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최신뉴스 GAM
KYD 디데이
GAM 일반

속보

더보기

[채권 쇼크] ③ '영국은 예고편' 지구촌 금융시스템 살얼음판(下)

기사입력 :

최종수정 :

※ 본문 글자 크기 조정

  • 더 작게
  • 작게
  • 보통
  • 크게
  • 더 크게

※ 번역할 언어 선택

채권시장 위기 '뇌관' 부상
채권 자경단 30년만에 출몰
伊·獨·美·신흥국까지 '불안'
금리 인상 후폭풍 거세다

이 기사는 10월 18일 오후 4시15분 '해외 주식 투자의 도우미' GAM(Global Asset Management)에 출고된 프리미엄 기사입니다. GAM에서 회원 가입을 하면 9000여 해외 종목의 프리미엄 기사를 보실 수 있습니다.

[서울=뉴스핌] 황숙혜 기자 = 연준이 과격한 금리인상과 함께 양적긴축(QT)에 돌입하자 금리 상승이 불가피하다는 의견에 힘이 실리면서 채권 매도, 즉 수익률 상승에 베팅하는 세력이 활약하기 시작했다는 얘기다.

실제로 업계에 따르면 미국 30년 만기 고정금리 모기지 평균 금리가 10월13일 기준 6.92%를 기록, 전주 6.66%에서 상당폭 상승했다. 이는 2002년 이후 20년래 최고치에 해당한다.

[채권 쇼크] 글싣는 순서

1. 영국 '금리 쇼크' 일단락됐나...남은 불씨와 교훈은
2. 영국 파운드화 급락 이유와 향후 전망...투자 기회는
3. '영국은 예고편' 지구촌 금융시스템 살얼음판
4. 위기가 기회, 2023년 채권시장 '황소장' 온다
5. 일본 YCC 종료? 채권시장 태풍의 눈

이와 별도로 미국 부동산 전문 매체인 모기지 뉴스 데일리는 10월 초 30년 만기 모기지 고정금리가 7.05%까지 뛰었다고 보도했다.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이 모기지 금리의 상승 배경으로 자리잡고 있지만 채권 자경단의 투기적인 베팅이 이를 더욱 부추겼다는 지적이다.

미국 국책 모기지 기관 프레디 맥의 샘 카터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보고서를 내고 "앞으로 수 개월이 금융 및 부동산 시장과 거시경제에 중요한 시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부동산중개인협회(NAR)는 보고서를 내고 30년물 모기지 금리가 8.5%까지 상승할 가능성을 열어 뒀다.

미국 30년 만기 모기지 고정금리 추이 [자료=블룸버그]

부동산 시장 조사 업체 블랙 나이트의 앤디 월던 부대표는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금리가 상승할수록 모기지 채권시장과 부동산 시장에 한파가 거세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모기지 채권 뿐 아니라 국채와 회사채 시장 역시 채권 자경단의 타깃이라고 야데니 대표는 강조한다.

연준의 QT를 계기로 지난 30년간 손발이 묶여 있었던 채권 투기 세력들이 부활했고, 이들과 정책자들 사이에 한판 힘겨루기가 벌어질 것이라고 그는 내다봤다.

◆ 英 채권시장 패닉 곳곳에 후폭풍, 유동성 우려 '고개'

영국 채권시장의 패닉은 지구촌 곳곳에 후폭풍을 일으키고 있다. 미국 정크본드 시장에 '팔자'가 봇물을 이뤘고, 한파가 주식시장으로 번질 수 있다는 경고도 나왔다.

연초 이후 영국 국채시장이 27%에 달하는 눈덩이 손실을 기록, 관련 지수가 2014년 이후 최저치로 밀린 가운데 전세계 투자등급 회사채 및 국채를 포괄하는 블룸버그 글로벌 채권 지수가 고점에서 20% 이상 내리 꽂혔다.

