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친혼 혼인무효' 민법, 2024년까지 잠정적용
"당사자·자녀 보호 위해 근친혼 예외조항 둬야"
[서울=뉴스핌] 이성화 기자 = 헌법재판소가 8촌 이내 혈족 사이의 결혼을 금지한 것이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다만 근친혼을 혼인 무효 사유로 규정한 민법 조항은 헌법에 합치되지 않는다며 오는 2024년까지 개정하라고 했다.
헌재는 27일 8촌 이내의 혈족 사이에서는 혼인할 수 없도록 하는 민법 제809조 제1항에 대한 헌법소원 심판 사건에서 재판관 5대 4 의견으로 합헌 결정하고 해당 조항을 위반한 혼인을 무효로 하는 민법 제815조 제2호는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헌법불합치 결정했다.
헌법불합치는 심판 대상 조항이 헌법에 어긋나지만 관련 법이 제·개정될 때까지 한시적으로 법의 효력을 인정하는 결정이다. 법이 개정되지 않으면 해당 조항은 2024년 12월 31일까지만 효력을 갖는다.
[서울=뉴스핌] 김민지 기자 =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 2022.09.27 kimkim@newspim.com |
앞서 A씨는 2016년 5월 미국에서 만난 배우자 B씨와 결혼생활을 하다 국내로 귀국했다. B씨는 A씨가 이혼을 거절하자 6촌 사이라는 이유로 혼인 무효소송을 제기했고 A씨는 1·2심에서 패소하자 2018년 헌법소원을 냈다.
헌재는 "이 사건 '금혼조항'으로 인해 법률상의 배우자 선택이 제한되는 범위는 친족 관계 내에서도 '8촌 이내의 혈족'으로 넓다고 보기 어렵고 그에 비해 가족질서를 보호하고 유지한다는 공익은 매우 중요하다"며 근친혼 조항이 혼인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다만 근친혼을 혼인 무효 사유로 규정한 민법 815조 2호는 혼인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봤다.
이선애·이은애·이종석·이영진·이미선 재판관들은 "현재 우리나라에는 서로 8촌 이내의 혈족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명확하게 확인할 수 있는 신분공시제도가 없고 혼인 당사자가 8촌 이내의 혈족임을 우연한 사정에 의해 사후적으로 확인하게 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며 "현행 가사소송법에 의하면 아무런 예외 없이 일방당사자나 법정대리인 또는 4촌 이내의 친족이 혼인무효의 소를 제기할 수 있는데 이는 당사자나 그 자녀들에게 지나치게 가혹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이 사건 무효조항은 근친혼의 구체적 양상을 살피지 않은 채 8촌 이내 혈족 사이의 혼인을 일률적·획일적으로 혼인무효사유로 규정하고 혼인관계의 형성과 유지를 신뢰한 당사자나 그 자녀의 법적 지위를 보호하기 위한 예외조항을 두고 있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당사자와 그 자녀의 법적 지위에 대한 예외적 보호가 필요한 범위에 관해 혼인과 가정을 보호하고 개인의 존엄과 양성의 평등에 기초한 혼인 가족 제도를 실현해야 할 일차적 책임이 있는 입법자에게 맡기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또 유남석·이석태·김기영·문형배 재판관들은 "무효로 되는 근친혼의 범위가 지나치게 광범위하다"며 혼인이 금지되는 혈족의 범위, 금지된 근친혼 중에서 무효로 할 부분과 취소로 할 부분을 입법자가 정하라는 의견을 냈다.
헌재는 이번 결정에 대해 "근친혼이 가족제도의 기능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경우에도 무효로 해서는 안 된다는 의미는 아니다"라며 "입법자가 결정의 취지에 따라 개선입법을 통해 위헌적 상태를 제거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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