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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권 쇼크] ③ '영국은 예고편' 지구촌 금융시스템 살얼음판(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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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권시장 위기 '뇌관' 부상
채권 자경단 30년만에 출몰
伊·獨·美·신흥국까지 '불안'
금리 인상 후폭풍 거세다

이 기사는 10월 18일 오후 4시15분 '해외 주식 투자의 도우미' GAM(Global Asset Management)에 출고된 프리미엄 기사입니다. GAM에서 회원 가입을 하면 9000여 해외 종목의 프리미엄 기사를 보실 수 있습니다.

[서울=뉴스핌] 황숙혜 기자 = 연준이 과격한 금리인상과 함께 양적긴축(QT)에 돌입하자 금리 상승이 불가피하다는 의견에 힘이 실리면서 채권 매도, 즉 수익률 상승에 베팅하는 세력이 활약하기 시작했다는 얘기다.

실제로 업계에 따르면 미국 30년 만기 고정금리 모기지 평균 금리가 10월13일 기준 6.92%를 기록, 전주 6.66%에서 상당폭 상승했다. 이는 2002년 이후 20년래 최고치에 해당한다.

[채권 쇼크] 글싣는 순서

1. 영국 '금리 쇼크' 일단락됐나...남은 불씨와 교훈은
2. 영국 파운드화 급락 이유와 향후 전망...투자 기회는
3. '영국은 예고편' 지구촌 금융시스템 살얼음판
4. 위기가 기회, 2023년 채권시장 '황소장' 온다
5. 일본 YCC 종료? 채권시장 태풍의 눈

이와 별도로 미국 부동산 전문 매체인 모기지 뉴스 데일리는 10월 초 30년 만기 모기지 고정금리가 7.05%까지 뛰었다고 보도했다.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이 모기지 금리의 상승 배경으로 자리잡고 있지만 채권 자경단의 투기적인 베팅이 이를 더욱 부추겼다는 지적이다.

미국 국책 모기지 기관 프레디 맥의 샘 카터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보고서를 내고 "앞으로 수 개월이 금융 및 부동산 시장과 거시경제에 중요한 시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부동산중개인협회(NAR)는 보고서를 내고 30년물 모기지 금리가 8.5%까지 상승할 가능성을 열어 뒀다.

미국 30년 만기 모기지 고정금리 추이 [자료=블룸버그]

부동산 시장 조사 업체 블랙 나이트의 앤디 월던 부대표는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금리가 상승할수록 모기지 채권시장과 부동산 시장에 한파가 거세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모기지 채권 뿐 아니라 국채와 회사채 시장 역시 채권 자경단의 타깃이라고 야데니 대표는 강조한다.

연준의 QT를 계기로 지난 30년간 손발이 묶여 있었던 채권 투기 세력들이 부활했고, 이들과 정책자들 사이에 한판 힘겨루기가 벌어질 것이라고 그는 내다봤다.

◆ 英 채권시장 패닉 곳곳에 후폭풍, 유동성 우려 '고개'

영국 채권시장의 패닉은 지구촌 곳곳에 후폭풍을 일으키고 있다. 미국 정크본드 시장에 '팔자'가 봇물을 이뤘고, 한파가 주식시장으로 번질 수 있다는 경고도 나왔다.

연초 이후 영국 국채시장이 27%에 달하는 눈덩이 손실을 기록, 관련 지수가 2014년 이후 최저치로 밀린 가운데 전세계 투자등급 회사채 및 국채를 포괄하는 블룸버그 글로벌 채권 지수가 고점에서 20% 이상 내리 꽂혔다.

특히 9월23일 영국의 미니 예산 발표 전후로 지수는 8거래일 연속 하락, 2016년 이후 최장기 내림세를 기록했다.

투자자들의 불안감은 극에 달했다. BEA 유니온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의 빅터 웡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블룸버그와 인터뷰를 갖고 "최대한 방어적인 전략을 취하고 있다"며 "영국 사태 이외에 주요국 고물가 지속에 따른 중앙은행들의 매파 정책과 외환시장 변동성 상승,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의 장기화로 인해 위기 발생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전했다.

미국 CLO 거래 추이 [자료=인터랙티브 데이터/미국금융산업규제국]

특히 수 조 달러 규모의 미국 대출채권담보부증권(CLO) 시장이 휘청거리고 있다. CLO는 대부분 전세계 기관 투자자들이 보유하고 있는데 여기에는 영국 연기금과 보험사도 포함돼 있다.