특히 9월23일 영국의 미니 예산 발표 전후로 지수는 8거래일 연속 하락, 2016년 이후 최장기 내림세를 기록했다.

투자자들의 불안감은 극에 달했다. BEA 유니온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의 빅터 웡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블룸버그와 인터뷰를 갖고 "최대한 방어적인 전략을 취하고 있다"며 "영국 사태 이외에 주요국 고물가 지속에 따른 중앙은행들의 매파 정책과 외환시장 변동성 상승,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의 장기화로 인해 위기 발생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전했다.

미국 CLO 거래 추이 [자료=인터랙티브 데이터/미국금융산업규제국]

특히 수 조 달러 규모의 미국 대출채권담보부증권(CLO) 시장이 휘청거리고 있다. CLO는 대부분 전세계 기관 투자자들이 보유하고 있는데 여기에는 영국 연기금과 보험사도 포함돼 있다.

마진콜 때문에 현금 확보가 시급해진 이들 기관이 손에 쥐고 있던 미국 CLO를 대량 팔아치웠고, 이 때문에 채권 가격이 급락한 것.

상당수의 물량은 내재 가치 아래로 떨어졌다고 투자자들은 말한다. 영국 채권시장에서 불거진 위기 상황이 미국까지 파장을 일으킨 셈이다.

아시아 신흥국 CDS(신용부도스왑) 프리미엄 추이 [자료=블룸버그]

커네티컷 소재 이글 포인트 크레딧 매니지먼트의 톰 마제스키 파트너는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인터뷰를 갖고 "최근과 같은 대규모 매도는 과거에 경험한 일이 없었다"고 전했다.

일부 미국 기관 투자자들이 해당 채권을 저가 매수하고 나섰지만 채권 가격의 급락과 투자자들의 불안감을 진화하기는 역부족이었다.

10월 첫 주 CLO 가격이 2020년 중반 이후 최저치로 밀린 뒤 안정을 찾는 모습이지만 매도 압박이 여전하다.

영국 국채시장이 아수라장이 된 이후 미국 CLO 시장의 거래량은 10월 첫 주에만 13억달러에 달하는 손바뀜을 나타냈다. 이는 직전 12개월 일간 평균치의 두 배에 달하는 수치다.

미국 CLO 시장의 움직임은 금리가 큰 폭으로 오를 때 선진국의 금융시장에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방향으로 후폭풍이 발생할 수 있다는 사실을 상기시키는 대목이다.

일반적으로 CLO는 블랙스톤이나 칼라일 그룹과 같은 대체 자산에 무게를 두는 운용사들의 먹이감이다.

이들 기관 투자자는 지난 십 수 년간 CLO를 공격적으로 사들였고, 이 때문에 과도하게 리스크를 떠안는 행위가 도마 위에 올랐지만 기관들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오히려 2020년 팬데믹 초기 금융시장에 난기류가 확산됐을 때 이들은 더욱 공격적으로 CLO에 베팅했다.

잠재 리스크에 대한 우려는 이번 영국 사태로 현실화됐다. 국채와 파운드화의 동반 급락에 마진콜이 속출하면서 CLO 투매를 부추긴 것.

파머 스퀘어 캐피탈 매니지먼트에 따르면 투자등급 CLO 인덱스는 10월 첫 주 88.7까지 하락, 9월 초 대비 4% 떨어졌다.

일부 유럽 지역의 CLO는 이보다 더 큰 폭으로 밀렸다. 영국 연금이 대량 보유한 AA 등급 유로화 표시 CLO가 9월 하순 이후 5% 가량 하락했다.

브라이튼 록 그룹에 따르면 연기금을 포함해 영국 기관 투자자의 LDI 자산 1조6000억파운드 가운데 미국 CLO의 비중은 5% 가량으로 파악됐다.

