동안 당연하게 여겨졌던 관행에서 벗어나 새롭게 관계를 정립하는 것, 그것이 MZ세대와 함께하는 기업문화를 만들어가는 출발점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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