마진콜 때문에 현금 확보가 시급해진 이들 기관이 손에 쥐고 있던 미국 CLO를 대량 팔아치웠고, 이 때문에 채권 가격이 급락한 것.

상당수의 물량은 내재 가치 아래로 떨어졌다고 투자자들은 말한다. 영국 채권시장에서 불거진 위기 상황이 미국까지 파장을 일으킨 셈이다.

아시아 신흥국 CDS(신용부도스왑) 프리미엄 추이 [자료=블룸버그]

커네티컷 소재 이글 포인트 크레딧 매니지먼트의 톰 마제스키 파트너는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인터뷰를 갖고 "최근과 같은 대규모 매도는 과거에 경험한 일이 없었다"고 전했다.

일부 미국 기관 투자자들이 해당 채권을 저가 매수하고 나섰지만 채권 가격의 급락과 투자자들의 불안감을 진화하기는 역부족이었다.

10월 첫 주 CLO 가격이 2020년 중반 이후 최저치로 밀린 뒤 안정을 찾는 모습이지만 매도 압박이 여전하다.

영국 국채시장이 아수라장이 된 이후 미국 CLO 시장의 거래량은 10월 첫 주에만 13억달러에 달하는 손바뀜을 나타냈다. 이는 직전 12개월 일간 평균치의 두 배에 달하는 수치다.

미국 CLO 시장의 움직임은 금리가 큰 폭으로 오를 때 선진국의 금융시장에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방향으로 후폭풍이 발생할 수 있다는 사실을 상기시키는 대목이다.

일반적으로 CLO는 블랙스톤이나 칼라일 그룹과 같은 대체 자산에 무게를 두는 운용사들의 먹이감이다.

이들 기관 투자자는 지난 십 수 년간 CLO를 공격적으로 사들였고, 이 때문에 과도하게 리스크를 떠안는 행위가 도마 위에 올랐지만 기관들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오히려 2020년 팬데믹 초기 금융시장에 난기류가 확산됐을 때 이들은 더욱 공격적으로 CLO에 베팅했다.

잠재 리스크에 대한 우려는 이번 영국 사태로 현실화됐다. 국채와 파운드화의 동반 급락에 마진콜이 속출하면서 CLO 투매를 부추긴 것.

파머 스퀘어 캐피탈 매니지먼트에 따르면 투자등급 CLO 인덱스는 10월 첫 주 88.7까지 하락, 9월 초 대비 4% 떨어졌다.

일부 유럽 지역의 CLO는 이보다 더 큰 폭으로 밀렸다. 영국 연금이 대량 보유한 AA 등급 유로화 표시 CLO가 9월 하순 이후 5% 가량 하락했다.

브라이튼 록 그룹에 따르면 연기금을 포함해 영국 기관 투자자의 LDI 자산 1조6000억파운드 가운데 미국 CLO의 비중은 5% 가량으로 파악됐다.

비중이 제한적인데도 CLO가 매도 타깃으로 부상한 데 대해 시장 전문가들은 규모가 큰 국채나 주식시장에 비해 특정 베팅을 통해 상대적으로 커다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월가의 애널리스트는 CLO 뿐 아니라 미국 주식시장과 모기지 증권, 그 밖에 자산담보부증권까지 금융시장 전반에 걸쳐 마진콜에 따른 투매로 충격을 받았다고 판단했다.

뿐만 아니라 CLO 가격 급락은 차입 매도(LBO) 시장으로 연쇄적인 충격을 일으켰다. 월가에서 금맥을 캐는 비즈니스가 영국 연금의 마진콜 사태로 일격을 맞았다는 얘기다.

CLO 가격 하락은 자금 조달 비용을 높이는 결과로 이어졌고, 이 때문에 신규 발행이 사실상 실종됐다.

가뜩이나 경기 침체 리스크가 고조되는 가운데 CLO 발행이 마비되면서 레버리지를 이용한 기업 인수합병(M&A)에도 브레이크가 걸렸다.

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TSLA)의 수장 일론 머스크가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그는 소셜 미디어 업체 트위터를 440억달러에 인수할 계획을 세웠지만 사실상 안개속이다.