비중이 제한적인데도 CLO가 매도 타깃으로 부상한 데 대해 시장 전문가들은 규모가 큰 국채나 주식시장에 비해 특정 베팅을 통해 상대적으로 커다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월가의 애널리스트는 CLO 뿐 아니라 미국 주식시장과 모기지 증권, 그 밖에 자산담보부증권까지 금융시장 전반에 걸쳐 마진콜에 따른 투매로 충격을 받았다고 판단했다.

뿐만 아니라 CLO 가격 급락은 차입 매도(LBO) 시장으로 연쇄적인 충격을 일으켰다. 월가에서 금맥을 캐는 비즈니스가 영국 연금의 마진콜 사태로 일격을 맞았다는 얘기다.

CLO 가격 하락은 자금 조달 비용을 높이는 결과로 이어졌고, 이 때문에 신규 발행이 사실상 실종됐다.

가뜩이나 경기 침체 리스크가 고조되는 가운데 CLO 발행이 마비되면서 레버리지를 이용한 기업 인수합병(M&A)에도 브레이크가 걸렸다.

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TSLA)의 수장 일론 머스크가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그는 소셜 미디어 업체 트위터를 440억달러에 인수할 계획을 세웠지만 사실상 안개속이다.

메가톤급 M&A를 위한 65억달러 규모의 은행권 여신 집행이 순조롭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세계 최대 CLO 운용 업체인 칼라일 그룹의 로렌 바스마딘 파트너는 "CLO 시장의 과격한 매도가 기업 M&A에 비우호적인 시장 여건을 형성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제프리스는 투자 보고서를 내고 영국 국채시장 충격이 주식시장으로 번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국채를 대량 매도했던 영국 연금이 훗날 물량을 더 비싼 값에 다시 사들여야 할 것이라고 우려, 채권 대신 주식을 팔아치우기 시작했다는 얘기다.

업계에 따르면 런던증시의 FTSE100 지수는 2022년 초 이후 30% 이상 후퇴했다. 이에 따라 증시는 주요국 가운데 가장 큰 폭의 내림세를 나타냈다.

시장 전문가들은 2023년 지구촌 금융시장 혼란이 더욱 가중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연준을 필두로 각국 중앙은행의 금리인상이 지속, 금융시장의 유동성이 더욱 위축되는 한편 소위 크래시(crash)가 발생할 위험이 한층 높아질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미 연준이 집계하는 금융 스트레스 인덱스는 지난 10월12일 3.242를 기록해 2년래 최고치를 나타냈다.

금융 스트레스 인덱스 [자료=연준 금융조사청]

인덱스에는 채권 이외에 신용시장과 주식시장의 변동성 및 리스크가 광범위하게 반영된다. 실제로 뱅크오브아메리카(BofA)에 따르면 기업 디폴트가 두 배 이상 뛰었고, 신용 스프레드가 가파르게 확대됐다.

미국 비금융권 회사채 규모는 GDP 대비 80%에 육박했다. 이 가운데 3분의 1 가량이 투자등급 가운데 가장 하위권에 해당하는 BBB 등급으로 평가 받았다.

경기 침체가 본격화되면서 회사채 신용등급 강등이 꼬리를 물 경우 펀드 업계가 매물을 쏟아내는 한편 가격 하락이 영국과 흡사한 마진콜 사태를 일으킬 수 있다고 월가는 우려한다.

사모펀드를 포함한 대체 자산 시장 역시 약한 고리로 지목된다. 전체 금융시장에서 대체 자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2006년 이후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2022년 초 이후 금리 상승을 빌미로 주요국 주식시장이 폭락한 사이 대체 자산은 제한적인 손실을 내는 데 그쳤다.

효과적인 투자 기법으로 보이지만 실상 더 커다란 손실 리스크가 잠재돼 있다고 시장 전문가들은 강조한다.

채권을 중심으로 금융시장의 유동성 위기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래리 서머스 미국 전 재무장관은 블룸버그TV와 인터뷰에서 "금융시장이 위기 직전인 2007년과 흡사한 상황"이라며 "대규모 레버리지와 정책 불확실성, 고물가, 지정학적 리스크까지 대지진이 강타하기 전 작은 떨림이 곳곳에서 포착된다"고 말했다.

