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외화보유액, 전월 대비 감소에도 3조 달러 이상
美의 대중 관세 인하 혹은 철폐도 환율에 긍정적
[서울=뉴스핌] 홍우리 기자 = 인플레이션, 우크라이나 전쟁, 유럽의 천연가스 부족 등 각종 요인이 미 달러 강세를 부추기고 있는 가운데 중국 역시 달러의 초강세 여파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미국의 높아진 금리와 리스크 회피 심리가 외자의 중국 유출을 가속화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됐었지만 실제 외자의 대규모 차이나 엑소더스는 일어나지 않고 있다.
중국 내부에서는 대규모 외화보유액을 바탕으로 강달러가 증시와 환율에 미칠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 외화보유액 감소에도 여전히 3조 달러 상회
달러가 강세를 이어가면서 글로벌 달러인덱스는 7일 106.99를 기록했다. 경기 침체 우려로 인한 유로화의 약세 지속, 미국 국채 금리 상승 등이 주요 원인으로 달러인덱스는 20년래 최고치다.
강달러 여파로 글로벌 금융시장이 요동치면서 중국의 외화보유액도 소폭 감소했다. 중국 국가외화관리국의 7일 발표에 따르면 6월 말 기준 중국의 외화보유액은 전월 대비 565억 800만 달러 감소한 3조 712억 7200만 달러(약 3985조 원)로 나타났다.
왕춘잉(王春英) 외화관리국 부국장은 "주요 국가의 통화정책, 인플레 기대, 글로벌 경제 성장 전망 등 영향으로 달러인덱스가 눈에 띄게 상승했고 주요 국가 금융자산가격이 큰 폭으로 하락했다"며 "중국의 외화보유고는 달러를 기준으로 하는데 비(非) 달러 통화를 달러로 환산하면서 발생한 차익과 자산가격 변화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6월 외화보유액이 감소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국의 외화보유액 감소는 예상되던 바였다. 달러 대비 기타 통화 가치가 평가절하 됐기 때문이다. 21스지징지바오다오(21世紀經濟報道)는 월가의 한 대형 헤지펀드 매니저를 인용 달러인덱스 급등에 비달러자산의 달러 환산 이후 규모가 감소했다며 중국 뿐 아니라 많은 나라의 외화보유액이 감소했다고 전했다.
중국외화투자연구원 자오칭밍(趙慶明) 부원장은 "환율 급등(통화 가치 절하)으로 인한 외화보유액 감소 규모는 300억 달러 수준이고 이에 더해 미국 국채가격 및 구미 지역 증시 동반 하락이 6월 외화보유액의 전월 대비 감소를 초래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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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화보유액 '굳건', 증시·환율에 '안정제' 될 것
다만 전월 대비 감소에도 중국의 외화보유액이 여전히 3조 달러를 웃돌면서 시장은 안도하는 분위기다. 다른 통화에 비해 위안화가 상대적으로 강세를 유지하고 있을 뿐 아니라 혹 위안화 환율이 급등한다 하더라도 막대한 외화보유액을 바탕으로 중국 당국이 달러 공급량을 조절함으로써 환율 흐름을 원하는 방향으로 유도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외자은행 외화 트레이더는 "6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연준)가 자이언트 스텝(금리를 한번에 0.75%p 올리는 것)을 밟으면서 달러인덱스가 2.89% 올랐지만 같은 달 달러당 위안화 환율은 소폭(0.21%)이지만 하락(통화 가치 상승)했다"며 "앞서 언급됐던 자본 유출 압박이 빠르게 작아졌다"고 분석했다.
그는 "위안화 실제 환율 변동폭이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다"며 "이는 위안화 변동성에 대한 시장의 전망이 점차 안정을 되찾아가고 있고 중국 외환시장이 전반적으로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조업 및 생산이 정상화하고 생산활력이 살아남에 따라 중국 증시·채권시장으로 유턴하는 외자가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로 중국 시장조사업체 퉁롄데이터(通聯數據·Datayes)에 따르면 지난달 홍콩 증시를 통해 중국 선전 증시와 상하이 증시로 유입된 자금(북향자금)은 726억 9000만 위안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홍콩 증시와의 교차 거래제도가 시작된 이후 세 번째로 큰 단월 유입액이다.
중국 내 한 사모펀드 업체의 거시경제 전문가는 "위안화 환율이 안정세를 유지함에 따라 6월 외자의 위안화 채권 매도 움직임이 지난 4개월보다 약해질 것으로 시장은 예상했었다"며 "수출 회복으로 흑자 규모가 커지고 북향자금이 대거 유입되며 해외기업의 직접투자(FDI) 규모 역시 점차 증가하면서 중국을 둘러싼 자금 유출입이 계속해서 균형적인 상태를 이어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상반기 미중 금리차가 역전(미국 금리가 중국보다 높아지는 것)되면서 지난 2~5월 3000억 위안 규모의 외자가 중국 채권 시장에서 철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미국의 대중 관세 인하 가능성도 위안화 환율과 A주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요인으로 꼽힌다.
바클레이은행의 외환시장 및 거시 전문가 장멍(張蒙)은 "위안화 실질환율(PEER)은 미국이 대중 관세를 전면 철폐할 경우 1.8%, 관세를 일부만 없앨 경우 0.3% 가량 하락할 것"이라고 전망했고, 스탠다드차타드 중화권 수석 이코노미스트 딩솽(丁爽)은 "7월부터 대중 관세가 전면 사라질 경우 중국의 대비 무역 흑자의 GDP 대비 비중이 9,2~0.3%p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UBS증권 중국 시장 애널리스트 멍레이(孟磊)는 "인터넷 업계에 대한 규제가 완화됨과 동시에 미국이 중국산 수입품 관세를 철폐하게 되면 하반기 중국 시장으로 유입되는 외자가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hongwoori84@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