메가톤급 M&A를 위한 65억달러 규모의 은행권 여신 집행이 순조롭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세계 최대 CLO 운용 업체인 칼라일 그룹의 로렌 바스마딘 파트너는 "CLO 시장의 과격한 매도가 기업 M&A에 비우호적인 시장 여건을 형성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제프리스는 투자 보고서를 내고 영국 국채시장 충격이 주식시장으로 번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국채를 대량 매도했던 영국 연금이 훗날 물량을 더 비싼 값에 다시 사들여야 할 것이라고 우려, 채권 대신 주식을 팔아치우기 시작했다는 얘기다.

업계에 따르면 런던증시의 FTSE100 지수는 2022년 초 이후 30% 이상 후퇴했다. 이에 따라 증시는 주요국 가운데 가장 큰 폭의 내림세를 나타냈다.

시장 전문가들은 2023년 지구촌 금융시장 혼란이 더욱 가중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연준을 필두로 각국 중앙은행의 금리인상이 지속, 금융시장의 유동성이 더욱 위축되는 한편 소위 크래시(crash)가 발생할 위험이 한층 높아질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미 연준이 집계하는 금융 스트레스 인덱스는 지난 10월12일 3.242를 기록해 2년래 최고치를 나타냈다.

금융 스트레스 인덱스 [자료=연준 금융조사청]

인덱스에는 채권 이외에 신용시장과 주식시장의 변동성 및 리스크가 광범위하게 반영된다. 실제로 뱅크오브아메리카(BofA)에 따르면 기업 디폴트가 두 배 이상 뛰었고, 신용 스프레드가 가파르게 확대됐다.

미국 비금융권 회사채 규모는 GDP 대비 80%에 육박했다. 이 가운데 3분의 1 가량이 투자등급 가운데 가장 하위권에 해당하는 BBB 등급으로 평가 받았다.

경기 침체가 본격화되면서 회사채 신용등급 강등이 꼬리를 물 경우 펀드 업계가 매물을 쏟아내는 한편 가격 하락이 영국과 흡사한 마진콜 사태를 일으킬 수 있다고 월가는 우려한다.

사모펀드를 포함한 대체 자산 시장 역시 약한 고리로 지목된다. 전체 금융시장에서 대체 자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2006년 이후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2022년 초 이후 금리 상승을 빌미로 주요국 주식시장이 폭락한 사이 대체 자산은 제한적인 손실을 내는 데 그쳤다.

효과적인 투자 기법으로 보이지만 실상 더 커다란 손실 리스크가 잠재돼 있다고 시장 전문가들은 강조한다.

채권을 중심으로 금융시장의 유동성 위기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래리 서머스 미국 전 재무장관은 블룸버그TV와 인터뷰에서 "금융시장이 위기 직전인 2007년과 흡사한 상황"이라며 "대규모 레버리지와 정책 불확실성, 고물가, 지정학적 리스크까지 대지진이 강타하기 전 작은 떨림이 곳곳에서 포착된다"고 말했다.

옥스포드 이코노믹스의 존 캐너밴 애널리스트는 보고서에서 "금융위기 리스크가 뜨거운 감자로 부상했다"며 "채권시장의 유동성이 위축된 가운데 변동성이 크게 뛰었고, 거시경제와 통화정책을 둘러싼 불확실성도 크다"고 전했다.

주요 외신에 따르면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 역시 미 국채시장의 유동성 리스크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씨티그룹의 채권 전략가로 장기간 활약한 뒤 2016년 뉴욕 소재 애드보케이트 캐피탈 매니지먼트를 공동 창업한 스콧 펭 대표는 펜션 앤드 인베스트먼트과 인터뷰를 통해 "미국의 경우 영국에 비해 잠재 리스크가 제한적이지만 이번 사태를 계기로 연금의 구조적 개혁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 저금리 시대의 폐막과 돈잔치의 혹독한 대가

9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와 생산자물가지수(PPI)를 확인한 투자자들은 연준의 4연속 '자이언트 스텝'을 확실시하는 모습이다.

11월 통화정책 회의에서도 기준금리를 0.75%포인트씩 인상한 뒤 12월 0.5%포인트 올리는 '빅 스텝'을 단행한다는 시나리오다.

이 경우 2022년 말 미국 기준금리는 4.50%에 이른다. 월가는 이어 2023년 1분기 중 기준금리가 5.50%까지 인상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일부 매파 투자자들은 2022년 남은 두 차례의 통화정책 회의에서 각각 0.75%포인트의 금리인상을 점치고 있다.