옥스포드 이코노믹스의 존 캐너밴 애널리스트는 보고서에서 "금융위기 리스크가 뜨거운 감자로 부상했다"며 "채권시장의 유동성이 위축된 가운데 변동성이 크게 뛰었고, 거시경제와 통화정책을 둘러싼 불확실성도 크다"고 전했다.

주요 외신에 따르면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 역시 미 국채시장의 유동성 리스크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씨티그룹의 채권 전략가로 장기간 활약한 뒤 2016년 뉴욕 소재 애드보케이트 캐피탈 매니지먼트를 공동 창업한 스콧 펭 대표는 펜션 앤드 인베스트먼트과 인터뷰를 통해 "미국의 경우 영국에 비해 잠재 리스크가 제한적이지만 이번 사태를 계기로 연금의 구조적 개혁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 저금리 시대의 폐막과 돈잔치의 혹독한 대가

9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와 생산자물가지수(PPI)를 확인한 투자자들은 연준의 4연속 '자이언트 스텝'을 확실시하는 모습이다.

11월 통화정책 회의에서도 기준금리를 0.75%포인트씩 인상한 뒤 12월 0.5%포인트 올리는 '빅 스텝'을 단행한다는 시나리오다.

이 경우 2022년 말 미국 기준금리는 4.50%에 이른다. 월가는 이어 2023년 1분기 중 기준금리가 5.50%까지 인상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일부 매파 투자자들은 2022년 남은 두 차례의 통화정책 회의에서 각각 0.75%포인트의 금리인상을 점치고 있다.

과격한 금리인상에도 물가 상승 압박이 꺾이지 않았다는 사실이 9월 지표에서 확인되자 앞으로 연준의 정책 행보를 예측하기 어렵다는 목소리도 고개를 들었다.

아울러 정책자들이 금리인상을 종료한 뒤에도 상당 기간 인하에 나서지 않고 정점에서 유지할 것이라는 관측에 힘이 실린다.

강(strong) 달러와 킹(king) 달러에 이어 '갓(god)' 달러로 불릴 만큼 브레이크 없는 상승 랠리를 펼치는 달러화는 미국 이외에 주요국 전반의 물가를 끌어올리고, 중앙은행의 긴축을 부추기는 실정이다.

업계에 따르면 2022년 초 이후 달러 인덱스는 17%를 웃도는 폭등을 연출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미국이 과격한 금리인상과 강달러 정책을 통해 인플레이션을 수출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고물가의 장기화와 저금리 시대의 종료에 이견의 여지가 없고, 거시경제의 판도변화는 값싼 자금으로 돈잔치를 벌였던 각국 정부와 기업들의 숨통을 조이기 시작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살아있는 전설로 통하는 워렌 버핏의 말대로 '수영장에 물이 빠지면서 누가 벌거벗은 상태인지 드러나는' 상황을 맞았다고 입을 모은다.

문제는 미니 예산을 도화선으로 홍역을 치른 영국이나 유럽의 주변국 이외에 선진국도 가파른 금리 상승에 따른 후폭풍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사실이다.

자금 조달이 막히는 기업이나 정부가 꼬리를 물면서 디폴트가 크게 늘어날 수 있다고 월가는 경고한다.

[자료=코퍼닉 글로벌 인베스터스]

코퍼닉 글로벌 인베스터스의 데이비드 이벤 창업자 겸 최고투자책임자(CIO)는 투자 보고서를 내고 "부채 규모가 큰 소위 PIGS(포르투갈, 이탈리아, 그리스, 스페인)' 뿐만 아니라 일본과 기축 통화 국가인 미국 역시 자금 조달에 난항을 겪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싱가포르와 캐나다까지 GDP 대비 부채 비율이 100%를 웃도는 10개 국가를 주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산통 다 깨졌다'는 의미의 'JIG'S UP'이라는 두문자어를 구성하는 일본과 이탈리아, 그리스, 싱가포르, 미국, 포르투갈 등 6개 국가가 위태로운 상태라고 그는 경고했다.

눈덩이 부채를 끌어안은 이들 국가는 금리가 급등하는 상황에 결국 고강도 긴축과 경기 침체 등 혹독한 대가를 치르며 빚을 갚아야 할 처지고, 해당 지역의 자산이 하락 압박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블랙록은 투자 보고서에서 "이번 영국 국채 수익률 급등과 이에 따른 금융시장 파장은 금리 상승이 얼마나 심각한 혼란을 일으킬 수 있는가를 분명하게 보여줬다"며 "영국 사태는 주요국 어디서나 발생할 수 있는 위기의 예고편"이라고 주장했다.

픽텟 웰스 매니지먼트의 세자르 페레즈 루이즈 최고투자책임자는 파이낸셜타임스(FT)와 인터뷰에서 "영국의 쇼크는 전세계 다른 국가에 경종을 울린 사건이었다"고 말했다.

리즈 트러스 영국 총리가 10월14일 콰텡 재무장관을 경질한 한편 감세안을 철회할 뜻을 밝히면서 파운드화가 강하게 반등했지만 위기의 불씨가 진화된 것이 아니라고 월가는 이구동성 한다.

정책 금리에 가장 민감한 미국 2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최근 4.53%까지 오르며 금융위기 직전인 2007년 이후 최고치를 나타냈다.

미국 2년물과 10년물 국채 일드커브 [자료=블룸버그]

2021년 말 0.7% 선에서 등락했던 2년물 수익률은 말 그대로 파죽지세로 뛰었다. 이 때문에 2년물과 10년물 수익률 스프레드를 의미하는 일드커브가 50bp(1bp=0.01%포인트) 가량 역전됐다.

일반적으로 일드커브 역전은 경기침체 신호로 통한다. 최근 수치는 2008년 금융위기 이전보다 더 크게 하락, 투자자들의 경계감을 자극하고 있다.

1980년대 초 이후 가장 빠른 속도의 금리 인상과 경기 침체 리스크 속에 지구촌 채권 및 신용시장을 둘러싼 불안감은 날로 고조되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2024년 말까지 신흥국 정부가 상환해야 하거나 차환 발행해야 하는 달러화 및 유로화 표시 부채 규모는 3500억달러에 이른다.

이와 관련, 도이체방크는 보고서를 내고 "신흥국 채권과 통화가 지속적인 하락 압박에 시달릴 전망"이라며 "터키를 포함한 주변국들은 이미 위기 상황이며, 이 같은 상황이 중심국으로 전염될 것인지 여부가 뜨거운 감자"라고 전했다.

투자자들의 경계감은 이미 시장 지표를 통해 드러나고 있다. 신흥국의 2024년 3월 만기 달러화 표시 채권의 미 국채 대비 프리미엄이 1200bp까지 치솟은 것. 이는 불과 1년 전 수치에서 5배 가량 뛴 결과다.

이에 따라 신흥국의 달러화 표시 채권은 미국과 유럽의 정크본드보다 훨씬 낮은 가격에 거래되는 실정이다.

맨 그룹은 투자 보고서에서 "2020년 팬데믹 사태를 빌미로 각국이 경쟁적으로 기준금리를 인하한 틈을 타 한 해 동안 신흥국 정부와 기업들이 조달한 자금이 7470억달러로 연간 기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며 "금리가 오르면서 부실 채권이 늘어날 뿐 아니라 선진국으로 파장이 확산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과 유럽의 정크본드 아래로 떨어진 신흥국 채권 가격 [자료=블룸버그]

미국을 제외한 주요국의 외환보유액이 기록적인 하락을 보이는 상황도 잠재적인 위기를 둘러싼 우려를 부추기는 대목이다.