과격한 금리인상에도 물가 상승 압박이 꺾이지 않았다는 사실이 9월 지표에서 확인되자 앞으로 연준의 정책 행보를 예측하기 어렵다는 목소리도 고개를 들었다.

아울러 정책자들이 금리인상을 종료한 뒤에도 상당 기간 인하에 나서지 않고 정점에서 유지할 것이라는 관측에 힘이 실린다.

강(strong) 달러와 킹(king) 달러에 이어 '갓(god)' 달러로 불릴 만큼 브레이크 없는 상승 랠리를 펼치는 달러화는 미국 이외에 주요국 전반의 물가를 끌어올리고, 중앙은행의 긴축을 부추기는 실정이다.

업계에 따르면 2022년 초 이후 달러 인덱스는 17%를 웃도는 폭등을 연출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미국이 과격한 금리인상과 강달러 정책을 통해 인플레이션을 수출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고물가의 장기화와 저금리 시대의 종료에 이견의 여지가 없고, 거시경제의 판도변화는 값싼 자금으로 돈잔치를 벌였던 각국 정부와 기업들의 숨통을 조이기 시작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살아있는 전설로 통하는 워렌 버핏의 말대로 '수영장에 물이 빠지면서 누가 벌거벗은 상태인지 드러나는' 상황을 맞았다고 입을 모은다.

문제는 미니 예산을 도화선으로 홍역을 치른 영국이나 유럽의 주변국 이외에 선진국도 가파른 금리 상승에 따른 후폭풍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사실이다.

자금 조달이 막히는 기업이나 정부가 꼬리를 물면서 디폴트가 크게 늘어날 수 있다고 월가는 경고한다.

[자료=코퍼닉 글로벌 인베스터스]

코퍼닉 글로벌 인베스터스의 데이비드 이벤 창업자 겸 최고투자책임자(CIO)는 투자 보고서를 내고 "부채 규모가 큰 소위 PIGS(포르투갈, 이탈리아, 그리스, 스페인)' 뿐만 아니라 일본과 기축 통화 국가인 미국 역시 자금 조달에 난항을 겪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싱가포르와 캐나다까지 GDP 대비 부채 비율이 100%를 웃도는 10개 국가를 주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산통 다 깨졌다'는 의미의 'JIG'S UP'이라는 두문자어를 구성하는 일본과 이탈리아, 그리스, 싱가포르, 미국, 포르투갈 등 6개 국가가 위태로운 상태라고 그는 경고했다.

눈덩이 부채를 끌어안은 이들 국가는 금리가 급등하는 상황에 결국 고강도 긴축과 경기 침체 등 혹독한 대가를 치르며 빚을 갚아야 할 처지고, 해당 지역의 자산이 하락 압박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블랙록은 투자 보고서에서 "이번 영국 국채 수익률 급등과 이에 따른 금융시장 파장은 금리 상승이 얼마나 심각한 혼란을 일으킬 수 있는가를 분명하게 보여줬다"며 "영국 사태는 주요국 어디서나 발생할 수 있는 위기의 예고편"이라고 주장했다.

픽텟 웰스 매니지먼트의 세자르 페레즈 루이즈 최고투자책임자는 파이낸셜타임스(FT)와 인터뷰에서 "영국의 쇼크는 전세계 다른 국가에 경종을 울린 사건이었다"고 말했다.

리즈 트러스 영국 총리가 10월14일 콰텡 재무장관을 경질한 한편 감세안을 철회할 뜻을 밝히면서 파운드화가 강하게 반등했지만 위기의 불씨가 진화된 것이 아니라고 월가는 이구동성 한다.

정책 금리에 가장 민감한 미국 2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최근 4.53%까지 오르며 금융위기 직전인 2007년 이후 최고치를 나타냈다.

미국 2년물과 10년물 국채 일드커브 [자료=블룸버그]

2021년 말 0.7% 선에서 등락했던 2년물 수익률은 말 그대로 파죽지세로 뛰었다. 이 때문에 2년물과 10년물 수익률 스프레드를 의미하는 일드커브가 50bp(1bp=0.01%포인트) 가량 역전됐다.

일반적으로 일드커브 역전은 경기침체 신호로 통한다. 최근 수치는 2008년 금융위기 이전보다 더 크게 하락, 투자자들의 경계감을 자극하고 있다.

1980년대 초 이후 가장 빠른 속도의 금리 인상과 경기 침체 리스크 속에 지구촌 채권 및 신용시장을 둘러싼 불안감은 날로 고조되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2024년 말까지 신흥국 정부가 상환해야 하거나 차환 발행해야 하는 달러화 및 유로화 표시 부채 규모는 3500억달러에 이른다.