주요 외신에 따르면 전세계 외환보유액은 2022년 초 이후 1조달러 가량 증발, 12조달러로 줄어들었다.

연초 이후 외환보유액의 감소 폭은 2003년 이후 약 20년만에 최대 규모다. 미국 연준의 금리 인상에 달러화가 랠리하자 주요국이 자국 통화 가치를 방어하는 한편 수입 물가 상승에 제동을 걸기 위해 외환보유액을 크게 소진한 결과다.

인도의 외환보유액이 960억달러 감소했고, 일본이 사상 최대 규모인 540억달러 감소를 나타내는 등 주요국 전반에 자금 소진이 두드러지자 국제통화기금(IMF)이 속도 조절을 권고하고 나섰다.

외환보유액의 급감이 멈추지 않을 경우 각국이 잠재적인 부채 위기에 대응할 수 있는 자금력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월가의 전망은 흐리다. 연준의 금리인상과 강달러 추세가 물가 상승 압력을 자극하고 있어 외환보유액의 추가 감소가 불가피하다는 얘기다.

투자자들 사이에 2008년과 흡사한 금융시스템 붕괴에 대한 공포감이 확산되는 가운데 연준 정책자들 가운데 대표적인 매파로 통하는 닐 카시카리 미니애폴리스 연방준비은행 총재의 발언이 월가의 시선을 끌었다.

그는 브레머 파이낸셜이 주최한 컨퍼런스에서 "인플레이션이 아래로 꺾이는 신호가 분명하게 확인될 때까지 금리인상이 중단되지 않을 것"이라며 "고금리 여건으로 전환하는 과정에 금융시장에서 손실이 발생하는 한편 글로벌 경제 곳곳에 디폴트나 파산이 발생하겠지만 이는 자본주의의 본질"이라고 주장했다.

 

higrace5@newspim.com

[뉴스핌 베스트 기사]