이와 관련, 도이체방크는 보고서를 내고 "신흥국 채권과 통화가 지속적인 하락 압박에 시달릴 전망"이라며 "터키를 포함한 주변국들은 이미 위기 상황이며, 이 같은 상황이 중심국으로 전염될 것인지 여부가 뜨거운 감자"라고 전했다.

투자자들의 경계감은 이미 시장 지표를 통해 드러나고 있다. 신흥국의 2024년 3월 만기 달러화 표시 채권의 미 국채 대비 프리미엄이 1200bp까지 치솟은 것. 이는 불과 1년 전 수치에서 5배 가량 뛴 결과다.

이에 따라 신흥국의 달러화 표시 채권은 미국과 유럽의 정크본드보다 훨씬 낮은 가격에 거래되는 실정이다.

맨 그룹은 투자 보고서에서 "2020년 팬데믹 사태를 빌미로 각국이 경쟁적으로 기준금리를 인하한 틈을 타 한 해 동안 신흥국 정부와 기업들이 조달한 자금이 7470억달러로 연간 기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며 "금리가 오르면서 부실 채권이 늘어날 뿐 아니라 선진국으로 파장이 확산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과 유럽의 정크본드 아래로 떨어진 신흥국 채권 가격 [자료=블룸버그]

미국을 제외한 주요국의 외환보유액이 기록적인 하락을 보이는 상황도 잠재적인 위기를 둘러싼 우려를 부추기는 대목이다.

주요 외신에 따르면 전세계 외환보유액은 2022년 초 이후 1조달러 가량 증발, 12조달러로 줄어들었다.

연초 이후 외환보유액의 감소 폭은 2003년 이후 약 20년만에 최대 규모다. 미국 연준의 금리 인상에 달러화가 랠리하자 주요국이 자국 통화 가치를 방어하는 한편 수입 물가 상승에 제동을 걸기 위해 외환보유액을 크게 소진한 결과다.

인도의 외환보유액이 960억달러 감소했고, 일본이 사상 최대 규모인 540억달러 감소를 나타내는 등 주요국 전반에 자금 소진이 두드러지자 국제통화기금(IMF)이 속도 조절을 권고하고 나섰다.

외환보유액의 급감이 멈추지 않을 경우 각국이 잠재적인 부채 위기에 대응할 수 있는 자금력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월가의 전망은 흐리다. 연준의 금리인상과 강달러 추세가 물가 상승 압력을 자극하고 있어 외환보유액의 추가 감소가 불가피하다는 얘기다.

투자자들 사이에 2008년과 흡사한 금융시스템 붕괴에 대한 공포감이 확산되는 가운데 연준 정책자들 가운데 대표적인 매파로 통하는 닐 카시카리 미니애폴리스 연방준비은행 총재의 발언이 월가의 시선을 끌었다.

그는 브레머 파이낸셜이 주최한 컨퍼런스에서 "인플레이션이 아래로 꺾이는 신호가 분명하게 확인될 때까지 금리인상이 중단되지 않을 것"이라며 "고금리 여건으로 전환하는 과정에 금융시장에서 손실이 발생하는 한편 글로벌 경제 곳곳에 디폴트나 파산이 발생하겠지만 이는 자본주의의 본질"이라고 주장했다.

 