사진
연말 공항은 설렘으로 가득하다 [서울=뉴스핌] 신수용 기자 = #. 스타트업 입사 4년 차인 30대 직장인 A씨는 연말에 아껴둔 휴가를 소진하기로 결심했다. 그동안 여러 프로젝트로 쓰지 못한 연차를 모두 사용하기로 했다. 회사에서도 연차 소진 권고가 내려지면서 징검다리 연휴를 눈치 보지 않고 사용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됐다. 이에 A씨는 크리스마스 이브인 23일, 24일과 26일 연차를 내고 22일 저녁 일본에 도착해 여정을 시작하는 6박 7일 여행을 다녀오기로 마음먹었다. [서울=뉴스핌] 신수용 기자 = 24일 비행기 출발을 기다리는 이들로 설렘이 가득차 있던 김포공항에는 크리스마스 이브를 맞이해 화요일인 26일 징검다리 연휴에 연차를 낸 이들과, 고국으로 돌아가는 외국인 관광객 등이 공항에 자리했다. 2025.12.24 aaa22@newspim.com 24일 크리스마스를 앞둔 김포공항은 여행객으로 북적였다. 크리스마스 다음날인 26일 금요일 하루를 연차로 내면 최소 3박 4일의 휴가를 즐길 수 있어서다. 내년 1월 1일 신정까지 연차를 내면 최장 11일을 휴가로 사용할 수 있다. 커다란 캐리어를 양손에 쥐고 있는 하루토(가명·23) 씨는 이날 고국인 일본으로 돌아간다. 그는 "한국 여행을 마치고 가족들과 크리스마스와 연말을 함께 보내기 위해 고국인 일본에 가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출국장에는 외국인들이 화장품 등 다양한 선물을 가득 담은 박스와 커다란 캐리어를 밀며 분주히 오갔다. 출국장에 위치한 체크인 줄에는 커다란 기내용 캐리어를 쥔 사람들로 줄들이 가로세로 빽빽히 차 있었다. 이른 아침 시간에 출발하느라 챙기지 못한 끼니를 벤치에 앉아 간단히 빵과 커피로 때우는 이들도 간간히 보였다. 안양에서 왔다는 30대 커플은 "4박 5일 일정으로 대만으로 갈 예정"이라며 "직장인이라 업무 때문에 더 휴가를 내지 못해 아쉽다. 뒤에 휴가를 더 붙였다면 유럽에 가고싶었다"고 아쉬워했다. 이어 "업무가 쌓여있어도 연차를 아예 날릴 수는 없고 (회사에서도) 소진하라는 분위기여서 다행이었다"라며 "대만에서 맛있는 음식을 많이 먹어보고 싶다"며 기대감을 감추지 못했다. [서울=뉴스핌] 신수용 기자 = 24일 김포공항 출국장 한 켠에 쌓여 있는 캐리어와 수화물들. 2025.12.24 aaa22@newspim.com 이날 공항에서 만난 40대 여성은 서울 서초구 양재에서 공항으로 왔다. 그는 "중국 상하이에서 근무하는 남편을 만나러 간다"며 "중국에서 2주 정도 같이 연말을 보낼 것"이라고 말했다. 해외에서 보내는 장기 휴가가 가능한 이유는 크리스마스인 25일, 내년 신정인 1월 1일이 각각 목요일이기 때문이다. 금요일인 26일(금요일), 29일부터 31일까지, 내년 1월 2일(금요일) 등 총 5일의 연차를 사용하면 최장 11일의 휴가를 즐길 수 있다. 가족끼리 휴가일을 맞춰 같이 해외 휴가를 가는 경우도 있었다. 장승훈(28·건국대 컴퓨터공학과) 씨는 "참여하고 있는 개발자 관련 프로그램에 양해를 구하고 나를 포함해 총 6명이 중국 상하이로 어머니 생일과 가족 기념일을 겸해 가족 여행을 간다"며 "아버지나 삼촌 등 다른 분들도 휴가를 낼 수 있었던 것 같은데 중국을 가본 적이 없어 기대가 된다"고 말했다. 이날 출국하는 여행객들의 목적지는 일본과 중국이 대부분이었다. 고환율과 엔저의 영향으로 여행 경비 부담이 비교적 덜한 일본이나 중국이 인기 관광지로 꼽혔다. 여행 전문 기업 노랑풍선에 따르면 올해 12월 25일부터 내년 1월 4일까지 노랑풍선을 통해 해외 패키지여행을 예약한 고객 수는 전년 동기간 대비 약 10%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중 일본이 30%로 가장 높았고, 중국(20%)이 그 뒤를 이었다. 베트남과 필리핀은 각각 16%, 7%를 차지했다. 노랑풍선 관계자는 "한한령 완화와 단체 비자 발급 확대, 주요 노선의 항공편 증편 등 여행 여건이 개선되면서 중국 여행객이 늘었다"며 "긴 연휴로 장거리 여행을 가는 이들이 생기며 유럽은 8% 수준을 늘었다"고 설명했다. aaa22@newspim.com 2025-12-24 14:41
사진