higrace5@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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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다시 청와대…낙수효과 기대 [서울=뉴스핌] 조준경 기자 = 지난 22일부터 언론 브리핑이 청와대 춘추관에서 진행되면서, 용산 대통령실 시대가 사실상 마무리됐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달 말부터 청와대에서 집무를 시작할 예정이다. 다시 청와대 시대가 오는 것이다.  23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부근의 효자동과 통의동 인근 상인들과 주민들을 방문해 대통령실 청와대 복귀에 대한 의견을 들어봤다. 기대하는 이들이 있는 한편, 별 차이가 없을 것이라며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는 이들도 있었다. 다만 기자와 취재원들의 만남이 무작위적으로 이뤄졌기 때문에 전체 상인과 주민들의 입장을 대변하지는 않는다. [서울=뉴스핌] 조준경 기자 = 23일 효자로 남단에서 청와대 방향을 바라본 모습. 우측으로 경복궁 영추문이 눈에 들어온다. 2025.12.23 calebcao@newspim.com ◆ "낙수 효과로 장사 잘 될 것 기대 중" 이날 오전 자하문로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50대 여성 A씨는 대통령실 청와대 복귀에 대한 의견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대통령실이 청와대로 돌아왔다니까 기대하는게 크다"면서 "아무래도 직원들도 돌아오고 하니 매출이 늘어나지 않겠어요?"라고 예측했다. A씨는 장사를 시작한지 3개월 가량 지났다고 밝혔다. 점심 무렵인 오전 11시쯤 효자동에서 5년째 음식 장사 중인 김광재 청기와집 사장(62)은 대통령실 용산 이전(移轉) 전후를 설명했다. 김 사장은 "용산으로 가기 전에는 점심 장사로만 60~70명 정도를 받았고, 청와대 외곽을 경비서는 경찰 인력들이 큰 비중을 차지했다"면서 "그러다가 청와대를 일반인들에게 개방하고 나서는 5~6개월간 관광객이 몰려들며 300명씩 받는 '특수'를 누렸다"고 얘기했다. 그는 "이후에 거의 다 관람하고 나서 청와대 신비감이 떨어졌고 2년 가까이 장사가 엄청 안됐다"면서 "용산으로 가기 전에 비하면 반 토막 정도 떨어진 것 같다. 그래서 다시 대통령실이 돌아온다니까 기대가 크다"고 밝혔다. 김 사장과 대화하는 중간에 청와대 외곽 경비를 담당하는 경찰 직원 7명이 식당 안으로 들어왔다. 김 사장이 기자에게 양해를 구하고 손님들의 자리 안내를 한 후 다시 돌아와 인터뷰를 계속했다. "지금도 사람들이 들어오잖아요. 저분들은 기동대인데, 낙수효과지. 근무하는 인원이 몇 천은 될 테니까. 그 안에서 식사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밖으로 나와서 먹는 사람도 있을 겁니다. 도시락을 맞출 수도 있으니까 우리에겐 기회지." 집회나 시위에 대한 걱정이 없냐는 질문에 김 사장은 "시위 걱정? 시위대가 온다고 식당을 부수진 않으니까, 왔으면 밥이라도 한 그릇 먹겠지 우리 손해는 아닐 겁니다"라면서도 "다만 주민들은 피해를 볼 수도 있겠네요. 막 욕하고 시끄럽게 떠들고 할 테니까"라고 내다봤다. ◆ "별 체감 안 되는데" 시큰둥한 반응...임대료 증가 걱정도 효자동에서 남쪽에 인접한 경복궁 옆 통의동 골목에서 25년째 한식당을 하고 있는 60대 여성 B씨는 "솔직히 (장사가 잘 되는)체감이 아직은 안가요. 뭐 돌아오면 나아지겠지?"라며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이어 "우리 집은 경찰이나 직원들이 오는 집은 아니에요. 그 전에도 그렇게 많이 오지 않았고. 주로 경복궁에 놀러 온 사람들이 찾아와요"라며 "(이전에 청와대 사람들이)오더라도 그 사람들은 왜 이렇게 룸을 찾는지, 음식 맛보러 오는 게 아니라 대화하려고 오는거야. 그래서 대통령실 돌아왔다고 해도 그냥 그래"라며 얼버무렸다. 경복궁과 통의동을 가르는 효자로변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76세 남성 C씨도 대통령실 복귀가 자신과는 크게 상관이 없다고 설명했다. 오히려 대통령실이 용산으로 갔다가 돌아오는 바람에 상권 변화에 따른 불안정성만 커졌다고 지적했다. "원래 12월은 비수기라 사람이 없어요. 그래서 체감이 안 가는 걸 수도 있는데, 여기서 15년 장사를 했는데, 그 전에도 대통령실 직원들이나 경찰들이 우리 가게에는 오지 않았어요." C씨의 가게는 커피콩을 직접 볶는 '로스팅' 전문점이다. 과거 문재인 정권 시절에는 청와대에서 커피콩을 사러 오는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대다수 고객은 경복궁을 찾는 관광객들이다. "대통령실이 용산으로 가기 전에 이 안쪽 골목에는 비싼 한식집들이 많았습니다. 아무래도 고위 관료들을 대상으로 장사를 하는 곳이었겠죠. 그런데 용산으로 가버리니까, 그 집들이 다 카페로 바뀌었어요. 