이마트판 다이소, '와우샵' 초저가 승부 [서울=뉴스핌] 조민교 기자 = 이마트가 5000원 이하 초저가 생활용품 편집숍 '와우샵(WOW SHOP)'을 앞세워 다시 한 번 초저가 시장 공략에 나섰다. 사실상 다이소가 독점해온 시장을 정조준한 행보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이마트는 최근 이마트 매장 내 편집존 형태의 '와우샵'을 시범 운영 중이다. 지난 17일 왕십리점에 약 20평 규모로 도입한 데 이어 연말까지 은평점(19일), 자양점(24일), 수성점(31일) 등 총 4개 점포로 확대한다. 와우샵 은평점 전경. [사진=이마트 제공] 와우샵은 전 상품을 1000원·2000원·3000원·4000원·5000원 균일가로 판매하는 것이 핵심이다. 초저가 생활용품 1340여 개 중 64%를 2000원 이하, 86%를 3000원 이하로 구성해 가격 경쟁력을 전면에 내세웠다.  이마트는 앞서 2018년 '삐에로쇼핑'을 통해 유사한 초저가 실험에 나섰지만 2년 만에 사업을 철수한 바 있다. 삐에로쇼핑은 '오프프라이스+초저가'를 콘셉트로 1000원대 상품부터 브랜드 이월 상품까지 혼합 진열하고 미로형 동선과 자극적인 매장 연출로 주목받았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매장 정체성이 불분명하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상시 저가 매장인지 할인 전문점인지 소비자 인식이 흐릿했고 대형마트와 분리된 독립 매장 구조로 집객과 회전율을 안정적으로 확보하지 못한 점이 한계로 작용했다. 업계에서는 와우샵이 삐에로쇼핑과는 다른 출발선에 서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와우샵은 이마트 매장 내 편집존으로 운영돼 기존 고객 트래픽을 자연스럽게 흡수할 수 있고 전 상품을 1000원~5000원 균일가로 단순화해 가격 메시지도 명확하다. 무엇보다 이마트 해외 직소싱과 품질 관리 역량을 앞세워 '싼 가격이지만 믿을 수 있는 상품'이라는 인식을 강화하려는 전략이 눈에 띈다. 다이소 김포 장기점 매장 전경. [사진=다이소] 이 같은 평가의 배경에는 초저가 시장에서 이미 검증된 '성공 공식'이 존재한다는 점도 작용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다이소다. 다이소는 균일가, 생활필수품 중심, 언제 방문해도 저렴한 가격이라는 단순한 포지션을 수십 년간 흔들림 없이 유지해왔다. 복잡한 기획이나 과도한 연출 대신 소비자가 기대하는 가격과 품목을 정확히 충족시켰고 전국 단위 점포망을 통해 일상 동선 속 구매를 자연스럽게 만들었다.  와우샵의 성패를 가를 관건은 결국 '지속성'이다. 일회성 화제에 그치지 않고 상시 초저가에 대한 신뢰를 쌓을 수 있을지가 핵심이다. 업계에서는 이마트가 대형마트라는 기존 경쟁력 위에 초저가 포맷을 결합했다는 점에서 과거 삐에로쇼핑과는 구조적으로 다르다고 본다. 와우샵이 단기 실험을 넘어 이마트 매장의 고정 코너로 안착할 경우 초저가 시장의 판도에도 변화가 생길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편 이마트는 올해 들어 와우샵 외에도 4950원 화장품 '글로우:업 바이 비욘드', 880원부터 4980원까지 가격을 고정한 '5K프라이스', 노브랜드 확대 등 초저가 실험을 잇달아 선보이고 있다. 이는 과거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소비자가 체감하지 못하는 10원, 100원 차이는 의미가 없으며, 상식 이하 가격으로 팔아야 한다"고 강조해온 가격 철학의 연장선으로 해석된다. 중간 가격대는 사라지고 '초저가와 프리미엄만 살아남는다'는 그의 판단이 최근 이마트의 전방위 초저가 전략으로 다시 구현되고 있다는 평가다. mkyo@newspim.com 2025-12-24 15:21
기사 번역
결과물 출력을 준비하고 있어요.
종목 추적기

S&P 500 기업 중 기사 내용이 영향을 줄 종목 추적

결과물 출력을 준비하고 있어요.

긍정 영향 종목

  • Lockheed Martin Corp.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이 내용에 포함된 데이터와 의견은 뉴스핌 AI가 분석한 결과입니다. 정보 제공 목적으로만 작성되었으며, 특정 종목 매매를 권유하지 않습니다. 투자 판단 및 결과에 대한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주식 투자는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으므로, 투자 전 충분한 조사와 전문가 상담을 권장합니다.
안다쇼핑
Top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