옛날엔 이 근방에 카페가 5~6곳이었는데, 올해만 20곳 넘게 생겼어요." C씨의 설명에 따르면 청와대가 일반인들에게 개방되며 카페들이 우후죽순 생겨났다고 한다. C씨의 추측으로는 올해 들어 주변 상점들의 임대차 계약 만료일이 겹쳤는지, 전체적으로 월세가 큰 폭으로 올랐다고 한다. "이 부근 월세가 보통 30평에 500만원을 내는데, 다른 카페들 보면 더 큰 평수겠지만 1000만~1500만원 내는 곳도 있습니다. 근데 보시면 알겠지만 장사가 안돼요. 내 나이에는 돈 벌려고 하는 게 아니라 월세만 내면 버티지만 다른 곳들은 걱정입니다" 집회와 시위가 늘어나는 것에 대한 질문에는 "시위도 두 종류가 있다"며 "무슨 노조들이 하는 시위는 매출과 관계 하나도 없고 시끄럽지만, 여러 시민단체나 각 개인이 와서 하는 시위는 장사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청와대 옆 무궁화동산에서 만난 산책 중이던 동네 주민 D씨는 "원래 여기가 조용하기도 하고 시끄러운 곳"이라며 "용산으로 갔을 때도 큼지막한 시위는 항상 광화문에서 했기 때문에 별 차이는 못 느꼈다"고 얘기했다. D씨는 "옛날 2008년에 광우병 시위를 크게 할 때는 집에 가는 길도 시위대랑 경찰에 막혀서 불편한 게 많았다"면서 "그런 것만 제외하면 동네 사는 게 나쁘진 않다"고 설명했다. 한편 일각에선 대통령실 청와대 복귀와 관련해 수백억원의 혈세가 낭비됐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용산에서 다시 청와대로 옮기는 데 드는 비용이 269억원, 그 자리에 국방부가 다시 들어오는 데 238억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2022년 윤석열 정부가 용산으로 대통령실을 옮길 때 든 비용 800억원을 합산하면 총 1300억원의 비용이 낭비된 셈이다. calebcao@newspim.com 2025-12-23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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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카드, 19만명 정보 유출 [서울=뉴스핌] 이윤애 기자 = 국내 최대 신용카드사인 신한카드에서 가맹점 대표자 약 19만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사실이 확인됐다. 신한카드는 해당 사실을 인지한 뒤 개인정보보호위원회에 신고하고 후속 조치에 착수했다. 신한카드는 23일 가맹점 대표자의 휴대전화번호를 포함한 총 19만2088건의 개인정보가 신규 카드 모집 과정에서 유출된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서울=뉴스핌] 이윤애 기자 = 신한카드 본사 전경[ 사진=신한카드] 2025.06.18 yunyun@newspim.com 유출된 정보는 ▲휴대전화번호 18만1585건 ▲휴대전화번호와 성명 8120건 ▲휴대전화번호·성명·생년·성별 2310건 ▲휴대전화번호·성명·생년월일 73건 등이다. 신한카드는 조사 결과 주민등록번호, 카드번호, 계좌번호 등 민감한 신용정보는 포함되지 않았으며, 가맹점 대표자 정보 외 일반 고객 정보와도 무관하다고 설명했다. 해킹 등 외부 침투로부터 비롯된 것은 아니며 조사 결과 일부 내부 직원의 신규 카드 모집을 위한 일탈로 밝혀진 만큼 유출된 정보가 다른 곳으로 추가 확산될 염려도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덧붙였다 신한카드 관계자는 "현재까지 해당 정보로 인한 실제 피해 사례는 확인되지 않았다"면서도 "향후 피해가 발생할 경우 적극적으로 보상에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신한카드는 홈페이지를 통해 사고 사실과 사과문을 게시하고, 가맹점 대표자가 본인의 정보 포함 여부를 직접 확인할 수 있는 조회 페이지를 운영 중이다. 아울러 개별 안내도 병행하고 있다. 신한카드 관계자는 "이번 일로 심려를 끼쳐드린 점에 대해 깊이 사과드린다"며 "고객 보호와 유사 사례 재발 방지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해당 사안이 '목적 외 개인정보 이용'인지, '정보 유출'인지 추가 조사를 통해 확인해야할 필요가 있으나, 적극적인 고객 보호를 위해 '정보 유출'에 준하는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yunyun@newspim.com 2025-12-23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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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 영향 종목

  • Lockheed Martin Corp.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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